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우라가이(烏拉蓋)초원은 눈이 흩날리는 겨울에서 갓 깨어났다. 눈이 녹고 초원에 새싹이 돋으며 어미양이 새끼를 낳으면서 비로소 초원 목축민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초원의 소는 산천수를 마시고 약초와 풀을 먹습니다. 오늘도 타이핑거의 라이브 방송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초원에서 여러분께 초원 소고기 육포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좋아요’ 클릭도 잊지 마세요.” 봄 바람이 불어오는 오전, 35세의 타이핑거는 콰이서우(快手, 숏클립 플랫폼)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고 갓 튀긴 몽골의 전통식품 자궈탸오(炸粿條)를 먹으며 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타이핑거는 “매일 저녁 9시에 고정적으로 라이브 방송 다이훠(스타나 셀럽이 어떤 상품의 판매를 이끌어내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를 한다. 주력 상품은 초원 소고기 육포로, 라이브 방송 한 번에 평균 매출이 1만 위안(약 173만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초원 목축민의 전통식품인 바람에 말린 소고기 육포는 라이브 방송 다이훠라는 강한 바람을 타고 인터넷을 빠르게 달궜다. 타이핑거의 소고기 육포는 신예 왕훙(網紅, 인터넷 스타) 식품으로 대도시 직장인 사이에서 지명도가 높다.
5월, 초원은 아직 관광시즌 전이라 특산품 상점은 대부분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반면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라이브 방송은 초원 특산품 판매의 시간과 공간 제한을 타파해 일 년 4계절 성수기다.
2019년 20여 만 콰이서우 팬이 타이핑거에게 550만 위안의 매출액을 안겨주었다. 현재 타이핑거는 판매 중심을 온라인으로 완전히 전환했고 라이브 방송이 그의 고정 직업이 됐다. 타이핑거는 자신의 새로운 포지션을 ‘인터넷 MC’로 정의했다.
라이브 방송 전까지의 고단했던 세월
20년 전, 15세의 몽골족 소년 타이핑은 네이멍구 시린궈러멍(錫林郭勒盟) 우라가이초원 관리구에 왔다. 이 곳은 ‘하늘 끝 초원’이라고 불리는 우라가이초원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타이핑은 초등학교 5년을 다녔을 뿐이라 표준어도 잘하지 못했다. 생활을 위해 양치기, 경비, 트럭 운전사, 풀베기, 주방 보조 등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봤다.
2015년 영화 <랑투텅(狼圖騰)>이 개봉했다. 영화 속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소떼와 양떼, 야생의 늑대 무리를 본 관객들은 중국에 아직 이런 원시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초원이 있다는 것에 전율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시린궈러멍 대초원에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타이핑은 그것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그해 7월, 타이핑은 10만 위안을 빌려 116㎡ 규모의 가게를 임대해 소고기 육포를 판매했다. “2015년 내 작은 가게는 겨우 18일 동안 영업했다. 초원에 가을이 오자 풀이 누렇게 변했고 관광객도 사라져 내 가게는 장사가 전혀 안 됐다.” 첫번째 창업에서 타이핑은 임대료조차 내지 못했다.
초원은 4계절이 분명해 초원 사람들은 4계절에 따라 생활한다. 관광이 가져온 사업기회는 짧은 여름뿐이었다. 양은4월에 새끼를 낳고 9월이면 팔아 목축민은 일 년에 단 한 번 돈을 벌 수 있다. 7월의 우라가이초원은 광활하고 아득하며 시적이고 순수하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 시기가 일 년 중 인기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9월로 들어서면 초원은 얼굴을 바꿔 푸르름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한다. 기온 변화로 인한 서늘함은 신체뿐 아니라 시장 반응으로 더 빨리 느낄 수 있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출하기가 끝나고 관광객도 썰물처럼 빠진다.
라이브 방송으로 성수기・비수기 경계를 허물다
비수기의 숙명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타이핑의 초원 특산품 판매 사업의 성공을 가르는 핵심이었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타이핑은 우연히 콰이서우 라이브 방송 다이훠를 보게 됐다. 성공 확신은 없었지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타이핑은 친구의 권유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첫번째 라이브 방송은 대충 마무리되고 말았다. “2017년 첫 라이브 방송은 5분도 안 돼 끝났다. 어려서부터 몽골어를 쓰고, 아는 한자가 적어 라이브 방송 중 팬이 질문하면 먼저 몽골어로 생각한 다음 한문으로 표현했다.” 타이핑은 자신의 첫 라이브 방송을 ‘난처했다’는 말로 표현했다. 구독자들과 자유롭게 교류하기 위해 표준어를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매일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의 라이브 방송을 보며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평소에는 표준어 방송을 자주 들으면서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았다.”
라이브 방송 다이훠의 첫 주문객은 동북지역에 사는 남성 고객으로 소고기 육포 1kg을 주문했다. 고객에게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호적부, 신분증 사본, 가족 이름, 연락처 등을 다 알려주었다.
요 몇 년 소비가 급성장하면서 도시에서 다양한 맛의 소고기 육포 수요가 증가했다.타이핑거는 사람이 소박하고 물건이 확실하고 가격도 좋아 주문량과 ‘좋아요’ 공유 건수가 점점 늘었다. 그의 라이브 방송은 인기가 높아졌고 판매량도 안정적으로 상승했다. 타이핑거 왕훙 소고기 육포는 입소문을 기초로, 콰이서우가 제공한 생태사슬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라이브 방송 경제의 성공사례가 됐다. 향촌 진흥이라는 배경 속에서 타이핑거의 왕훙 창업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을 향해 분투하는 시대정신을 보여줬다.
2018년 타이핑거는 네이멍구자치구에서 유일하게 콰이서우 ‘행복 향촌 리더’로 선발돼 베이징(北京)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때의 학습은 타이핑거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그는 칭화(清華)대학교에서 참관・학습했을 때를 말하면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너무 소중했다. 꿈에서도 내가 칭화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를 계기로 타이핑거의 라이브 방송도 전환을 맞았다. 기업교육 시간에 구독자와의 소통법, 자신만의 브랜드 확립법, 재무관리를 배웠다. 교육이 끝나고 초원으로 돌아온 타이핑거는 자신의 소고기 육포 브랜드 ‘무치얼(木其爾)’을 등록했다. “‘무치얼’은 몽골어로 녹색, 나뭇잎이라는 뜻이다. 나는 건강하고 품질이 보장되는 소고기 육포를 판매했다.”
인기가 많아지자 타이핑거는 라이브 방송 다이훠 제품 종류를 늘렸다. 많은 목축민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타이핑거에게 특산품 판매를 부탁했다. 현재 타이핑거의 라이브 방송에서 구독자들은 소고기 육포뿐 아니라 현지 목축민이 만든 소고기, 양고기와 수제 유제품을 살 수 있다.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타이핑거는 소고기 육포 가공공장을 설립해 직원 12명을 고용했다. 이로써 제조의 집약화 수준을 높였을 뿐 아니라 주변 목축민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도 제공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은 주위의 목축민을 도와 특산품을 판매해주고 있지만 보다 많은 목축민이 스스로 라이브 방송을 하도록 돕고 싶다.” 타이핑거는 빈곤 탈출을 이끌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나는 어려운 시절을 겪어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은 직원이 있고 그들은 이곳에서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 나와 함께 양을 치던 형은 아직도 양치기다. 그래서 나는 라이브 방송의 힘으로 모두가 빈곤에서 탈출하는 것을 돕고 싶다.”
확실한 품질, 정확한 포지션이 핵심경쟁력
2020년 갑자기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라이브 방송 다이훠가 일상화됐다. 상무부 최신 빅데이터에 따르면, 올 1분기 라이브 방송 전자상거래가 400만건을 넘었다. 코로나19 방역이라는 객관적인 현실이 라이브 방송 전자상거래 발전의 촉매가 된 셈이다.
사회의 소비모델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라이브 방송 전자상거래는 기회를 선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라이브 방송 전자상거래 업계는 빠른 성장기에 놓여 있고 플로(flow) 이점이 존재하며 점점 더 많은 플랫폼과 브랜드의 가세로 업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라이브 방송 전자상거래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는 많지만, 플로와 인기가 라이브 방송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이다. 현 단계에서 전자상거래가 비즈니스의 채널과 네트워크를 바꿨지만 라이브 방송 모델은 아직 스마트화, 정밀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해 상품의 품질과 브랜드가 여전히 판매의 핵심 요소다. 라이브 방송 다이훠의 성공 경험이 있는 타이핑거는 라이브 방송 플로도 물론 중요하지만 라이브 방송 모델이 보급되면 확고한 품질이야말로 핵심 경쟁력이라고 단언한다. “내 라이브 방송에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팬 수도 제일 많지는 않다. 그러나 라이브 방송 판매량은 늘 좋다. 대부분 재구매 고객이기 때문이다.”
타이핑거는 팬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모두 높다. 고객은 그의 편안하고 믿음직한 인품을 높이 본다. “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고기 육포를 제작한다. 바람에 말린 소고기 육포를 숯불에 구워 식감을 유지한다.” 2019년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한 이후로 타이핑거는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는 품질 보장을 고수한다. 그는 “이런 때일수록 내 브랜드를 1-2년만 할 건지, 평생 할 건지 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자 타이핑도 도전을 느꼈다. 자기의 특징을 어떻게 새롭고 변화 있게 보여줄 것인가? 타이핑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예전부터 타이핑거는 동영상과 라이브 방송에서 아름다운 초원 풍경과 나담 페어, 전통 몽골족의 명절 풍경을 보여주어 많은 구독자의 관심을 얻었다. 구독자들은 타이핑거의 라이브 방송에 등장하는 초원 풍경과 초원 사람들의 독특한 생활 모습에 반했다. 그리고 많은 구독자가 타이핑거의 명성을 믿고 여름철 우라가이 여행을 선택했다. “지난해 구독자 3000-4000명이 내 라이브 방송을 보고 우라가이로 여행을 왔다. 나는 구독자들로 구성된 여행팀을 구성해 그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초원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과 현지 음식을 소개했다.” 라이브 방송은 초원의 인기를 더했고 타이핑은 현지 초원관광의 대변인이 됐다.
“타이핑거, 지금 먹는 게 뭐예요?” “뒤에 있는 말 안장은 파는 거예요?” “몽골족은 왜 타오마(套馬, 올가미로 말의 목을 홀치는 놀이)를 하나요?” “나이차(奶茶, 밀크티) 만드는 법 좀 알려주세요.” 등 라이브 방송 중에는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구독자들은 몽골족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다. 이 또한 타이핑거에게 큰 자극이 됐다. 2년 넘게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타이핑거는 자신의 새로운 포지션을 찾았다. “나는 내 라이브 방송을 몽골족 문화 브랜드로 만들어 사람들이 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몽골족과 초원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잘 모르는 것은 함부로 말하면 안 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한다.”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는 시간에 타이핑은 초원문화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타이핑거는 사람들이 타이핑거 라이브 방송을 통해 멍구바오(蒙古包, 몽고족 유목민이 사는 천막집)를 어떻게 만드는지, 멍구바오에 들어갈 때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몽골족의 주도(酒道)는 어떻게 되는지, 초원에서 운전할 때는 초원을 밟으면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타이핑거의 판매량이 증가를 거듭해 직원 12명으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됐다. 앞으로 타이핑거는 더 큰 공장을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초원 소고기 육포 산업을 크고 강하게 만들고 싶다. 타이핑거는 더 많은 초원 사람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해 왕훙이 되고 고향의 대변인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진(鎮)은 인구가 1만여 명인데 ‘왕훙’이 나 하나뿐이다. 10명이 된다면 초원의 인기는 분명 더 높아질 것이고 방문자도 늘어나 이곳 사람들 모두 부자가 될 것이다.”
글/장쉐(張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