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3
하오리유파이(好丽友派·초코파이), 하오둬위(好多鱼·고래밥), 모구리(蘑古力·초코송이), 무탕춘(木糖醇·자이리톨껌), 야투더우(呀土豆·오감자), 수위안(薯愿·예감), 하오유취(好友趣·스윙칩), 궈쯔궈쯔(果滋果姿·마이구미), 랑리거랑(浪里个浪·꼬북칩), 단황파이(蛋黄派·카스타드), 솽메이파이(双莓派·후레쉬베리)…… 모두 오리온 중국법인인 ‘하오리유(好丽友)’의 상품들이다. 사실 중국인들은 ‘하오리유’가 한국 브랜드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오리유, 하오펑유(好丽友, 好朋友)”, 즉 ‘오리온은 좋은 친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오리온은 중국인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특히 여기엔 절묘한 네이밍(작명), 철저한 현지화가 바탕이 됐다.
오리온의 전신은 동양제과로, 오리온도 처음엔 ‘동양(東洋)’이라는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동양’은 일부 다른 나라를 연상케 하는 단어로, 부정적 이미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하오리유’로 이름을 바꿨다.
또 초코파이 포장박스에는 ‘정(情)’ 대신 ‘인(仁)’이라는 한자를 새겼다. ‘情’은 중국서 남녀간의 애정을 뜻하는 단어여서, 유교 문화에 맞춰 ‘仁’으로 바꾼 것이다. 중국인들이 오리온을 중국 회사라고 착각할 정도로 친숙하게 여기게 된 배경이다.
오리온은 현재 5000억원에 달하는 초코파이의 글로벌 매출 가운데 43%를 중국에서 거둔다. 오리온처럼 중국인의 삶에 깊게 스며든 한국 브랜드는 몇 개 더 있다. 베이커리 브랜드 ‘바리베이톈(巴黎貝甜)’, 즉 파리바게뜨도 그중 하나다. 2004년 9월 상하이(上海)에 처음 오픈한 파리바게뜨는 현재 상하이,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총 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유명감독 펑샤오강(馮小剛)의 2008년 영화 ‘페이청우라오(非誠勿擾)’에도 등장하며 유명해졌다. 당시 펑 감독이 직접 물색해 고른 영화 촬영 장소였다. 촬영 때문에 하루 문 닫은 해당 파리바게뜨 매장의 일일 영업 손실액 1만여 위안(약 180만여 원)을 펑 감독이 직접 보상해줬다고 한다.
사실 파리바게뜨가 처음 중국에 진출했을 2003년만 해도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손님 비중이 80%가 넘었지만, 오늘날 매장을 찾는 손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기자가 거주하는 동네 앞 쇼핑몰에도 파리바게뜨가 있는데, 갈 때마다 매장에 중국인 손님이 가득 붐빈다.
LG생활건강의 ‘죽염치약’도 중국서 인기가 많다. 2002년부터 중국 현지생산을 시작해 3년 만에 베이징 치약시장의 약 10%를 차지했다. 지금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톱3’에 드는 치약 중 하나다.
중국서 사랑받는 이들 한국 브랜드에겐 공통점이 있다. 중국을 철저히 공부해 품질, 브랜드마케팅, 현지화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중국은 외국기업의 성공보다 실패 사례를 찾는 게 쉬울만큼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14억 인구에게 1개씩만 팔아도 14억개를 팔 수 있다고 하지만, 14억 인구에게 1원씩만 손해를 봐도 14억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글|배인선,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올 초 중국 베이징(北京)에 와서 ‘나 혼자 산다’ 생활을 하고 있다. 청소, 빨래, 설거지는 기본이고, 음식 요리와 다림질 같은 ‘고난이도’ 가사 노동도 수행하고 있다. 가끔 온라인쇼핑으로 주문한 선풍기나 프린터기 같은 가전제품 부품이 따로 분해된 채로 배송되면 적지 않게 당혹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