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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기 도시들의 숨은 전략


2024-08-16      

지난 7월 15일, 구이저우성 쳰둥난 먀오족 둥족 자치주 룽장현 청베이신취체육관에서 ‘춘차오’ 경기가 진행됐다. 한 축구팬이 간이 의자를 들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VCG


최근 중국의 여행 시장은 전통적인 관광형에서 현대화된 휴양형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여행 소비 수요가 다원화, 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각종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가세로 더 신기하고 흥미로운 문화 관광 명소가 발굴되고 있다. 하나의 행사, 한 곳의 시장 그리고 특색있는 한가지 음식이 도시 전체가 ‘대박’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뜻밖에 유명해진 도시들은 더 많은 노력과 더 나은 서비스로 관광객을 사로잡아 방문객 수를 소비로 전환시켜, 입소문과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추어 축구대회로 유명해진 산골 도시

자동차로 구이저우(貴州)성 첸둥난(黔東南) 먀오(苗)족 둥(侗)족 자치주 룽장(榕江)현으로 들어가면 거리 곳곳에서 ‘향촌 축구 슈퍼리그’라는 뜻의 ‘춘차오(村超)’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호텔 옆 주차장에는 허베이(河北), 충칭(重慶), 허난(河南), 광둥(廣東) 등 지역 번호판을 단 차량이 가득 주차돼 있다.


청베이신취체육관(城北新區體育館)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응원단의 북소리와 냄비 뚜껑 치는 소리가 뒤섞이며 장내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시야를 넓혀보니 체육관 전체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설령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오더라도 관중의 열정에 금세 감염될 것 같았다.


룽장현은 1940년대 부터 축구를 접하기 시작했다. 80여 년의 발전을 거쳐 축구에 대한 대중적 기반이 두텁게 형성됐다. 룽장현은 매년 다양한 축구 대회를 개최하는데 이는 수십 년간 지속돼 왔다. 현재 룽장현에는 자발적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축구팀 35개가 있고 축구 선수는 12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5월, 룽장현 싼바오둥자이(三寶侗寨)와 메이샹(美鄉)촌의 슈퍼리그에서 한 마을 주민 선수가 ‘환상골’을 터뜨렸다. 축구공이 공중에서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상대방 골망 구석을 가르자 축구장 열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이 환호의 순간이 숏 클립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춘차오’는 온라인에서 일약 유명 관광지로 떠올랐다.


아마추어 축구 선수의 기술은 프로 선수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향촌 축구 슈퍼리그는 가장 진실하고 순수한 축구라고 할 수 있다. 실력 차이가 나더라도 모두 악착같이 뛰며 마지막 1분까지 양팀은 적극적인 공격에 나선다.


룽장현 중청(忠誠)진의 둥위헝(董宇恆, 35)은 낮에는 쥐안펀(卷粉)을 만드는 요리 장인이지만 저녁이 되면 유니폼을 입고 축구 선수로 뛴다.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니라 즐거움이다. 경기에서 져도 장내 아주머니들의 춤과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즐겁고, 이기면 상품으로 특산품을 받아서 좋다. 지치면 잔디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데 그 순간이 정말 편안하다.”


깊은 산간 지역인 룽장현은 사실 2020년 말에야 빈곤에서 탈출한 작은 도시다. 예기치 못하게 향촌 축구 슈퍼리그가 유명세를 타자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왔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5.1 노동절 연휴 기간 룽장현을 방문한 관광객 수가 40만 2천여 명에 달했고, 4억 1100만 위안의 관광수입을 거둬 들였다.


“예전에는 한 달에 4천여 위안을 벌었지만 지금은 1만 위안 넘게 번다.” 룽장현 청베이신취체육관 근처에서 오토바이 택시기사 왕자화(王家華)가 이렇게 말했다.


룽장현은 16개 민족이 함께 사는 현이다. ‘향촌 축구 슈퍼리그’를 개최와 더불어 룽장현은 각 소수민족의 특색이 살아 있는 행사도 개최해 ‘춘차오’라는 열차를 타고 문화 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체육관 밖 거리에는 다양한 음식 노점이 즐비하다. “소고기 꼬치가 하나에 단돈1 위안, 맛있어요”, “특산 쥐안펀, 맛있으면 또 오세요” 호객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룽장현은 농가의 소득 증대를 돕기 위해 무료 노점상 2200여 개를 마련해 주민들이 체육관 주변에서 운영하도록 장려했다.


2023년 룽장현 전체의 요식업 영업액은 12억 27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야간 소비 수입은 7억 322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41.5% 증가했다.


무형문화유산 전시 부스에서 바이베이(擺貝)촌 출신 자수 장인 장라오번(姜老本, 61)이 손님들에게 납염(蠟染, 천에 왁스를 바르고 높은 온도로 녹여 문양을 내는 기술)한 치마에 새겨진 먀오족(苗族) 토템과 축구 관련 요소를 설명하고 있었다.


룽장현 먀오족 의류 프로젝트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전승자인 장라오번은 현재 마을의 자수 명인들과 함께 먀오족 자수와 납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매주 주말 축구 대회가 열리는 저녁이면 부스 앞에서 분주한 그녀를 볼 수 있다.


여덟 살 때부터 할머니에게 자수와 납염을 배운 장라오번은 관광객이 자신의 작품을 인정해줄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가 만든 ‘춘차오’ 주변 상품들이 매우 잘 팔리고,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납염한 옷, 모자, 스카프가 잘 팔린다. 티셔츠 한 품목만으로도 한 주에 최고 매출액이 5000위안을 넘었다. 지난해 우리 집 연소득은 40만여 위안에 달했다.”


‘춘차오’는 바이베이촌의 발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관광객이 찾아오길 기다리던’ 것에서 주도적으로 발전의 사고를 전환해 ‘춘차오’로 유입된 관광객을 맞게 된 것이다.


바이베이촌 문화관광추천관에 갓 부임한 나윈란(納雲蘭)은 먀오족 자수가 새겨진 납염 의상을 입고 친구와 함께 ‘춘차오’ 경기장에서 먀오족의 전통 춤인 노생무(蘆笙舞)를 췄다. 나윈란은 남편과 저장(浙江)성에서 공장을 운영했었다. 지난해 ‘춘차오’가 큰 인기를 끌자 공장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을 결심했다. 지금은 문화 관광과 삼농산업에 종사하면서 온라인 판매와 라이브 커머스를 돕고 있다.


나윈란은 “예전에도 마을 사람들에겐 아이디어도 있었고 민족 문화 저변도 풍부했다. 하지만 적당한 발전 기회를 찾지 못했다. 지금은 매주 주말이 되면 마을의 민박이 모자랄 지경이다. 젊은이들도 고향으로 돌아와 식당이나 납염 자수 작업실, 매점, 민박 등 창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훙’에서 ‘창훙’으로, 서비스로 관광객을 사로잡다

2023년 새해 초, 산둥(山東)성 쯔보(淄博)시의 사오카오(燒烤, 바비큐)가 소셜 미디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대학생 쯔보 사오카오 먹기 투어단’ 등 화제성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쯔보는 ‘왕훙(網紅, 인터넷 스타)’의 도시가 됐다. 그해 쯔보시는 국내 관광 수입 약 630억 위안을 달성했다.


쯔보 사오카오는 매우 독특하다. 먼저 각 테이블에 빨갛게 달아오른 숯이 담긴 화로가 놓인다. 여기에 70~80% 미리 익혀 둔 꼬치를 올리면 손님은 자기 입맛에 맞게 굽는다.


꼬치가 기호에 맞게 익으면,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고기 꼬치 두 개를 가져와 소스를 찍은 뒤 납작하게 구운 샤오빙(小餅)에 올려 놓는다. 꼬챙이를 빼주고 산둥 특산물인 부드러운 파를 얹어 말아 먹는다. 샤오빙이 약간 짠 고기 맛을 적절하게 조절해주고 소스는 풍미를 한층 높여주며 파는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줘 입안을 가득채우는 조화로운 맛이 일품이다.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바비큐 식당을 쉽게 찾도록 쯔보시는 사오카오 매장 위치를 재배치하고 도심 버스 노선 대부분이 사오카오 매장을 커버하도록 했다. 특별히 ‘사오카오 지도’를 제작하고, 8개의 ‘쯔보 사오카오’ 전용 노선도 증설해 관광객이 기차역에서 전용 버스를 타면 사오카오 매장에 바로 도착할 수 있도록 했다.


열정적이고 손님 맞이를 좋아하는 쯔보 사람들도 쯔보시가 소셜미디어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로 손꼽힌다. 자원봉사팀을 꾸려 거리 환경미화를 하거나 휴일에는 기차역에서 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픽업 서비스를 펼친다. 미처 호텔을 예약하지 못한 관광객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시민도 있다.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이 있다. 미식이 지역 관광업을 발전시킨 사례가 많다. 하지만 관광 수용력이나 다른 가치가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인기는 쉽게 식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처음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이후 1년여 시간이 흘렀다. 쯔보시의 각 부처는 더 나은 ‘쯔보 사오카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기적인 업무 체계를 수립했다. 예를 들어 쯔보시 정부 민원센터는 사오카오와 관광 민원 신속 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관광객이 민원을 접수한 당일 처리를 목표로 해 문제가 익일로 넘어가지 않도록 했다. 또, 식품 안전 표본 검사를 강화해 사오카오 업장 집중 지역에 식품 신속 검사소를 설치했다. 분산된 사오카오 식당을 대상으로 순회 검사를 실시해 매일 현장에서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주차장 또한 신축 또는 확장해 관광객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올해 쯔보시의 관광 열기는 지난해보다 더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장뎬(張店)구의 바다쥐(八大局)시장에는 쯔보 사오카오와 지방 특색 먹거리를 판매하는 매장이 줄지어 있다. 평일 오후 3시경, 한 사오카오 노포 밖에 줄이 수십 미터 늘어서 있었다. 대기하는 사람들은 메뉴판을 들고 사전 주문했고, 쯔보 간식인 쯔미빙(紫米餅)이나 나이방(奶棒)을 들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평일에는 평균 7만 명 정도가 찾아오고, 휴일이나 명절에는 12만 명 이상이 찾아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둥원성(董文勝) 쯔보시 공안국 장뎬구 지국 체육관파출소 지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둥원성은 또, “1년 동안 새로운 정책을 모색한 결과, 우리는 단계별 안전 제도를 마련키로 했다. 하루 평균 유입 인구 5만 명 이하, 5~7만 명, 7~10만 명, 10만 명 이상으로 단계를 나누고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가령 10만 명 이상이 몰리면 파출소의 경찰과 민간 보조 경찰관 외에 기관 인력을 시장 출입구나 혼잡이 예상되는 도로에 파견한다. 여행객 압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시장 내 인원이 2만 명에 도달하면 입구를 폐쇄해 간헐적으로 입장을 허용하는 등 출입을 통제한다”고 덧붙였다.


작년과 다른 점이라면 올해는 상점 입구에 점포명과 점포 위치, 점주 이름, 점주 전화번호, 민원 핫라인 등 정보를 담은 민원 서비스 스티커가 붙어있다는 것이다.


“관광객에게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서 즉시 민원 핫라인으로 연락해 점포 위치 등 정보를 알려주면 된다. 시장 관리사무실 직원이 즉시 출동해 각 상황에 따라 시장 관리감독, 공안, 상무 등 관련 부처와 함께 신속히 처리한다.” 양광(楊光) 장뎬구 시장관리감독국 체육관 시장관리감독소 소장의 말이다.


뜨거운 숯불, 향기로운 바비큐에 친절한 서비스가 결합돼 쯔보만의 독특한 매력을 형성했다. 이는 쯔보가 ‘왕훙’에서 오랜 인기를 유지하는 ‘창훙(長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장 아러타이시 퉈러하이터(托勒海特)초원이 푸르게 펼쳐져 있다. 목동이 방목하는 동안 말 무리가 초원을 질주하며 ‘만마분등(萬馬奔騰)’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CNSPHOTO

 

풍부한 문화 관광 상품으로

드라마로 유입된 관광객을 사로잡다

올해 5월, 드라마 <나의 아러타이(我的阿勒泰)>가 인기리에 방영돼 신장(新疆) 아러타이 지역이 중국에서 새로운 ‘인기 명소’로 떠올랐다. <나의 아러타이>는 아러타이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한족 여성 리원슈(李文秀)가 현지 카자흐족 목축민과 어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변방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과 유목민들의 생활 방식을 담아내 큰 인기를 얻었다.


통계에 따르면 드라마 방영이 완료된 5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 동안 아러타이 지역으로 관광객 105만 200명이 방문해 전년 동기 대비 70.07% 증가했다. 관광 수입은 8억 13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97% 증가했다.


과거 아러타이는 주로 자연 풍경과 빙설 스포츠로 관광객을 유치했다. 드라마로 인한 열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아러타이는 현지의 역사와 문화, 민족 정취 등 자원을 발굴해 ‘극중 인물 발자취 투어’, ‘자연 경관 비밀 탐험’ 등 흥미로운 관광 노선을 개발했고, 지역 특색을 지닌 다양한 문화 관광 상품도 출시했다.


아러타이 문화관광국은 여행자들이 드라마 속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고자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의 아러타이>에서 나온 매점을 복원하고 검은 비누와 자작나무 수액 등 드라마에 등장한 상품을 집중 판매하고 있다. 원슈 다리와 고독한 나무, 옛 장터 등 촬영지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이를 위한 지도도 특별 제작했다. 이 밖에 <나의 아러타이>를 기반으로 경마와 씨름 등 다채로운 스포츠 행사를 마련하고 ‘양치기 목축 체험’, ‘나도 리원슈처럼’ 줄거리 숏폼 촬영 체험 등 상품을 출시했다.


아러타이는 여행 서비스 품질 면에서 기본적인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예를 들어 이동식 화장실 확충, 구간 버스 노선 최적화, 생태 주차장 증설, 드라마 속 장면에 어울리는 표지판 설치, 쓰레기통 추가 설치 등이다. 또한 물가 안정화, 호텔과 민박 등 숙소 품질 향상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 관광객이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관광 시장이 회복되고 활성화됨에 따라 도시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부각시켜 전국 각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활기차게 부활한 관광 시장은 여행자들에게 다채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다.


글 | 리자치(李家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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