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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순더구 베이자오진 가전 요충지의 혁신과 성장


2024-08-01      

전 세계 천장형 에어컨 배수펌프 기계 10대 가운데 8대가 광둥성 포산시 순더구 베이자오진의 러푸다전기유한공사(樂普達電機有限公司)에서 제조한 것이다. 사진은 러푸다전기유한공사 생산라인 모습이다. 사진/IC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시 순더(順德)구에 속한 베이자오(北滘)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완전한 백색가전 산업사슬과 소형가전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베이자오진은 국내총생산(GDP) 1천억 위안(약 18조 9940억원)을 돌파해 중국에서 4번째, 광둥성에서 2번째로 GDP 1천억 이상의 진이 됐다.


중국 가전 제조업의 요충지인 베이자오진은 메이디그룹(Midea Group, 美的集團) 등 세계 500대 기업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3천여 개의 가전 생산 및 조립 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들 기업은 전자상거래 경제의 자극 속에서 소비자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痛點)’에 전략적으로 대처하거나 ‘자기 혁명’을 통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등 변화 속에서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소형가전 브랜드의 굴기

베이자오진을 거닐면 우뚝 솟아오른 고층 빌딩과 곳곳에 늘어선 공장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겉으로 허름해 보이는 건물 뒤에는 가전제품 특정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회사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베이자오진은 소형가전 기업들의 놀라운 성장을 목격한 곳이다. 이 기업들은 단일 핵심 제품(킬러제품, 히트상품 등)으로 시장으로 빠르게 장악한 후 사용자들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보완해 나가며 신제품을 출시하는 방법으로 기업의 몸집을 키웠다. 광둥 더얼마(Deerma, 德爾瑪)과학기술주식유한공사(이하 더얼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창립한 더얼마의 첫 제품은 당시 시장의 공백을 메웠던 가습기였다. 리쥔웨이(李軍衛) 더얼마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2011년 동료와 베이징(北京)으로 출장을 갔다가 호텔에 있는 가습기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베이징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조사했다. “당시 한 기업이 가습기 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제품의 단점은 매우 분명했다. 1~2리터 용량에 소매가 200~300위안 가습기의 용량은 1~2리터에 불과해 새벽 2~3시가 되면 물이 고갈돼 다시 채우라는 경보음이 울린다. 밤새 사용할 수 있는 4리터 용량 가습기는 1000위안 이상이라 대부분 소비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날 아침까지도 사용가능한 가성비 좋은 신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가습기를 생산한 더얼마는 기존 시장의 동일 사양 제품보다 30%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고 톈마오(天貓)와 징둥(京東) 같은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판매를 개시했다. 당초 수억 위안 규모의 매출을 기대했으나 이 제품은 단시간에 히트 상품이 돼 3개월 만에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이때부터 더얼마는 소형가전의 특정 분야를 공략했고 이같은 차별화 전략은 기업의 경쟁력이 됐다. 리쥔웨이는 제품 차별화 외에 전자상거래의 빠른 발전 역시 소형가전 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며 “전자상거래가 없었다면 소형가전 기업은 발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메이디와 하이얼(Haier, 海爾) 같은 업계 선두기업이 절대 강자이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 가전기업이 20년 걸려야 할 것을 지금은 2~3년이면 희망을 볼 수 있다.”


십여 년의 노력 끝에 더얼마는 연매출 20억 위안이 넘는 혁신형 가전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에는 필립스의 건강음료 부문을 인수해 글로벌 진출의 첫 발을 내딛었다. 2023년 더얼마의 해외 매출은 4.5억 위안에 달했고 이 가운데 85%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연선국가에서 발생했다. “올해 우리는 ‘북미시장 개척’ 프로젝트를 가동해 북미시장의 매출을 2~3배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리쥔웨이는 설명했다.


2022년 3월 31일, 광둥성 포산시 순더구 베이자오진의 메이디 세탁기 제조공장에서 인공지능(AI) 자율 프로그램이 탑재된 고속 배치 로봇이 사람의 도움 없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VCG

 

변화 속 전진하는 선두기업

베이자오진의 많은 기업 가운데 메이디그룹이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빨리 발전한 기업이다. 선풍기로 시작한 메이디는 여러 해 동안 발전을 거치며 거의 모든 가전 제품 라인으로 생산을 확대했고 핵심 기술 또한 보유하게 됐다. 2023년 미디어는 4억 대 이상의 가전제품을 전 세계로 판매해 3737억 위안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천춘화(陳春花) 베이징대학 국가발전연구원 BiMBA 원장은 메이디그룹의 기업 자문을 맡은 바 있다. 그는 메이디의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혁신’을 꼽았다. “2000년, 메이디는 중국 가전 업계 최초로 사업부 경리제(전문경영인 체제) 개혁을 추진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로 발전하면 대표 한 사람의 단독 의사 결정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전문 인재를 도입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대표의 안목과 부를 나누려는 배포가 필요하다.” 경영 구조개혁을 단행한 메이디는 중국 가전 발전이라는 고속 성장 궤도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메이디는 두 차례 대대적인 ‘자기 혁명’을 진행했다. 2011년, 당시 메이디그룹은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수익성이 낮았다. 메이디는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내부 전략 혁신을 단행했다. 4년이 지난 2015년, 메이디그룹은 제품 종류를 2만 2천종에서 2천종으로 대폭 줄였고, 기업 부채율도 67.4%에서 56.5%로 감소했으며, 자기 자본은 마이너스(-) 51억 위안에서 649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2022년, 메이디는 다시 한 번 ‘자기 혁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형가전 분야 ‘대수술’을 단행해 900여 개 세분화된 제품을 생산 중단했다. 로봇과 자동화, 신에너지차 부품 등 전략적 신흥 산업에 힘을 집중시켰다. 그해 가전 이외 사업 매출은 약 900억 위안을 기록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두 차례 단행한 ‘자기 혁명’에서 메이디는 글로벌 가전 분야의 선두로 성장했고 종합 가전 제조기업에서 현대 과학기술형 테크기업으로 전환했다. “기업의 생명력은 산업 주기를 넘나드는 데 있다.” 팡훙보(方洪波, 57) 미디어그룹 회장 겸 총재는 산업의 큰 흐름과 변화와 혁신에 순응하는 것이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생성형 AI 챗GPT(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등 AI 거대 언어 모델(LLM) 응용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생성형 AI기술의 발전 전망이 밝다는 것을 인식했다. 오랫동안 AI 과학기술 산업화를 이끈 메이디그룹도 새로운 AI 거대모델 흐름에 신속히 합류했다.


2023년 10월 16일 메이디그룹은 ‘메이디 홈 브레인(Midea’s Home Brain)’ 스마트 능동형 서비스 엔진을 출시했다. 이 엔진에는 중국 가전제품 분야 최초의 AI 거대모델인 ‘메이옌(美言)’을 탑재해 스마트 조리, 스마트 세척 등 8개 주요 업무 시스템을 지원, 대부분의 실생활에 적용돼 사용자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사실, 메이디그룹은 일찍이 2012년부터 디지털 인터넷 시대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더 높은 요구를 제시할 것이라고 인식했다. 신시대의 ‘메이디’를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기술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11년 발전을 거쳐, 세계적인 과학기술 기업으로 성장한 메이디는 매년 전 세계 4억 명 이상 이용자와 협력 파트너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오랫동안 AI와 첨단기술 혁신을 진행한 메이디그룹은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맞았다. 탕젠(唐劍) 미디어그룹 수석 AI관 겸 AI혁신센터 총경리는 “2023년 메이디는 과학기술 R&D 분야와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130억 위안 이상을 투자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디지털과 생활을 심도 있게 융합하고 스마트 생활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라고 말했다.


‘천억소진(千億小鎮)’의 신성장 트랙

40여 년 전부터 중국의 가전산업은 베이자오진이 위치한 순더와 주변 지역 중산(中山), 산수이(三水) 등지에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베이자오진에는 “여기선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못 만들 가전제품이 없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차를 타고 베이자오진을 한 바퀴 돌면 크고 작은 가전제품 생산 업체와 부품 제조 업체를 쉽게 볼 수 있고, 이들은 가전제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제공할 수 있다.


라이샤오밍(賴曉明) 순더 가전상회 비서장은 순더의 ‘가전 도시’와 베이자오의 ‘가전 요충지’라는 지위는 2000년 이후 확립된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메이디그룹의 창립자이자 당시 대표이사였던 허샹젠(何享健, 82)이 순더 상화 회장에 취임한 이후 중국 기업은 반드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2002년과 2003년, 메이디그룹 직원들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일 퀼른 생활가전박람회에 참가해 뚜렷한 경제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2004년 순더 정부가 1천만 위안을 투자하고 상회가 2천여m2 규모의 전시 부스를 임대해 300여 명을 독일 퀼른 박람회에 참가하도록 했다. “당시 순더에서 온 가전 부스가 박람회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해외 업체들은 자신이 협력했던 수많은 기업이 모두 순더에서 왔고 심지어 같은 베이자오진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신뢰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후 10년 동안 순더와 베이자오진의 가전 수출량은 10배 이상 증가했고, 수많은 외자기업이 베이자오를 지명해 제품 가공을 맡겼다.” 라이 비서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전 요충지인 베이자오진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산업 클러스터의 이점을 축적해 내수 시장은 물론 나아가 전 세계에서 규모가 제일 크고 제품 종류가 가장 다양하게 완비된 가전부품 산업사슬을 형성했다. 탄탄한 제조업 역량도 상업 서비스업에 안정적인 시장 공간과 풍부한 제품 자원을 제공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우위를 지키려면 베이자오진도 신성장 트랙(新賽道, 신기술과 새로운 모델을 핵심 경쟁력으로 하는 신흥 분야)을 부단히 모색해야 한다.


최근 들어, 스마트 로봇 산업이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며 베이자오진의 미래 주요 발전 방향 중 하나가 됐다. 베이자오진은 한스로봇(Han’s Robot, 大族機器人)선진제조집중시범단지, 순더 로봇 밸리 등 여러 산업 단지를 조성했고, 해외 유명 산업용 자동화 로봇 선두 기업인 쿠카(Kuka)와 보즈린(博智林), 중다리더(中大力德), 퉈예즈넝(拓野智能) 등 유명 로봇 기업이 베이자오진에 속속 입주하고 있다. 로봇과 스마트 제조가 주도하는 현대화 신흥산업 체계의 초석이 모양을 갖춰가고 있으며 이는 베이자오진 경제 발전의 또 하나의 강력한 지지대가 됐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떠한 기업도 100% 안정적일 수 없으며 변화만이 불변의 진리다.” 정커(鄭軻, 58) 포산시 당위원회 서기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디지털화와 스마트화가 제조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생존의 길이며 변화와 혁신으로 베이자오진은 전통적인 가전 제조 요충지에서 첨단기술 산업 중심지로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글 | 돤페이핑(段非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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