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6
‘저우자반’ 회원들이 보린라바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왕한핑(王漢平)
쑤저우(宿州),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이곳은 풍부한 역사 유적과 고사로 유명할 뿐 아니라 독특한 문화 전통과 예술 형식의 온상이기도 하다.
종규의 고향에서 종규를 그리다
종규(锺馗)는 중국 민간 전설에서 귀신을 쫓고 악을 물리치는 신이다. 전설에 따르면 종규는 링비 사람으로 생김새는 못났지만 학식이 높고 성격이 강직하며, 악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요괴를 쫓고 귀신을 잡는 것에 능했다.
종규에 관한 전설과 이야기는 대대로 전해져 왔다. 특히 민간에서는 종규의 초상화를 집에 붙여 액막이 하는 풍습이 있다. ‘종규의 고향’인 링비에서 종규화는 당나라 때 시작돼 송나라 때 성행했고 지금까지 천 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링비현 고급직업기술학교에서 종규화 전승자 인팅팅(尹婷婷)이 학생들이 그린 종규화를 응시하고 있다. 종규가 발로 기린을 밟고 있거나 손에 장검을 들고 있기도 하다. 머리칼과 수염이 바람에 날리거나 어떤 그림은 두 눈을 부릅떠 무서운 기세를 뿜어 내는 등 학생들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종규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모습이다.
“할아버지께 종규화를 배웠다. 할아버지는 평생 종규를 그렸다. 나도 이 예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이다. 종규화가 앞으로 학생들의 삶의 일부가 됐으면 좋겠다.” 할아버지처럼 평생 종규화의 매력을 알리고 천 년 넘게 이어진 불씨를 다음 세대에 직접 넘겨주는 것이 인팅팅이 자신과 한 약속이다.
링비기석문화원에 전시된 경석 사진/왕한핑
‘노래하는’ 돌
옆 교실에서 이따금 딩딩당당거리는 듣기 좋은 소리가 들려온다. 학생들이 돌에 종규를 새기는 연습을 하는 소리다.
‘캔버스’에 해당하는 돌은 링비의 특산물인 경석(磬石)이다. 두드릴 때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나서 고대에는 악기 제작에 많이 쓰였다. 경석으로 만든 경석금(磬石琴)은 오늘날 ‘동양의 피아노’라 불리며 국제 무대에도 여러 차례 올랐다. 학교에서 경석금을 가르치는 양후이민(楊慧敏) 교사는 동아리 학생들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넌 웃을 때 정말 예뻐(你笑起來真好看)>를 합주하고 있었다. 귀를 즐겁게 하는 경석금의 청아한 소리가 봄날의 캠퍼스에 울려 퍼졌다.
독특한 모양의 천연 경석은 음악 연주 외에 소장 가치도 풍부해 원림 조경이나 실내 장식에도 많이 사용된다. 링비기석문화원에는 진귀한 천연 경석이 많이 소장돼 있다. 기석은 종규, 우희와 더불어 ‘링비삼보(靈璧三寶)’라고 불린다.
떠들썩한 보린라바
학생들의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위해 링비현 고급직업기술학교는 다양한 무형문화유산 동아리를 개설했다. 수업 시간이 되면 긴 복도 양쪽이 떠들썩해진다. 맞은편 교실에서 가슴을 울리는 보린라바(菠林喇叭) 공연이 시작됐다.
보린라바(쇄납·嗩吶, 중국 전통의 더블리드 목관악기)는 보린의 민간 예술 중 하나다. 링비 보린촌의 민간 취타악 그룹인 ‘저우자반(周家班)’은 젊은 학생들 중에서 차세대 전승자를 양성하기 위해 이 무형문화예술을 학교로 들여왔다.
“보린라바로 음악 연주는 물론 사람 소리도 흉내낼 수 있다. 내 할아버지 세대 사람들은 일상적인 교류 활동으로 쇄납을 애용했다.”
보린라바 계승자인 저우번인(周本銀)은 우리에게 ‘한 수’ 보여주겠다고 했다. 독특한 모양의 부는 곳이 두 개인 작은 쇄납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작은 그릇을 쇄납 앞에서 계속 돌렸다. 때론 여성이 구성지게 노래하는 소리가, 때론 남성이 큰 소리로 노래하는 소리가 나는 듯 해 황매희(黃梅戲, 안후이 지방의 전통극)의 <천선배(天仙配)> 단락을 매우 생생하게 흉내냈다.
올 1월, 링비 보린라바는 2024년 용의 해 전(全) 일본 화교 춘완(春晚, 설맞이 특별 공연) 무대에 올라 갈채를 받았다. 쇄납은 음색이 높고 낭랑해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합하다. 중국에서는 민간의 혼례나 명절 등 중요한 행사에서 흥을 돋우는 쇄납 공연이 빠지지 않는다.
200km 밖에 위치한 당산(碭山)현의 활짝 핀 배꽃 바다에서는 지금도 왁자지껄한 쇄납공연이 한창이다.
글 | 차이멍야오(蔡夢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