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3
주장 하구 동서 연안 도시들을 연결하는 선중통도 사진/VCG
“스치(石岐) 비둘기구이, 잔여 수량 829마리.”
2024년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광둥(廣東)성 중산(中山)시의 한 라오쯔하오(老字號, 대대로 내려온 전통 브랜드나 가게) 음식점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손님들의 시선은 온통 벽에 걸린 LED 전광판에 쏠렸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비둘기구이 재고량이 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전광판 숫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비둘기구이 하나가 다른 사람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는 의미고 자칫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들기 때문이다. 식당 앞 주차장에는 외지 번호판을 단 차량이 가득하다. 그 중에 제일 많은 것은 ‘웨(粵)B’로 시작하는 선전(深圳) 번호판이고 다음으로 홍콩·마카오 번호판과 ‘웨A’로 시작하는 광저우(廣州) 번호판 순이었다.
선중통도 개통의 경제적 파급 효과
중산 비둘기구이의 폭발적 인기는 2024년 6월 30일 정식 개통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 선중통도(深中通道)가 큰 역할을 했다. 전장 24km에 달하는 이 해상 대교는 링딩양(伶仃洋)을 가로질러 각각 주장(珠江)하구의 동서 연안에 위치한 선전과 중산을 연결한다.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5시간을 가야했던 거리를 단 30분으로 단축한 것이다. 편리한 교통 인프라 구축으로 선전과 홍콩의 수많은 미식가들이 중산으로 몰려 들었고, 이 지역의 명물 비둘기구이는 날개가 있다 한들 미식가들의 식탁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예전에는 외지 손님 대부분이 광둥성 서부 해안 지역에서 왔다. 그런데 요즘은 선중통도를 통해 주장 하구 동쪽 연안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지역 손님들은 상대적으로 소비력이 강해 테이블당 단가도 더 높다.” 중산의 한 유명 음식점 책임자 장웨이슝(張偉雄)은 “선중통도 개통 이후 식당 영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24년 7월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11시에 오픈하면 20분 정도 지나서야 자리가 다 찼는데 지금은 더 일찍 오픈하는데 1분도 채 안돼 만석이 된다”라고 기쁘게 소개했다.
2024년 10월 7일, 선중통도 개통 100일을 맞았다. 광둥성 교통운수청(交通運輸廳)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선중통도 개통 100일 동안 총 차량 통행량은 890만 대에 달했으며 그중 10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 국경절 기간 통행량은 약 106만 대로 나타났다. 특히 10월 1일 하루 차량 통행량은 15만 5000대에 달해 개통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광둥성 문화여유청(文化和旅遊廳) 통계에 따르면 선중통도 개통에 따른 관광객 유입으로 인해 2024년 국경절 황금연휴 기간 중산시 누적 방문객 수는 341만 38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36% 증가했고 관광 수입은 19억 68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주장 동쪽 연안의 ‘선둥후이(선전, 둥관·東莞, 후이저우·惠州)’와 서안의 ‘주중장(주하이·珠海, 중산, 장먼·江門)’ 두 대도시권을 잇는 유일한 직선 연결 도로로써 선중통도는 웨강아오 대만구(粵港澳大灣區,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에 문화여행 수입만 증가시킨 것이 아니다. 주장 양안에 있는 도시는 각각 다른 발전 특색이 있다. 동안은 첨단 제조업 기반이 두텁고 과학기술력이 뛰어나 산업망·공급망 체계가 상대적으로 완비돼 있지만 발전 공간 제한, 생산 요소 비용 상승 등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서안은 활용 가능하고 발전 전망이 밝은 산업 공간이 넓고 토지 사용 및 임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산업 전환 및 업그레이드로 지역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 시급하다. “선중통도 개통은 웨강아오 대만구 동서 양안의 생산 요소의 흐름과 융합적 발전을 촉진하며 선전과 홍콩의 서비스업, 첨단기술 산업이 서안 도시로 진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셰바오젠(謝寶劍) 지난(暨南)대학 경제학원 교수이자 특별행정구 홍콩·마카오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선전 본사+중산 제조’, ‘선전 연구개발+중산 전환’ 등 산업 협력의 새 모델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생활을 시작한 ‘철새’
선중통도는 웨강아오 대만구가 지역 내부의 융합 발전을 촉진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다.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 계획 요강> 발표 이후 6년 동안 대만구의 교통망은 더욱 촘촘해져 효율적이고 원활한 지역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대만구 ‘1시간 생활권’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2024년 5월 25일, 광포(廣佛) 남환, 포관(佛莞) 도시 간 철도가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이미 개통된 포자오(佛肇) 도시 간 철도와 관후이(莞惠) 도시 간 철도를 연결해 전장 258km에 달하는 교통 대동맥을 형성해 동에서 서로 후이저우(惠州), 둥관(東莞), 광저우, 포산(佛山), 자오칭(肇慶) 5개 도시를 연결했다. 열차는 최고 시속 200km에 달하며 총 39개의 정류장, 평균 운행 간격은 26분이다. 노선의 중간 역인 광저우 판위(番禺)에서 출발하면 30분 안에 광저우에서 비교적 가까운 포산과 둥관에 도착하고, 60분이면 노선 동서 양 끝에 있는 후이저우와 자오칭에 도착한다.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 도시로 자주 비즈니스 출장을 다니는 홍콩 사람 청젠화(程建華)는 “지금은 열차 배차 간격이 짧고 도시 직통열차 편수가 증가했으며 관광객의 이동이 더욱 간편해졌다. 나날이 편리해지는 ‘1시간 출퇴근권’은 더 많은 홍콩 사람들이 ‘북상’해 일하고 생활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마카오 인재의 북상뿐 아니라 도시 간 철도는 장거리 출퇴근하는 ‘철새’족에게도 큰 편의를 제공한다.
집은 포산이고 직장은 광저우인 셰후이(謝暉)는 출퇴근 교통으로 고생하던 ‘철새’족이었다. 그는 2018년 포산에 주택을 구입했으나 새 집은 광저우의 직장에서 약 70km가 떨어져 매일 출퇴근에만 5시간이 소요돼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직장 근처에 작은 집을 한 채 더 구해야 했다. 도시 간 철도가 정식 개통한 첫날 셰후이는 새로운 출퇴근 방식을 시도해 봤다. “출퇴근 시간이 크게 단축됐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절감됐다. 예전에는 차로 광저우와 포산을 오가면 한 달에 6000위안 정도 들었는데 지금은 도시 간 철도를 타니 2000위안이면 된다.” 시간과 차비를 계산해 본 셰후이는 임대한 집에서 나와 포산의 새 집으로 이사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계획이다.
2035년까지 웨강아오 대만구의 운영 및 건설 중인 철도 노선 길이가 5700km에 달해 현(縣)급 이상 도시 100%를 커버할 예정이다. 교통 건설이 속도를 내면서 웨강아오 대만구의 도시 구조와 주민의 출퇴근, 일, 생활 방식도 새로워질 전망이다. 광저우에서 아침 차를 마시고, 점심에는 중산 비둘기구이를 즐기며, 저녁에는 홍콩 빅토리아만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게 현지 주민의 익숙한 일상으로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글 | 왕자오양(王朝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