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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DVD 플레이어부터 로봇청소기까지...한국인의 귀국 필수템 변천사


2024-08-01      


“귀국할 때 무조건 로봇청소기 사서 들어가세요. 한국에서 해외 직구로 사는 것보다 가격도 더 저렴하고 좋잖아요.” 귀국할 때 중국에서 뭘 사 가지고 들어가면 좋겠냐는 필자의 질문에 돌아온 지인들의 대답이다. 이제 한국 주재원들 사이에서 중국산 로봇 청소기는 귀국 필수템이 됐다.


물걸레와 먼지 흡입 청소 기능을 동시에 갖춘 것은 물론,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 성능도 뛰어나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거실 바닥에서 물걸레질을 하다가 카페트 등 장애물이 나타나면 물걸레를 스스로 위로 올리니 청소 전 카페트를 치울 번거로움도 없다며 사용자들은 “청소에서 해방됐다”고 만세를 부르기도 한다.

한국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중국산 로봇청소기 제품을 살 수 있지만 디자인이 한정적인 데다가 가격도 비싸서 다들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직구로 구매한다고들 한다. 우리나라 로봇청소기 3대 가운데 1대는 중국 기업 제품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사실 로봇청소기는 AI와 자율주행을 비롯해 고정밀 내비게이션, 매핑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중국 유명 로봇청소기 기업들의 첨단 하이테크 투자도 엄청나다. 중국의 한 매체가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전기차와 배터리, 중국 첨단기술 기업의 해외 진출 교과서가 됐다”고 묘사할 만하다.


필자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2000년대 초반 한국인 유학생들의 귀국 필수템은 DVD 플레이어였다. 당시 귀국하는 한국인 유학생의 손마다 붉은색 박스로 포장된 ‘부부가오(步步高)’ DVD 플레이어가 들려 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부부가오, 점점 높아진다는 뜻으로 중국의 전자제품 회사 기업 이름이다. 지금은 중국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 오포(OPPO)와 비보(VIVO)를 탄생시킨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DVD 플레이어 회사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 제품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부부가오 DVD 플레이어는 한국 학생들이 중국 유학의 무료함을 달래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중국 현지에서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중경삼림(重慶森林)’,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패왕별희(霸王別姬)’ 같은 영화 DVD를 구해 부부가오 플레이어로 감상하는 게 유학생활의 재미 중 하나였다.


DVD 플레이어부터 로봇청소기까지, 한국인의 귀국 필수템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 ‘스테디셀러’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이주(白酒)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옌타이구냥(煙臺古釀) 바이주만 즐겨 먹었던 필자는 중국에 와서야 비로소 드넓은 바이주 세계에 눈을 떴다. 마오타이(茅台)·우량예(五粮液)·펀주(汾酒)·멍즈란(夢之藍)·수이징팡(水井坊) 등 중국에선 전국 각지의 바이주 명주를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 바이주에 붙는 관세율이 180%에 달하니, 중국에서 한 병에 1000위안(약 19만원)이 넘는 고급 바이주는 한국에서 사 마시기가 쉽지 않다. 중국에서 구입한 바이주를 선물하면 한국에서 인기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예전부터 중국에 올 때마다 항상 구입하는 나만의 ‘귀국 스테디셀러’가 있다. 바로 중국 책이다. 필자는 중국에 여행이나 출장을 올 때마다 서점에 꼭 한 번씩 들르는 게 습관이 됐다. 한국에서 좀처럼 중국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직업병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집에 가면 책장에 쌓아만 놓고 읽지 않은 중국어 원서가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필자는 계속해서 책을 사다 나르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읽지 못해도 언젠가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읽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소설가 김영하도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거라고” 하지 않았는가. 

 

글|배인선(한국),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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