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6
2023년 9월 17일, 신장(新疆) 창지(昌吉)후이(回)족 자치주 후투비(呼圖壁)현 위안후춘(園戶村)진 농촌행복대원(農村幸福大院)에서 직원이 노인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VCG
요양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의 삶은 외롭고 답답할까? 이들은 모두가 태극권과 광장무(廣場舞)를 좋아하는 것일까? 젊은이들은 노인과 함께 생활하고 싶어할까? 중국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후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경에 심각한 고령화 단계에 진입해 60세 이상 인구가 4억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양로 서비스 수요도 함께 급증하면서 중국 젊은 층들의 참여도 점차 늘고 있다. 90허우(後, 1990~1999년대 출생자)와 00허우(後, 2000~2009년대 출생자) 세대들이 양로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역동적인 사고와 새로운 관념으로 ‘색다른 양로원’을 설립해 노후생활이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의 틀을 깼다. 어르신들과 e스포츠를 즐기며 무대에서 워킹을 하고, 패션 화보를 찍기도 한다. 자신의 전문성과 열정으로 ‘뜨는 해’가 ‘지는 해’를 수호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생명이 또 다른 생명에 미치는 에너지를 느끼다
1991년생인 쉬뉘룽(許女龍)은 후난(湖南)중의약전문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그녀가 양로산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부모님이 고향인 후난성 러우디(婁底)시에서 이양탕(頤養堂)요양보호센터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당시 센터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2017년 초 쉬뉘룽은 노인 돌봄 교육을 받기 위해 다른 두 자매와 함께 창사(長沙)의 한 요양원을 찾았다.
보름 동안 짧은 교육 후, 쉬뉘룽은 양로산업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불쾌한 냄새와 남녀 성별에 대한 딜레마, 그리고 생명의 소멸을 직접 목격하며 오는 두려움을 견디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진심으로 노인층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적응 뒤에는 오히려 동료와 교대 근무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일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 쉬뉘룽은 완전한 ‘노인돌보미’로 변신했다. “이런 변화는 아마도 치매노인들이 나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신체적 장애가 있는 교사들이 나의 인생 계획을 세심하게 조언해 준 덕분”이라며 “가장 큰 수확은 다양한 기술을 습득한 것이 아니라 ‘노인’이라는 호칭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달은 것이다. 노인 한 명,한 명은 풍부하고 두터운 한 권의 책과 같아서, 그 안에는 멋진 인생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내게 너무 매력적”이라며 쉬뉘룽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해 5월, 이양탕요양보호센터는 정식으로 개업해 노인들을 받았다. 처음에는 노인돌봄서비스가 그저 생활 돌봄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청춘 노인돌보미’의 가장 큰 장점이 활력 있고 도전할 줄 알며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쉬뉘룽은 ‘놀이의 즐거움’을 노인들에게 접목시켰다. ‘현청(縣城)이 작다는데 실컷 구경하러 가보자’라는 시리즈 놀이 활동을 기획했다. 다른 두 명의 여직원들과 함께 휠체어를 밀고 노인들은 기관 로고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쓰고 기관 이름이 있는 빨강 조끼를 입고 손을 잡았다. 이렇게 반나절 동안 현청이나 교외로 여행을 떠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는 양로산업을 수용하기 어려웠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떠나기가 아쉬워진다. 장년층과 함께한 이 몇 년 동안 쉬뉘룽은 많은 장년층들의 결혼과 가정, 자녀관계 등에 대한 가치관 등을 지켜봤다. 한 생명이 다른 생명에 미치는 영향력을 깊이 느꼈고 인생과 창업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으며, 결국에는 양로산업에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확고한 동기가 생겼다.
2022년 10월 4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선허(瀋河)구 우리허(五里河)지역 재택양로 서비스센터에서 90허우 건강 돌보미가 한 노인과 함께 수공예를 하고 있다. 사진/VCG
연령 무관 ‘활기찬 노후 생활’
쓰촨(四川)성 야안(雅安)시에는 90허우와 00허우와 설립하고 관리하는 양로원이 있다. 일상적인 돌봄 외에도 이 젊은이들은 매일 어르신들을 모시고 패션 화보를 찍기도 하고 노래 부르고 춤추며 채소 농사도 짓는다.
설립자 자린(佳林)과 저우항(周航)은 오랜 친구로 모두 ‘90 허우’다. 원래 두 사람의 전공 배경과 ‘양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2017년, 할아버지가 만족할 만한 양로 기관을 찾기 위해 자린은 저우항과 함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와 주변의 많은 양로 기관들을 방문했다. “우리의 첫 느낌은 ‘늙는다는 것이 두렵다’였다. 두세 명의 노인들이 한 방에서 지내는데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매우 우울해 보였다. 절대로 우리 가족을 이런 환경에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차별화된’ 양로원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일반적으로 양로원에서 집단으로 권법을 수련하고 실버 체조를 하는 것과 달리 이곳의 활동은 모두 두 명의 00허우가 담당하고 있다. 그들의 지도 아래 노인들은 ‘유행에 따라가는 법’을 하나 하나 배운다. 캠핑이나 야외 노래방, 숏폼 촬영 등 어머니들은 우리가 찍은 사진과 영상을 살펴보며 우리가 그들을 중심에 놓고 예쁘게 잘 찍었는지 확인한다.”
“많은 활동이 청년들이 좋아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노인들도 어울리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누구나 늙어 고립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자신을 표현하고 싶고 바깥 세상을 느끼고 참여하고 싶어 한다.”
일반 양로원과 달리 여기서는 간호사들이 대부분 2미터 지근거리에서 자립 가능한 노인들을 돌본다. 그 이유에 대해 자린은 “양로 서비스는 젊게 사는 생활’의 개념으로 나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노인은 어디서든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암묵적 사회 관습이 있고 많은 양로원에서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곳곳에서 노인들을 통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노인임을 의도적으로 강조하지 않으며 많은 간섭 또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난(河南)성 쉬창(許昌)시의 한 양로원에서 노인이 전자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CHINADAILY
양로원을 유치원처럼
조명이 멋진 e스포츠 룸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게이머들이 대형모니터 앞에서 격렬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 게이머들이 앉아보지 못한 최신 ‘전갈모양’의 게이밍의자가 있고, 노인들이 게임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 ‘함께 놀아주는’ 젊은 코치들이 노인들이 ‘일대일’ 지도를 해준다. 이 편안한 e스포츠 룸은 허난(河南)성 쉬창(許昌)시의 청년 판진린(樊金林, 27)이 운영하는 양로원이다.
판진린은 한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e스포츠룸을 만들게 됐다. 어느 날, 할머니는 손자가 게임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도 게임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에 자신이 게임을 할 수 있으면 손자와 방학 때 함께 놀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모든 노인들이 전통적인 놀이, 광장무나 태극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을 ‘늙은 아이’라고 생각하며 젊은이들의 문화를 접해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판진린은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질환)를 묘사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1인칭 시점의 체험을 통해 노인성 치매를 앓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기력하다는 걸 처음 느꼈다.” 판진린은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점점 잊어가고, 실상 자신의 집인데 치매를 앓아서 집조차 못 알아보고 낯설게만 느끼는 이 집을 떠나고 싶었지만 도저히 출구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도 알츠하이머의 무서움을 깨달아서일까. 판진린은 e스포츠 같은 ‘새로운 것’을 통해 요양원 노인들의 활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매일 30분 동안 전자 게임을 하면 파괴적인 신경계 질환의 위험을 현저히 낮추고 개인이 치매의 영향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됐다. 또 ‘전자 게임’이라는 신문물은 노인들이 점차 사회에 통합되고 선택적으로 잊혀지지 않도록 해준다.
판진린은 e스포츠룸 외에도 양로원에 VR룸과 술집 등을 마련했다. ‘아이 같은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청년들과 오락 활동을 배우고 인터넷 용어까지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일부 네티즌들은 우스갯소리로 판진린이 양로원을 ‘유치원’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2023년 9월 11일,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시 하이강(海港)구 하이양(海陽)진 친황옌다진서녠화(秦皇燕達金色年華)건강돌봄센터에서 노인들이 테이블 축구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VCG
동반형 양로, 세대 간 공동거주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유행하던 ‘세대 간 공동거주’ 상호 지원형 노인복지 모델이 중국의 여러 요양원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됐다. 구체적인 방법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노인의 자가 주택이나 양로원 방을 청년들에게 임대하는 것이다. 대신 청년들은 노인에게 일정 시간의 봉사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몇 년 전 쓰촨성 청두시에서, 경미한 인지기능 장애를 앓고 있는 할머니는 외지에서 일하러 온 ‘90허우’ 아가씨 왕샤오룽(王曉蓉)에게 자신의 집을 매우 저렴하게 임대했다. 매일 최소 한 끼의 식사를 차려준다는 조건이다. 왕샤오룽은 할머니와 한 집에서 살면서 각자의 생활구역을 가지고 사생활을 보장하되 거실과 화장실, 세탁기는 함께 사용한다는데 동의했다. 두 사람은 평소에 말을 많이 나누진 않지만 서로의 존재로 인해 따뜻함을 느낀다. 왕샤오룽은 매일 퇴근하고 문을 열때 집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정말 ‘내 집’에 돌아온 듯한 따스함을 느낀다. 또 왕샤오룽 덕분에 할머니의 건강 상태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져, 이제는 혼자서 도 근처에 나가 장도 보고 산책도 할 수 있게 됐다.
28세의 뱌오뱌오(標標)는 2년 전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시의 허타이센터(和泰中心)로 이사했다. 이곳은 중국에서 최초로 ‘세대 간 공동거주’ 모델을 시행한 양로원이다. 처음 입주했을 때 월세는 1080위안(약 20만6000원)으로 노인 비용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매달 27시간 30분의 자원 봉사를 해야 하고 매년 한 번씩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노인들을 돌봐야 한다’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정과 제약은 없다.
뱌오뱌오에 따르면 거주자 선발 심사는 비교적 엄격하고 예비 심사를 통과하면 면접을 거치는데, 주로 노인을 돌보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췄는지 알아본다. “원래 본업은 프로그래머이지만 면접관은 내가 컴퓨터를 고치거나 와이파이(무선 인터넷), TV를 설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소 춤 추는 것을 좋아해 노인들에게 공연도 할 수 있고, 차오산(潮汕) 방언도 할 줄 알아 요양원에서 푸퉁화(普通話, 표준어)를 못하는 노인들에게 통역도 해줄 수 있다.”
함께 사는 젊은이들은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운동을 잘해서 노인들과 체조를 할 수 있고, 또 어떤 이는 의사여서 노인들이 한밤중에 일이 생겨 문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르면 버선발로 달려가 도울 수 있다. 또 다른 이는 농사 경험이 있어 노인들과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뱌오뱌오는 “이곳에 오래 머무르면서 많은 노인들이 매우 트렌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떤 분은 일본어와 영어를 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해외 뉴스를 본다. 또 주식 투자를 좋아하거나 여행과 번지 점프를 즐기는 노인도 있다. 결국 그들도 젊은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그들을 낡은 시선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젊은 세대 활동에 최대한 많이 참여하려고 한다. 차오메이(草莓)음악페스티벌에 참가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함께 월드컵을 시청하며 어느 팀이 승리할지 내기도 한다. 아래층에는 작은 카페를 차려 노인들도 와서 카페 일을 도울 수 있게 했다.”
뱌오뱌오는 예전에는 늙어간다는 것이 두려워했지만 여기서는 모두가 ‘긍정적인 노령화’를 권장하고 있으며, 노인들의 생활 환경을 보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렇게 두렵지 않고 미래가 마냥 막막하지도 않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생명의 순환에 대해서도 서서히 수용적 태도를 견지하게 됐다.
노인대학의 ‘90허우’ 선생님
수요일 오전 10시, 청두(成都)시의 한 노인대학의 무용 교실에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진다. 노인 수강생들이 화려한 색상의 치파오(旗袍)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바른 자세로 당당하고 우아하게 워킹연습을 하고 있다. 그녀들은 교실 뒤편에서 정면의 거울벽까지 걸어가고, 거울 속에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들이 하나둘 비춰진다.
무대 위에서 박자를 외치며 시범 동작을 보여주는 이가 이 패션쇼 수업의 강사 저우위(周宇)이다. 올해 30세인 저우위는 큰 키에 잘생긴 외모로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는 학생들의 동작을 자세히 관찰하고 교정하면서 반복해서 박자를 외친다. 학급 주임 류리메이(劉莉梅)는 “주 선생님은 정말 열심히 수업하세요. 수업이 끝나면 우리를 데리고 대회도 하고 음악을 찾는 것도 도와주며, 동작을 짜고 리허설도 하며 맡은 바 일을 다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과 세대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저우위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학생들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생활태도가 노년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이든 그 외 시간이든 저우위는 학생들을 ‘누나’라고 다정하게 부른다. “사실 학생들의 연령대를 말할 때 사람들에게 ‘다마(大媽)’나 ‘광장무’가 떠오르지만, 앞치마를 벗고 하이힐을 신으면 이들은 평범한 할머니, 시어머니가 아니라 삶을 사랑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며 활기찬 누나들이 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좀 더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살아가게 됐다”고 저우위가 말했다.
지난해 9월 청두시가 발표한 <2022노년 인구 정보 및 노령화 발전 현황 보고(2022老年人口信息和老齡事業發展狀況報告)>에 따르면 2022년 말까지 청두시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호적 등록 인구의 20.63%를 차지했다. 점점 많은 은퇴 노인들이 다시 교실로 돌아와 노인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90허우와 00허우가 노인 교육에 뛰어들면서 ‘노인이 배우고, 젊은이가 가르친다’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됐다.
청년들의 참여로 노년층의 건강관리와 양로에 더 많은 청춘의 기운과 생기가 넘치게 됐다. 동시에 많은 젊은 세대가 창업 기회와 사업 플랫폼, 일과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 ‘은발’과 ‘흑발’의 교감은 사실상 서로를 보완해 주는 것이다.
글ㅣ첸하이펑(錢海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