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7일 중국 생태환경부 관계자는 개체 수가 1800여 마리까지 늘어난 야생 자이언트 판다의 멸종 위험 등급을 ‘멸종 위기종’에서 ‘취약종’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이미 세계 멸종 위기 생물종 평가 과정에서 전문가팀의 집단 의견에 따라 자이언트 판다의 멸종 위험 등급을 이미 ‘위기종’에서 ‘취약종’으로 낮춘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중국 임업국의 한 관계자는 “자이언트 판다는 아직은 멸종 위기에 처한 상태이므로 보호 등급을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가 있다.

이번 자이언트 판다의 멸종 위기 등급 하향조정 공식 발표 배경을 살펴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조사 수치가 눈에 띈다. 먼저 1985년에서 2014년에 이르는 30년 동안 자이언트 판다의 개체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또 자이언트 판다의 주요 서식지에 대한 자연보호구 지정 면적이 확대되면서 자연보호구 67곳에서 수천 명의 보호 담당자들이 상시 모니터링과 밀렵 단속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멸종 위기에 내몰렸던 자이언트 판다종에도 장기 생존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등급 하향조정으로 자이언트 판다가 심각한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 보다 안전한 생존 환경을 갖추게 됐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 역시 큰 변화 중 하나다. 다만 자이언트 판다가 여전히 중국의 국가 1급 야생동물 보호종에 속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중국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라도 자이언트 판다의 보호 활동은 전보다 훨씬 더 큰 중요성을 띠게 됐다.

자이언트 판다의 멸종 위기 등급 하향조정은 중국의 생태환경 개선과 자이언트 판다 보호 활동의 성과를 반영한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이 대대적인 자연림 보호와 퇴경환림(退耕還林·경작 중단 및 삼림 조성)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야생동물의 생존 환경이 크게 개선됐고, 1963년 쓰촨(四川) 워룽(臥龍)구에서 최초로 자이언트 판다 보호구를 지정한 이래 자이언트 판다를 주요 보호 대상으로 삼는 67곳의 자연보호구가 생겨났다. 그 후 이들 지역은 쓰촨·산시(陜西)·간쑤(甘肅) 3개 성을 중심으로 야생 자이언트 판다를 보호하는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현재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이언트 판다의 생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쓰촨·산시·간쑤 3개 성에 걸친 ‘자이언트 판다 국립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자이언트 판다는 주요 서식지에서 일정 수준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개체군의 상당수는 여전히 인간 활동에 의한 서식지 파편화로 ‘외딴 섬’이나 다름없는 산간 지역에 ‘강제 고립’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고립된 개체종 간 효과적인 유전자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근교약세(inbreeding depression, 동종 교배에 따른 생존력 감퇴)와 소수종 개체 절멸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인류는 자연보호 활동을 지속하고 끊임없는 위기 대응 지원을 하는 동시에 자이언트 판다 보호를 통하여 각 지역의 자연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경험도 함께 쌓아갈 필요가 있다.

자이언트 판다 보호 활동은 동소적(sympatric, 동일지역에 공존하는 상태) 분포를 보이는 여타 생물종도 함께 보호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생태계 유지를 돕는다는 데 또 다른 의의가 있다. 실제로 자이언트 판다와 높은 분포 지역 일치도를 보이는 타킨(학명: Budorcas taxicolor), 아기사슴(학명: Muntiacus reevesi), 솔기머리사슴(학명: Elaphodus cephalophus) 등의 야생동물이 자이언트 판다 보호 활동에 힘입어 개체 수가 복원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과제 중 하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 활동이 여타 야생동물종의 보호뿐만 아니라 보호구 주변 지역 거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자이언트 판다 보호를 통한 ‘우산효과’의 주변 지역 확산과 야생동물 군락 및 산지 생태계 보호가 앞으로의 자이언트 판다 보호 활동이 나아가야 할 핵심 방향이 될 것이다.  

글｜댜오이신(刁奕欣), 푸단(復旦)대학교 생명과학학원 박사과정, 왕팡(王放), 푸단대학교 생명과학학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