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
20년 전, 필자가 처음으로 한국에 왔을 때 중국 음식이 그리워 종종 중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한국식 ‘중화요리’ 식당에는 한국식 자장면, 탕수육, 짬뽕 같은 메뉴뿐이었다. 정통 중국요리를 맛보려면 직접 요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중국 식재료와 조미료를 구하려면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중국 식료품점을 찾아야 구입할 수 있었다. 이제는 온라인 쇼핑이 발달해 세계 각국의 식료품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음식은 한국인의 식탁을 넘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정통 쓰촨(四川) 훠궈(火鍋), 산시(陝西) 량피(涼皮), 홍콩 딤섬을 거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탕후루(糖葫蘆)와 마라탕(麻辣燙), 마라샹궈(麻辣香鍋)는 이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마트 중 하나인 이마트의 ‘쓱배송’ 앱을 열면, 라오천추(老陳醋), 굴소스, 두반장, 장두부(醬豆腐) 등 각종 중국 조미료를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더 이상 식초(醋) 한 병을 사기 위해 먼 길을 갈 필요가 없다. 중국식 조미료 및 요리에 대해 한국 대중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조미료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의 유행을 넘어 한국인들이 중국 현지의 독특한 맛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편의점으로 가서 살펴보자. CU의 라면 코너에는 한국 기업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단단몐(擔擔麵, 탄탄면)과 쏸라펀(酸辣粉) 등 중식 즉석식품을 찾아볼 수 있다. GS25에서 출시한 전자레인지용 마라탕과 마라샹궈는 도시락, 김밥과 함께 놓여있는데 매일 금방 품절돼 서두르지 않으면 구입할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은 한국식 중화요리보다 정통 중국요리를 더 많이 찾아 즐기는 분위기다. 서울의 하이디라오(海底撈)는 웨이팅이 기본 1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필자는 일부러 매장을 찾아가 손님들의 구성을 자세히 관찰한 적이 있다. 중국 현지의 맛을 잘 살린 이런 식당은 중국 손님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한국 손님이 더 많았고, 특히 고등학생과 대학생들 모임도 눈에 많이 띄었다. 훠궈를 후후 불어 먹을 때면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갈 것 같은데, 역시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한 끼의 훠궈는 만능 해결사인가 보다.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중국이나 한국의 뛰어난 중식 요리사들이 출연해 고수의 실력을 뽐내는데 시청자들 또한 많은 요리 방법을 배운다. 필자의 한국 친구도 영향을 받아 볶음 요리를 해보기 시작했다. 한국의 유명한 기업가이자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이 중국 전역을 다니며 미식을 소개한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다양한 중식 레시피를 한국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고 만능 소스 등 제품을 개발해 중국 요리 초보자들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이 소스를 사용해 중식 요리를 해 본 사람들의 후기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미리 손질된 재료로 구성된 중국요리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어 집에서 간편하게 중식을 즐길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매운맛이 강한 쓰촨 음식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매운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의 입맛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양국 간 교류가 빈번해질수록 더 다양한 중국 음식이 한국 식탁에 오를 것이라 믿는다.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소통의 매개체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
최근 중국 게임 ‘검은신화:오공(黑神話:悟空)’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게임 배경 중 한 곳인 산시(山西)성 관광지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