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3
대만구에는 ‘특구 중의 특구’, 선전 첸하이(前海)와 주하이 헝친(橫琴)이 있다. 사진은 헝친 모습이다. 사진/XINHUA
웨강아오대만구(粵港澳大灣區, 광둥(廣東)·홍콩·마카오 대만구, 이하 ‘대만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 국가 내에서도 서로 상이한 화폐 및 관세가 적용되는 항만 지역으로 구성된 거대 도시권이다.
‘중국의 미래’ 대만구의 가치와 의미
웨강아오 지역에서 경제협력을 추진해 온 것은 홍콩·마카오특별행정구와 중국 본토 광둥성 간 경제통합의 시도이다. 이는 결국 홍콩·마카오와 중국 본토 전체의 경제통합의 성패로 이어진다.
체제가 상이한 지역 간의 경제협력 및 통합은 다양한 제약과 시행착오가 수반되기 때문에 대만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및 통합 실험은 중국 본토 전체와 홍콩·마카오 간 경제통합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자 선행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대만구 건설 프로젝트는 ‘일국양제’ 기초하에, 중국 본토의 광둥은 홍콩·마카오의 시장시스템 기반 개방형 경제체제를 수용하여 개혁 개방을 선도하고, 홍콩·마카오는 글로벌 금융·비즈니스·인재 등 비교우위를 활용하여 본토와의 혁신성장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둥은 시장 기능 강화, 정부 행정조치를 간소화해 안정적이고 공정하며 예측가능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적인 조치들은 중국 전체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홍콩과 마카오 역시 대만구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따라 우대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금융 인프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법시스템 등 분야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다.
특히 대만구는 역내 혁신 역량을 제고하기 위하여 글로벌 혁신자원의 집적과 기술혁신에 필요한 제도 및 정책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대만구를 글로벌 기술혁신 허브이자 첨단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이는 중국 최고의 혁신 창업 도시인 선전(深圳)시, 첨단·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는 주장삼각주, 글로벌 금융·네트워크·인재 및 시장·사법시스템 등을 보유한 홍콩·마카오의 상호보완적 우위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세계최대 혁신허브’ 되기 위한 분투
대만구의 성과 지역 간 인프라, 제도와 규범, 생산요소 등의 연결과 연계를 통한 혁신시너지 창출 및 경제통합 수준 제고에 집중된다.
지역간 상이한 체제로 인하여 교류 협력 발전이 제약되는 것이 아니라, 상이한 제도의 장점을 상호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물리적·제도적 연계와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만구는 역내 1시간 생활권을 구축하기 위하여 이미 홍콩·주하이(珠海)·마카오를 연결한 강주아오(港珠澳)대교, 후먼(虎門)대교, 난사(南沙)대교, 황푸(黃埔)대교를 비롯하여 광저우(廣州)·선전·홍콩을 연결한 고속철도를 개통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금도 포산(佛山)·둥관 철도, 선전·장먼(江門) 고속철, 선전·중산(中山)대교 등 광역 교통인프라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역내 정보통신 인프라와 전력·천연가스 등 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여 지역간 협력의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인프라 연결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제도적 연계, 개방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2014년 <본토에서 광둥 및 홍콩 서비스무역 자유화 실현에 관한 합의>, 2019년 <상무 영역에서 웨강아오 대만구 건설을 지지에 관한 여러 정책 조치 관련 의견> 등을 통해 광둥과 홍콩·마카오 간 상품·서비스 분야의 제도 개방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규획 요강> 및 후속 조치에 따라 금융, 무역, 물류, 법률, 기술혁신 등 분야의 제도 개선 및 상호연계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대만구에서는 상호 혁신요소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역내 혁신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홍콩·선전 혁신과학기술단지, 첸하이(前海) 선전·홍콩 현대서비스업 협력구, 헝친(橫琴) 광둥-마카오 심층 협력구 등이 대표적이다. 각 지역의 정부 및 금융 지원, 인재, 자본, 정보, 기술 등을 함께 활용하는 협력단지로 혁신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대만구 내에서 홍콩·마카오 기업이 온라인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회사를 설립할 경우 기업 설립기간은 1영업일에 불과할 정도이며, 연구·개발(R&D) 기업 및 종사자의 지역 간 이동 편의성을 제고하고 인재 유치를 위한 개인소득세 감면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광둥성 하이테크 기업이 2021년 약 6만개로, 그중 대부분은 대만구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2017년 대비 2만 여개 증가한 것이다. 또한 광둥성의 발명특허 등록건수 및 특허협력조약(PCT) 국제특허 유효 출원량이 중국 내 1위를 기록하였다. 창업 인큐베이터 및 대중창업공간 역시 중국에서 가장 밀집한 지역으로 발전하였다.
한국, 반드시 동참해 ‘윈윈’ 거두라
한국과 웨강아오 지역은 전자, 화학 분야를 중심의 분업구조를 기반으로 경제 협력이 긴밀하게 이루어져 왔다. 한국의 웨강아오 지역에 대한 수출은 2019년 기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14.3% 로 대(對)미국 수출 비중(13.5%)을 상회한다. 주요 수출품목은 전기전자 및 석유화학 제품으로 가전, 핸드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이다. 웨강아오 지역의 대한국 수출 역시 전기전자 제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웨강아오에 투자한 한국기업도 전기전자 업종이 주를 이룬다. LG 및 삼성 디스플레이, LG화학, 포스코 등이 대표적이다. 홍콩에는 20여 개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다.
대만구 내 후이저우(惠州)시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한중산업단지가 소재해 있다. 후이저우의 2022년 3월 누적기준 한국기업 수는 305개이며, 직접투자(도착기준) 규모는 약 10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LG-Hitachi Data Storage, LG전자, LG화학, 코오롱 전자소재 등 전자 및 화공 분야의 생산공장이 주를 이룬다. 한중산업단지에 입주한 대한화공은 5G 소재의 R&D 및 생산기업으로, 2023년 말 완공을 목표로 글로벌 공급망 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기지 건설 프로젝트인 SK 이노베이션과 EVE 에너지 합작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기업은 기존의 밀접한 경제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높은 개방도와 혁신요소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대만구에서 새로운 발전을 꾀할 수 있다. 다만 후이저우 한중 산업단지 내 한국기업도 대만구 내 홍콩·마카오 기업이 누리는 우대혜택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대만구는 한국기업에게 더 매력적인 투자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대만구에서 외국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포용적이고 공정한 개방 정책이 지속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홍콩·마카오의 글로벌 허브기능 및 영향력이 감소되지 않고, 광둥에서 중국 전체로 협력 시너지가 확대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정지현,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