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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난으로 떠나는 이색 여름여행


2024-08-16      



최근 중국 간쑤(甘肅)성에 갈 기회가 생겼다. 간쑤성은 붉은빛 황토고원, 드넓은 사막, 푸른 초원까지 아름다운 자연이 공존하는 곳으로 잘 알려졌다.


설레임을 안고 출발한 간쑤성 출장. 기다리던 푸른 초원에 발을 내디뎠다. 간난짱족차지주(甘南藏族自治州)의 메이런(美仁)초원이다. 해발고도 3500m의 초원에 올라오니 바람도 세고 기온도 18도 안팎으로 서늘하다. 가을 날씨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도가 높아 조금만 걸음을 빨리 해도 숨이 가파진다. 드넓은 초원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비는 사람들, 소수민족 전통 복장을 입고 예쁘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 여행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초원에서 자신만의 여름을 만끽하는 중이다.


간쑤성은 후이(回)족·짱(藏)족·둥샹(東鄕)족 등 55개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간난의 한 짱족 마을을 방문한 기자에게 마을 주민들이 ‘하다(환영을 뜻하는 흰 천)’를 목에 걸어주며 “따시데렉”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따시데렉,‘축복과 행운을 기원’하는 환영 인사다.


필자는 간난에서 그간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중국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와 함께 짱어(藏語)를 병기한 가게 간판과 도로 표지판이 먼저 눈에 띈다. 소수민족 전통 복장을 입고 마니차나 염주를 손에 들고 경전을 읊는 할머니, 불교사원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염원을 담아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는 순례객도 신기하기만 하다. 신체의 다섯 부분(두 팔꿈치, 두 무릎, 이마)이 땅에 닿기 때문에 오체투지라 불리며 중생의 본성을 참회하는 힘겨운 수행이다.


붉은 가사를 입은 짱족 승려가 필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눈에 제가 보입니까?” 내가 “네”라고 말하자 곧바로 “그것은 작은 거짓말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나의 육체이지, 나의 정신은 볼 수 없기 때문에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공(空)이 무엇입니까”, “육체는 씻으면 되지만, 정신은 어떻게 씻지요?” 등 승려의 끊임없는 질문 세례에 마치 철학 강의를 듣는 듯하다.


도시를 떠나 딴 세상에 온 듯한 이번 간쑤성 출장에서 필자는 두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는 바쁜 일정 때문에 초원에서 하룻밤 머물지 못한 것이다. 밤을 지새면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못내 아쉽다. 다른 하나는 간쑤성 서부에 위치한 실크로드 관문 도시 둔황(敦煌)에 가지 못한 것. 둔황의 막고굴(莫高窟)과 월아천(月牙泉), 명사산(鳴沙山)이 그렇게 아름답다던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간쑤성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글|배인선(한국),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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