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6
구이저우 첸시난(黔西南) 부이(布依)족 먀오(苗)족 자치주 싱이(興義)시에 위치한 완펑림(萬峯林)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유채꽃밭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VCG
‘어디 갈까’, ‘뭐하고 놀까’, ‘어떻게 놀까?’ 최근 몇 년간 중국 소비자의 니즈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개성화되면서 사람들의 여행 선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새로운 여행 방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효율을 추구하는 ‘특전사식 여행’
올해 음력 설인 춘제(春節) 때 19세 량잉(梁映)은 인생 첫 번째 ‘특전사식 여행’을 완수했다. 그는 대학 동기와 함께 광시(廣西) 좡(壯)족 자치구에서 베이징(北京)까지 여행했다. 3일 만에 베이징 고궁(故宮), 톈안먼(天安門), 장성(長城), 이화원(頤和園) 등 관광 명소 10여 곳을 방문하고 베이징 카오야(烤鴨, 오리구이)와 자장몐(炸醬麵)을 먹었으며 옛 베이징 골목인 후퉁(胡同) 문화도 체험했다.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량인은 하루 평균 3만 보를 걸으면서 유명 관광지를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그는 “피곤하지만 매우 즐겁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특전사식 여행’이 중국 젊은 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전사식 여행’이란 최소한의 시간과 경비로 최대한 많은 곳을 여행하는 것으로 고효율, 저비용, 극한의 도전이라는 특징을 앞세워 젊은 층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냈다. 자신의 일상 공유를 즐기는 젊은 층의 특징도 ‘특전사식 여행’이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데 한몫했다.
“‘특전사식 여행’의 목적지는 대부분 관광 명소들이 밀집돼 있고 기차와 고속철, 시내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다. 높은 체력을 요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층에게 가장 적합하다.” 21세인 산둥(山東) 청년 우둥밍(吳東明)은 ‘특전사식 여행’ 베테랑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힘들긴 하지만 여행으로 얻는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특히 자금과 시간이 비교적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특전사식 여행’은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좋은 방식 중 하나”라고 단언했다.
‘특전사식 여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박 겉핥기식 관광에는 참된 여행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올해 벌써 세 차례나 ‘특전사식 여행’을 다녀온 바오딩(寶丁, 20)은 누구도 ‘여행의 의미’를 정의할 수 없다며 본인의 즐거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대, 30대, 40대가 보는 풍경이 각각 다르다. 어쩌면 나도 30대, 40대가 되면 여유롭게 경치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제 갓 스무 살인 나는 청춘의 충동과 체력의 도전을 더 즐기고 싶다!”
대학을 갓 졸업한 샤펑(夏棚)은 인턴십이 끝나자마자 ‘특전사식 여행’을 시작했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남역에서 출발해 20일 동안 윈난(雲南)성 쿤밍(昆明)과 다리(大理), 광시 좡족 자치구 구이린(桂林),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과 선전(深圳) 등 15개 도시를 여행했다. “여정이 빠듯했지만 배운 점이 많았다. 미리 많은 준비를 해 각 명소의 의미도 진지하게 느끼고 왔다. 다들 ‘특전사식 여행’이 너무 피곤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많은 곳을 가보고 세상을 느끼는 행복감이 신체적 피로보다 훨씬 크다.”
느림의 여행 미학 ‘시티워크’
흥미로운 점은 빠른 리듬의 ‘특전사식 여행’과 반대되는 시티워크(Citywalk)가 최근 젊은 층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티워크(도시 산책)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원래는 전문가가 팀을 이끌고 특정 노선을 걸어 다니며 도시의 역사문화 지식을 배우고 나누는 사교 활동이었다. 오늘날 중국에서 시티워크는 도시의 거리와 골목을 천천히 거닐면서 그 도시를 깊이 체험하는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산둥성 쯔보(淄博)시에서 온 장샤오(張曉, 43)는 올해 5.1 노동절 연휴 기간 아이와 베이징을 여행했다. 아이가 베이징의 역사와 문화를 더 잘 이해하도록 그는 전문 가이드가 이끄는 시티워크 프로그램을 신청해 베이징의 독특한 후퉁들을 누볐다. “옛 사진들과 전문 가이드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됐고 아이와 나 모두 풍성한 성과를 얻어 보람을 느꼈다.” 장샤오는 “시티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걸어 다니면서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고 새로운 발견도 하게 돼 특별하고 신선한 경험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고 말했다.
전문 가이드와 함께 하는 시티워크 외에도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스스로 여행 루트를 설계하는 것도 젊은 층이 선호하는 시티워크 방식이다. 언닝(恩寧)로 치러우(騎樓)가를 걷고, 잘 보존된 근대 건축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골목골목 숨은 맛집에서 현지 음식을 먹는다. 올해 27세인 쉬나(徐娜)는 친구와 함께 광저우를 거닐면서 과거와 현재가 잘 융합된 이 도시를 제대로 만끽했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현지인이 땅에 떨어진 목면화를 줍는 것을 보고 다가가 물어봤다. 그녀는 몇 송이 건네 주면서 꽃을 말리면 국을 끓일 수 있다고 알려줬다.” 쉬나는 직접 걸어다니며 도시를 가늠하고 현지 주민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시티워크는 놀라움과 즐거움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시티워크가 타지에서 온 관광객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지역 주민도 자기 동네를 산책하는 ‘작은 여행’을 할 수 있다. 녹음이 무성한 상하이 헝산(衡山)로에서 푸싱(復興)로 역사문화풍경보호구까지는 ‘우퉁구(梧桐區)’라는 기억하기 더 좋은 이름이 있다. 이곳에는 정원식 양옥이나 역사적 건축물은 물론 북카페와 아기자기한 작은 상점들이 즐비하다. 근처 회사에 다니는 왕이항(王一航, 32)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산책한다. “집과 회사만 오가는 생활을 해 정작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도시를 산책하면 ‘사라진 주변’을 새삼 발견하게 되고 이 도시에 소속감이 생기며 멋 곳을 여행한 것처럼 힐링된다.”
시티워크의 열풍은 점차 대도시에서 지방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걷기를 통해 한 도시를 새롭게 알아가고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산시성 시안시 대당불야성 내 새로운 왕훙(網紅) 인증샷 명소인 ‘창안12시진’ 테마 거리 사진/VCG
‘역행 여행’, 숨겨진 여행지 새로운 총아로 떠올라
올해 단오절 연휴(6월 8~10일)에 자오신(趙欣, 29)은 구이저우(貴州)성 싱이(興義)시를 여행하기로 했다. ‘사람은 적고 경치는 좋은 곳’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다. “이곳은 친구가 추천해줬다. 친구가 지난해 10·1 국경절 연휴에 다녀왔는데 자연 풍경도 아름답고 음식도 맛있고 구이양(貴陽) 같은 유명 도시보다 관광객도 훨씬 적어서 나처럼 인파가 많은 곳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딱 맞았다.” 자오신이 웃으며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자오신처럼 관광객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를 ‘출석 체크’ 하듯 여행하는 대신 인적이 드문 특색있는 소도시를 찾아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랴오닝(遼寧)에서 온 왕린(王琳)은 겨울이면 따뜻한 하이난(海南)을 찾는다. 그녀는 싼야(三亞)와 하이커우(海口) 같은 유명 도시보다 섬 내부의 비교적 덜 알려진 도시를 탐험하는 것에 푹 빠졌다. “원창(文昌)시에서 정통 라오바차(老爸茶)를 마시고 완닝(萬寧)시에서 서핑을 즐기고 바오팅(保亭)시에서는 온천을 즐긴다.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고 생활 리듬이 느리며 소박한 분위기여서 자유롭고 편안하다. 몸과 마음이 진짜로 쉬어가는 느낌이 들어 ‘역행 여행’ 방식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국내 여행에는 ‘인기vs비인기 불균형’ 문제가 존재했다. 일부 인기 여행지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반면, 독특한 자원을 가진 많은 소도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역행 여행’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고 무명의 소도시도 왕성한 여행 수요 중에서 더 많은 파이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펑라오(馮饒) 마펑워(馬蜂窩)여행연구원 원장이 이렇게 전망했다.
펑라오는 “‘역행 여행’의 목적지는 단순히 사람 적은 곳이 아니다. 독특한 흡입력이 있어야 ‘선택’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윈난(雲南)성 망(芒)시는 변방의 작은 도시였지만, 지난해 ‘과일 40t 무료 나눔’ 행사로 인기 검색어에 오르면서, 동남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보물 같은 도시로 주목을 받았다. 관광 도시와는 거리가 멀었던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시는 ‘지유홍루몽·희극환성(只有紅樓夢·戲劇幻城)’ 프로젝트로 유명세를 타 홍루몽 팬들의 순례 성지가 됐다. “‘역행 여행’ 열기로 많은 소도시가 발전 기회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들이 상기해야 할 점도 있다. 관광 관련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새로운 체험거리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실감나는 ‘몰입식 여행’
장면마다 새로운 연출로 관객과 배우의 경계를 허물고 극중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고색창연한 거리에서 관광객은 시공을 뛰어 넘어 천 년 역사에 닿는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체험 경제의 부상으로 몰입식 여행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치를 보는 것에서 ‘경치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다.
“창안(長安) 12시진(時辰) 테마거리에 들어서자 화려하고 번성한 당나라 시대 창안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가무 공연에 당나라의 운율이 흘러 넘쳤고 당나라 복식을 갖춘 한 직원과 함께 시를 퇴고하기도 했다. 뜻밖에 현장법사도 만나 그가 가진 ‘통관 문첩’에 도장도 찍었다!” 쓰촨성에서 온 리유(李悠, 31)가 흥분해서 말했다.
중국 최초의 몰입식 당나라 저잣거리 생활 지구인 산시(陕西)성 시안 대당 불야성(西安大唐不夜城) 내에 위치한 창안 12시진 테마 거리는 2022년 4월 개장한 이후 급속도로 유명해지면서 올해 1월 기준 누적 방문객이 350만 명을 넘었다.
쩌우린펑(鄒林豐) 산시문화여행 주식유한공사 회장은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장인 100여 명을 초빙해 8000여 개 이상의 등불과 각종 소품을 수공 제작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당나라풍 건축물을 감상하고 창안 음식을 맛보며 투호 등 당나라 전통 놀이도 체험하면서 한바탕 흥겨운 당나라로의 여정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구상한 이유는 기존의 관광 자원으로는 관광객과의 친밀감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몰입식 체험을 통해 여행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해 대당시대 창안의 참 멋을 느끼길 바란다.”
다양한 몰입식 체험 참여를 통해 여행자들은 과거 단순한 관광지 구경에서 벗어나 관광지에 융합돼 그곳의 일부가 된다. 더욱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전통 문화를 느끼고 그 도시의 매력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여행은 더 이상 명소만 둘러보는 것에서 벗어나 풍부한 체험과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는 일종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발맞춰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계속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에 활력과 아름다움의 색채를 입혀줄 것이다.
글 | 돤페이핑(段非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