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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발의 수도’ 푸젠성 진장 세계 20%의 생산기지


2024-08-01      

1978년 말, 천다이진 팡자오촌 린씨 3형제가 4만 위안을 모아 진장현 최초의 연합 가족 경영 기업을 설립했다.


2022년 후난(湖南) 출신의 뤄구이나(羅圭納, 35)는 푸젠(福建)성 진장시에 위치한 푸젠해협그래핀산업기술연구원(福建海峽石墨烯產業技術研究院) 원장으로 부임했다. “부임 전 푸젠에 대한 인상은 영국 유학 당시 그곳에 있던 중국인 가운데 푸젠 출신이 제일 많았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진장에서 2년 동안 일한 뒤 뤄 원장은 ‘신기하다’라는 한마디로 푸젠의 인상을 함축했다.


“즐겨 먹던 야커(雅客) 쿠키와 사용하던 신신샹인(心心相印) 화장지, 안타(安踏) 운동화 같은 브랜드가 전부 진장시에서 탄생했다. 내가 연구하는 탄소 섬유 기술은 원래 방탄용이었다. 그러나 진장의 기업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이 기술을 신발 바닥용 소재로 사용하고 싶다며 원가를 낮출 수 있냐고 물었다. 진장에 오면서 고급 기술에 실용성이 더해지고, 과학 연구 성과가 일상생활과 더 밀접하게 연계되면서 활용도가 늘어났다.”


뤄 원장이 말한 ‘신기하다’는 것은 진장 경제가 가진 자체 브랜드 개발과 연구 개발(R&D) 혁신이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진장시 관할 천다이(陳埭)진의 발전은 진장의 발전 궤적과 거의 일치한다. 천다이진의 배경과 시작, 우여곡절, 산업구조 전환, 격상과 도약 역시 중국 민간경제 발전의 축소판이다.


진장의 첫 신발 공장

취안저우(泉州)만 삼각지대에 위치한 천다이진은 진장이 바다로 들어가는 입구 남단에 있는 중국 최대 신발산업 클러스터다. 38.4㎢ 규모의 작은 면적에 7천여 개의 신발 기업이 분포돼 있다. 이 가운데 95% 이상이 영세기업으로 이들은 연간 16억 켤레의 신발을 생산하는데 이는 중국 전체 생산량의 40%, 전 세계의 20%를 차지한다.

천다이진 내에 위치한 중국 신발도시 전자상거래 창업단지(中國鞋都電商創業園)에는 10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은 밤에도 분주히 돌아간다. 전기차, 삼륜차, 승용차 등 각종 소형 교통 수단이 신발 자재와 완성품 등 화물을 싣고 다소 혼잡한 도로를 서행한다. 눈앞에 펼쳐진 불야성을 보면서, 45년 전만해도 인구는 많은데 땅은 좁고 1인당 평균 소득이 50여 위안에 불과한 빈곤한 향진이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변화의 시작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다이의 농민 린투추(林土秋)는 신문에서 국가가 발표한 새로운 정책을 봤다. 개인이 기업을 설립할 경우 3년 동안 면세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기회라고 여긴 린투추는 친척과 친구들과 함께 진장지역 최초의 피혁 제조 공장인 양다이의류신발무역공장(洋埭服裝鞋貿廠)을 설립했다. 당시 이 ‘신발 공장’의 전 재산은 망치 한 자루, 식탁 하나, 가위 몇 개와 빌려온 가정용 재봉틀이 전부였고 공장 건물은 자신의 두 칸짜리 돌집이었다. 비록 생산 환경은 열악했지만, 그들이 생산한 가죽 신발은 물자가 귀했던 당시 출고되자마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린투추가 신발을 만들어 돈을 벌자 천다이진 주민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사람들은 돈을 모아 공장을 세우고 자기 집 방 한 칸을 공장으로 사용하며, 가정용 재봉틀을 꺼내 제화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한 가구가 촌 하나를 이끌고 촌 하나가 진 하나를 이끌며 1984년에 이르러서는 천다이진의 향진기업 수가 702개에 달하며 푸젠성 최초의 연매출 1억 위안 달성에 성공한 진이 됐다. “집집마다 불을 지피고, 가정마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여기저기서 딩딩둥둥 신발을 두들겨 만드는 소리가 났다.” 당시 하늘을 찌를 듯 뜨거운 생산 열기로 가득 찬 천다이진의 모습이다.


마침 80년대 신발 제조업이 타이완(台灣)에서 대륙으로 이전되는 시기와 맞물려 가내 수공업에서 산업화된 생산 방식으로 전환됐다. 천다이진과 진장 전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신발 공장이 아디다스와 나이키 같은 해외 스포츠 브랜드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운동화를 생산했다. 산업사슬의 말단이고 이윤도 비교적 낮았지만 해외 주문이 많을 때는 사업이 매우 번창했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가 닥치자 주문이 급감했고,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신발 공장 절반이 문을 닫았다.


지난 4월 19일 제25회 중국 국제신발산업 및 제8회 국제스포츠산업박람회가 푸젠성 취안저우 진장시에서 개막했다. 이탈리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7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508개 업체가 참가했다. 사진은 해외 바이어들이 러닝화를 살펴보고 있다.


OEM에서 ‘자체 브랜드’로

진장시 정부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998년 ‘브랜드로 시를 세운다(品牌立市)’는 전략을 시행했다. 정부는 현지 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도록 지도했고 우대 정책을 제정했으며, 상표 보호기금을 설립했다. 2002년에는 ‘브랜드 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기업의 국가급 브랜드 창출을 장려했다.


첫 번째 전환의 시작은 안타그룹이었다. 1991년 창립한 안타는 천다이진의 일반적인 소규모 OEM 공장에 불과했다. 위기 속에서 동종 업계가 가격을 낮춰 주문을 받자 창립자 딩스중(丁世忠, 54)은 해외 주문은 불안정하고 이윤은 점점 줄어드니 차라리 자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자체 브랜드 구축을 결심했다. 그러나 매출을 늘리려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중국 국내 스포츠 용품의 고급 시장을 선점한 상태였다. 강력한 경쟁자에 맞서 안타는 다른 길을 모색했고 ‘스포츠 스타+중국 관영 방송CCTV’ 라는 브랜드 홍보 방식을 창안했다.


1999년 안타는 회사 이익의 20%(약 80만 위안)을 투자해 중국 유명 탁구 선수 쿵링후이(孔令輝)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또 300만 위안을 투자해 CCTV 스포츠 채널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방영했다. 당시 생산라인 2개가 전부였던 안타의 규모에 비해 막대한 투자를 한 것으로 결사의 각오로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다행히 광고는 큰 성공을 거둬 “나는 내가 선택한 것을 좋아한다(我選擇, 我喜歡)” 라는 광고 카피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자 판매량도 대폭 증가해 1999년 안타의 매출액은 2천만여 위안에서 2억 위안으로 껑충 뛰었다.


안타의 성공은 1979년 린투추가 처음으로 만든 신발처럼 천다이진과 진장 관할 다른 지역의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달은 기업들은 마케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거액을 들여 유명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고 CCTV에 광고를 내보냈다. 무명에 가까웠던 현지 브랜드 운동화는 하루아침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2001년 천다이진은 ‘중국 유명 상표’를 21개나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브랜드 효과로 인한 번영 속에서 새로운 과제들이 하나 둘 쌓이고 있었다.


중국 유명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의 스마트 운동화 제조 작업장


생존하려면 혁신하라

맹목적인 생산 확대와 심각한 제품 동질화, R&D 혁신력 부족으로 매출 감소와 재고 누적, 가격 하락과 이윤 감소, 자금 부족 등 문제가 나타났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이 끝난 후 스포츠 용품 시장은 공급 과잉에 빠졌다. 기존 잘 팔리던 브랜드와 성공적 마케팅으로 전국 시장에 진출했던 기업이 2009~2012년 사이 재고 위기로 도산했다. 2017년, 안타의 창립자 딩스중은 회사 상장 10주년 기념식에서 “10년 전 무명의 기업이 지금은 이렇게 성장했고, 10년 전 그렇게 많던 대기업들이 지금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스타+광고’식의 브랜드 구축 전략은 일시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지만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제품의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했다. 이를 위해 진장시 정부는 2012년부터 중국 피혁 및 신발 제조 공업 연구원(진장)유한공사, 베이징그래핀기술연구원 등 수준 높은 과학 연구 플랫폼을 속속 도입해 기업이 ‘혁신 주도’의 길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과거 혁신은 더 잘 살기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해 혁신은 필수다.” “신기술, 신응용은 반드시 남보다 한 발 빨라야 한다. 다른 사람이 다 끝낸 후 시작하려면 ‘국물’ 조차 마실 기회가 없다.” ‘혁신’에 대해 진장의 기업가들은 보편적으로 긴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딩즈멍(丁志猛, 40) 천다이진 청년상회 회장도 그중 한 명이다. 현지 기업의 동향을 관찰한 딩즈멍은 “기업마다 자금력은 다르지만 신기술을 바짝 따라가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잘 나가는 신발 소재인 팝콘형 밑창의 경우 안타와 터부(特步), 361도(361度) 같은 대기업은 전용 R&D 자금을 투입한다. 중소기업도 대학교와 연구원 등과 주도적으로 협력해 신기술을 제품에 응용할 수 있는지 모색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연구기관의 연동

뤄구이나 원장은 중소기업 기술 연구 개발 수요와 관련된 경험이 많다. 2021년 12월, 진장시는 베이징그래핀기술연구원과 푸젠해협그래핀산업기술연구원 관리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정식 계약 체결 전 뤄 원장은 진장시 정부가 마련한 연구원과 기업 미팅에 참여했다. 미팅에서 뤄 원장은 취안저우시 싱다패션소재유한공사(星達鞋服材料有限公司, 이하 싱다)의 좡강쑹(莊剛松, 53)을 만났다. 싱다는 TPU(신흥 유기 고분자 소재) 멤브레인 전문 생산 기업으로 많은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었다.


“싱다는 이염 방지 기능이 있는 TPU 멤브레인 개발을 원했다. 미팅에서 좡강쑹이 나에게 개발 필요성을 피력했다.” 뤄 원장은 “TPU 멤브레인은 브랜드 로고를 옷과 신발에 인쇄할 때 쓰인다. 이염 방지 기능이 없으면 신발과 옷 바탕색이 로고로 퍼진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 한 곳만 이 기술을 갖고 있어 이염을 막으려면 고가의 원재료를 수입하거나 TPU 멤브레인과 옷, 신발 사이에 고무층을 한 겹 덧대야 했다. 이렇게 하면 비용이 상승한다. 따라서 이염 방지 TPU 멤브레인 기술 개발이 업계의 숙제였다”고 말했다.


미팅에서 연락처를 주고받은 이후 싱다는 수시로 뤄 원장에게 연락해 기술 개발 진척 상황을 확인했다. 뤄 원장은 기업의 진심을 느꼈고 진장시로 공식 파견을 오기도 전에 개발 업무에 들어갔다. 2022년 10월 고분자 소재 기술을 응용한 이염 방지 TPU 멤브레인이 연구개발에 성공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고 해당 년도에 싱다는 5천만여 위안의 영업 수익을 거뒀다.


“혁신만이 브랜드의 긴밀성을 유지시켜 주고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해 준다.” 좡강쑹은 “연구기관과 협력해 신기술 개발 결정을 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타 같은 대형 브랜드의 공급업체에 대한 요구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연구원과 협력한 이후 안타 내부의 공급 업체 평가에서 우리 회사 순위가 상승했고 주문량도 증가했다. 앞으로 우리는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해 해외 시장도 개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선에서 기업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자 연구원의 시야도 넓어졌다. “원래는 진장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인근 해역의 기름을 흡수할 수 있는 특수 해면을 개발한 것인데, 이것을 본 기업이 해면의 전도성을 이용해 정전기 방지 밑창을 개발했고 이것으로 안전화를 제작했다.” 뤄 원장은 “기업과의 협력으로 연구에 더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45년 오직 한 길 ‘신발산업’

1979년 천다이진의 첫 번째 신발 공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진장지역 전체의 옷과 신발 산업 규모가 3천억 위안을 넘어섰으며, 전세계 신발 제조 5분의 1을 차지하는 생산기지로 성장했다. 싱다 같은 수많은 중소기업이 완벽한 산업 클러스터에서 생존하고 있다. 그들은 안타, 터부, 361도 같은 선두 대기업이 업계 최고로 성장하는 데 견고한 기반을 제공했고 대기업의 기술 혁신을 바짝 뒤쫓고 있으며, 저마다 전문화된 원단과 밑창 등 분야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진장 사람들은 신발 제조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한다. “여기서는 신발 제작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부품, 연구 개발팀, 기술 인력을 다 찾을 수 있다. 진장을 벗어나지 않고도 신발 한 켤레를 만들 수 있다.” 천다이 출신 딩즈멍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 범위를 더 좁혀 천다이 내에서도 신발 한 켤레를 완성할 수 있다.”


“천다이진의 중국 신발도시 전자상거래 창업단지로 수많은 청년 창업자가 모이고 있다.” 딩즈멍은 창업자들의 발전에 관심이 매우 크다. “이곳에는 산업 기반이 갖춰져 있어 대부분 창업 방향이 신발 제조 산업인 경우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자전거용이나 영유아 신발처럼 고도화된 전문성과 세분화된 분야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소셜 미디어 시대 소비자의 선호도는 갈수록 세밀해지고 있다. 이는 작지만 아름다운 신규 브랜드 탄생에 기회가 될 것이다.”


수많은 국내 스포츠 브랜드를 배출한 진장 천다이에 다시 한 번 산업의 절정기가 다가오고 있다.


글 | 왕자오양(王朝陽) 사진 | 중국공산당 진장(晉江)시 위원회 선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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