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나는 우한(武漢)에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아갈 건데 이런 위험이 닥친다고 해서 여길 떠나면 제 자신에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우한에 남은 한국인 남상억 씨는 기자에게 이와 같이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후 많은 재중 외국인들이 귀국을 택했다. 하지만 우한에서 13년간 살아온 남상억 씨는 남는 것을 택했다. 남상억 씨는 한국어 선생님이다. 이전에 우한에서 한국어 학원을 운영하며 현지 한국 기업의 중국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기도 했다. 10여 년 전, 우한에 주재원으로 파견된 친척을 만나기 위해 우한을 방문했던 남상억 씨는 당시에는 우한과 이렇게 깊은 인연을 맺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당시의 우한은 지금만큼 발전해 있지는 않았지만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한에서 이렇게 오래 살게 될 줄이야, 나조차도 놀랍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남상억 씨의 안위를 무척 염려했고, 많은 중국 친구들도 그에게 잠시 우한을 떠나있으라고 권했다. 한국 정부가 전용기를 세차례 보내는 동안에도 남상억 씨는 우한을 떠나지 않았다. 비록 현재 우한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남상억 씨는 기자에게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속에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소포로 보내온 우유, 빵, 라면, 쌀, 한국 고추장, 김, 일용품 등이 있었다.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보내온 마스크, 체온계 등의 방호 용품 외에는 주로 지인들이 보내준 물품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남 씨는 인터뷰에서 특히 그의 중국 학생들을 언급했다. “타지에 있는 학생은 내게 많은 식품을 보내줬고, 현지의 학생은 내게 각종 생활필수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들 학생들과 친구들 역시 남상억 씨가 우한에 남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다. “여길 떠나면 우한에 있는 중국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현재 남상억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는 봉쇄 상태로, 출입이 불가능해 입구에서 잠시 택배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단지 안에 많은 확진 환자가 있어, 현재 모두가 집에 머무르며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 남상억 씨는 한 위챗(微信) 단톡방에 참여했다고 말하면서, 모두 후베이(湖北)성에 남은 한국인들로, 이 중 40~50명이 우한에 있으며, 현재 아무도 코로나19 감염증세나 의심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강승석 신임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가 2월 20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100여 명의 한국 교민이 우한과 주변 도시에 남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