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3
얼마 전 한국에 눈이 많이 내렸던 날, 필자의 친구가 갑자기 공항에서 ‘비행기 이륙하는 걸 기다리는 것이 너무 지루하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디 간다는 말도 못 들었습니다만? 자세히 물어보니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이란다.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정책이 시행된 뒤 이처럼 즉흥적으로 떠나는 중국 여행이 늘고 있다.
친구의 목적지는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비행거리가 가장 짧은 산둥(山東) 칭다오(青島)였다. 폭설로 비행기가 연착됐지만 그날 저녁에 친구가 나이차(奶茶)를 마시고 훠궈(火鍋)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여행 사진을 보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이 선호하는 중국 여행지 상위 5개 지역은 상하이, 칭다오, 베이징, 하이난다오(海南島), 장자제(張家界)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칭다오는 어떻게 2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편의성이 가장 큰 장점일지 모르겠다. 주말을 이용해 2박 3일의 짧은 여행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직항으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관광도시인 칭다오는 좋은 선택지임이 분명하다. 해산물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바다를 볼 수 있고 명소들을 방문하며 2박 3일 동안 ‘특공대식 여행’처럼 급하게 다녀야 할 필요도 없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주말만큼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많은 한국 여행사들 역시 중국 단거리 자유여행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으며, 항공권과 호텔을 포함한 2박 3일 여행 패키지가 목적지에 따라 30~50만 원대에 불과해 매우 저렴하다. 칭다오에 1박 2일 일정으로 골프여행을 떠난다면 20만 원 이하로 즐길 수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2박 3일이 부족할 수 있지만 상하이 디즈니와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특정 장소를 즐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한국인 무비자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상하이 디즈니랜드야, 내가 간다!”라는 환호성이 울렸다. 동방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다오와 한국인의 효도 관광지로 꼽히는 장자제는 긴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더 적합하다. 중국을 방문했던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이 흐름에 편승해 다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중국을 가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정책 지원에 힘입어 경쾌하고 간편한 첫걸음을 내디디려 하고 있다.
10년 전 필자는 친한 한국 친구를 중국으로 초대해 여러 도시를 함께 여행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지만, 그때는 언제 다시 이렇게 신나는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이 친구의 친척이 중국에 파견 근무를 하게 돼 친구는 잠시 친척을 만나러 오기 위해 많은 수고를 들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즉흥적인 여행도 가능해졌다. 지난번 작별할 때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랐던 풍경과 사람들에게 이제는 ‘내일 또 만나’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아주 오랜만이든 처음 만나든 모두가 소중한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