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
매년 가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한국 문화와 음식, 그리고 상품을 소개하는 ‘K-페스타’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지난 10월,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차오양구(朝阳区) 왕징(望京)에서 열렸다. 특히 K-페스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한국 미식 체험 코너다. 현지에 식당을 차린 한국 외식업체들이 삼겹살, 치킨, 족발, 떡볶이, 곱창, 핫도그 등을 선보였는데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들한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 세계적으로 K-팝과 K-드라마·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드라마로 중국에서 유명해진 한국 음식문화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치맥(치킨과 맥주 합성어)’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중국에서도 치맥 열풍이 불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 주인공의 “첫눈 오는 날엔 치킨에 맥주인데”라는 대사 한 마디가 중국에 ‘치맥 신드롬’을 불러온 것이다. 중국 대형 포털 바이두(百度)의 인터넷 사전에서 치맥의 어원을 한국 드라마 대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최근 몇 년간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한 한국의 독특한 라면 문화가 관심을 끌면서 한국 라면이 중국서 인기몰이 중이다. 실제로 올해 1~10월 중국으로 수출한 라면만 2억 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은 한국의 최대 라면 수출대상국이기도 하다.
실제로 필자의 한 중국인 지인은 매운 것이 당길 때마다 한국 라면을 찾는다고 했다.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K-팝 걸그룹이 광고하는 불닭볶음면이다. 유튜브나 더우인(抖音)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매운맛 챌린지’가 잇따르면서 불닭볶음면에 도전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고 매운맛은 K-푸드를 대표하는 상징어가 됐다.
다만 이렇게 K-푸드가 유행하는 데 정작 중국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한식당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때 순두부, 부대찌개, 비빔밥, 치킨 등 분야에서 한국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가 중국에 속속 진출해 사업을 크게 벌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중국에서 철수한 상태다. 귀한 손님을 모실만한 고급 프리미엄 한식당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 외식 프랜차이즈가 날로 번창하는 것과 대비된다. 필자도 그중 한곳을 직접 찾아가서 맛을 봤다.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 변형한 것이라 사실 한국에서 먹는 정통 한식과는 좀 거리감이 있다.
최근 카오야(烤鴨, 오리구이)나 카오위(烤魚, 생선구이 조림), 훠궈(火鍋, 중국식 샤부샤부)를 전문으로 하는 중국 현지 외식 프랜차이즈가 우리나라에 진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외식업체들도 한식을 규격화, 표준화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공략해 중국인들에게 진정한 한식의 맛을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특히 최근 K-푸드 열풍으로 프리미엄 한식에 관심이 있는 중국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으니 중국 현지에서 고급 한식당을 여는 것도 좋은 전략이 아닐까. 올해 한국서 화제가 된 요리 경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한식 파인 다이닝(고급 식사) 메뉴를 베이징에서도 언젠가 맛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배인선(한국),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