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마쥔이 산둥(山東)성에서 공장 탄소 배출 감축 연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당신과 대화하게 되어 기쁩니다.” 전화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약간 피곤하지만 여전히 중후했다. 중국이 탄소 배출 피크와 탄소 중립 목표를 확정함에 따라 공중환경연구센터(IPE)의 창립자인 마쥔(馬軍)은 업무가 더욱 바빠졌고 우리는 점심 휴식 시간에 겨우 그와 대화할 수 있었다. 비록 30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국 민간 환경보호 투사의 투지와 신념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음을 알게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중국 환경 보호계에서 마쥔은 익히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중국 최초로 수질오염 공익 데이터베이스인 ‘중국 수질오염 지도’를 지도 집필했다. 2006년 5월, 그는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중국국무원 총리 등과 함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그와 동료들은 새로운 환경 보호법을 추진해 ‘환경모니터링과 데이터 발표’ 원칙에 포함시키며 중국 오염관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15년 마쥔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콜 사회적 기업가 상’을 중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현재 그의 관심사는 오염 관리를 뛰어 넘어 중국사회의 탄소 배출 감축을 겨냥하고 있다.
산업사슬의 탄소배출을 식별하다
일찍이 2014년에 공중환경연구센터의 탄소 배출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해 공중환경연구센터와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녹색공급사슬지수(CITI)를 개발했다. 2014년 이래로 연구센터는 이미 7기의 CITI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마쥔에 따르면, 이 수치는 주로 중국정부가 공개한 감독정보와 브랜드가 공개적으로 밝힌 데이터를 사용해 브랜드 공급사슬의 환경관리를 동적 평가하는데 특히 환경 보호규정 준수, 에너지 절약 및 오염물질 배출 저감, 정보공개 등이 제대로 되고, 각 브랜드가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관건은 고효율의 환경 관리 통제를 실시하는 데 있다. 즉 중국 국내 공급사슬 기업의 준법 또는 규격 이상의 환경 책임 이행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중환경연구센터가 탄소 배출을 모니터링하는 첫걸음이다.
2015년에 접어들어 그 해 12월 12일, 파리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유명한 <파리협약>이 통과되며 2020년 이후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포석이 마련됐다. 마쥔은 탄소 배출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발견하고 평가지수 조정과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우리가 최초로 개발한 CITI지수는 전체 공급 사슬의 관리 현황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탄소 배출이라는 항목도 있지만 폐수, 배기, 고체 폐기물의 배출 등 오염 통제 항목도 포함돼 있다. 당시 탄소 배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CITI지수에서도 전체 평가시스템에서 탄소 배출에 더욱 높은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후에 마쥔은 유감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전세계의 탄소 배출이 산업 사슬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글로벌 브랜드와 글로벌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 브랜드의 공급사슬 탄소 배출은 브랜드 전체 탄소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일부는 80%나 90%에 이른다. 당시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의 공급사슬 탄소 배출 상당 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었다. <파리 협정>이 통과된 후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일제히 탄소 감축을 약속했지만, 많은 경우 중국의 공급사슬에 실질적인 효과가 미치지 못했다. 때문에 마쥔은 CITI의 기초에 더해 공급사슬의 탄소 배출에 관한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마쥔이 이끄는 공중환경연구센터는 탄소공개프로젝트(CDP)와 협력해 공급사슬 기후행동지수인 SCTI를 개발했다.
“우리가 진행한 모든 평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별도의 전문적인 폼도 개발했다. 이 폼에서 확정된 평가 기준은 현재 중국 생태환경부의 요구에 부합하는데, 바로 오염 제거와 탄소 감축의 결합이다. 폼에는 현지 오염, 에너지 및 자원의 소모 등을 포함해 기업의 공급업자가 원스톱으로 탄소 배출을 공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마쥔이 설명했다.
공중환경연구센터의 노력은 현재 결실을 맺었는데, 이 지수의 평가는 일부 브랜드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마쥔은 “기업은 우리의 평가 대상으로, 글로벌 브랜드인 애플, 델과 중국 브랜드인 화웨이(華爲), 레노버(聯想) 등 많은 대형 글로벌 및 국내 브랜드들이 잇따라 평가 참여자가 되고 있으며 폭스콘, 펑진(鵬鼎)테크놀로지 등 대형 공급업체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산업사슬 상위 공급업체들에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23일, 공중환경연구센터는 ‘2020녹색 공급사슬 및 기후행동포럼’에서 2020년 공급사슬 기후행동 SCTI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연구센터가 3년 연속 발표하는 SCTI 지수 평가 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록 팬데믹이 전세계 공급사슬에 심각한 충격을 가했지만, 일부 선두 기업들은 기후 행동을 늦추지 않았으며 평가에 들어간 540개 중국∙해외 브랜드 중 108개 브랜드가 공급업체의 연간 탄소 배출량 측정을 추진하기 시작해 전년동기 대비 70% 가까이 대폭 증가했고, 37개 브랜드가 공급업체들의 탄소 배출량 공시를 추진해 54%나 크게 성장했다.
현재 많은 브랜드가 CITI와 SCTI지수를 기업의 구매 기준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행정처분보다 시장에서의 신호가 더 효과적이다. 마쥔은 “처벌은 늘 한도가 있지만 주문서는 공급사슬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각 브랜드가 우리의 평가결과를 구매기준에 포함시키면서 많은 공급업체가 자연스럽게 탄소감축 과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중국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발표한 ‘제14차 5개년’ 규획과 2035년 장기 목표는 중국의 탄소 배출 피크와 탄소 중립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했다. 마쥔과 그의 팀은 다시금 관련 평가 체계의 업그레이드에 착수했다. “올해 우리는 막 SCTI를 CATI(climate action transparance index)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평가가 단순히 공급사슬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사슬과 생산성 위주의 기업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공급사슬에 의존하지 않는 대형기업 역시 평가에 포함시킬 수 있다.”
2020년, 공중환경연구센터와 중국 도시온실가스 업무팀이 협력 개발한 ‘중국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플랫폼’은 기업의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출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분석까지 제공하고, 자동으로 탄소배출보고서 작성까지 가능하다. 사진/ 공중환경연구센터 홈페이지
중국기업의 저탄소 발전모델 전환에 활력 주입
마쥔은 “현재 중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분주히 탄소 배출 피크와 탄소 중립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 기업의 움직임은 여전히 느린 편”이라고 약간 유감스럽게 지적했다. 공중환경연구센터가 2020년 발표한 녹색 공급사슬 평가 CITI 보고서에 따르면, 재중 기업 상위 50위 안에 중국 기업은 화웨이와 레노버뿐이다. 또한 공급사슬 기후행동평가 SCTI에서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중국기업은 더욱 적다. “전체적으로 1% 미만의 중국 기업만이 공급사슬의 탄소 배출 문제를 통제할 수 있어 우리의 개선 여력이 매우 크다”라고 마쥔은 말했다.
탄소 배출에 대한 중국 기업의 태도는 왜 이렇게 예상 밖인가? 마쥔은 이에 대해 분석을 시작했다. 그가 보기에 기후문제는 오랫동안 국제 사회의 핫이슈였지만, 중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았다. 최근에 와서야, 특히 2020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75차 유엔(UN)총회 일반토론에서 한 연설에서 ‘탄소 배출 피크’와 ‘탄소 중립’을 언급한 이후에야 기업 측은 이를 충분히 중시한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둘째, 탄소 배출의 계산은 기술적인 측면의 과제가 많이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탄소 배출원을 어떻게 설정할지, 각 범위 단계의 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산정할지 말한다면 이는 모두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관련된다.” 이 때문에 기술적인 부재는 기업의 탄소 배출 관리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기업은 각종 컨설팅서비스를 통해 산정할 수 있지만 전통적인 컨설팅서비스의 원가가 높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큰 비용을 들여 탄소감축을 추진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인 요구다.
기업의 탄소 배출 관리를 돕기 위해 마쥔과 공중환경연구센터는 새로운 여정에 올랐다. 2020년 초, 공중환경연구센터와 중국 도시 온실가스 업무팀(China City Greenhouse Gas Working Group,CCG)이 협력해 ‘중국 기업 온실가스 배출 계산 플랫폼(中國企業溫室氣體排放覈算平臺)’을 개발해 같은 해에 선보였다. 소개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발전·전력망·철강·석탄·가스·비철금속·제지 등 24개 업종에 걸친 기업들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의 계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마쥔은 “이 플랫폼은 디지털방식으로 기업의 탄소발자국 산정을 돕는다. 우리도 여전히 끊임없이 최적화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기초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탄소 배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다른 우수기업을 벤치마킹 해 감축경로를 식별하고, 최종적으로 기업이 탄소 중립방안을 편성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중환경연구센터는 CATI지수의 개발 및 업그레이드에 착수했으며 중국 기업의 동향도 주시하고 있다. 마쥔은 이제 중국업체들의 대응과 의사표시가 이어지기 시작했고, 탄소 배출 피크와 탄소 중립에 대한 단계적 목표를 제시한 기업도 있다고 흐뭇해 했다. 이로써 중국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마쥔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중국 기업은 여전히 탄소 감축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막막해 하고 있다. 한 편으로는 탄소 배출 감축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과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충분히 활용해 기업이 기업운영 전반에 걸쳐 환경·건강·안전생산의 리스크를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운영과 가치사슬의 녹색전환을 돕는 방안을 고려 중에 있다”고 말했다.
2020년, 공중환경연구센터와 중국 도시온실가스 업무팀이 협력 개발한 ‘중국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플랫폼’은 기업의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출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분석까지 제공하고, 자동으로 탄소배출보고서 작성까지 가능하다. 사진/ 공중환경연구센터 홈페이지
중국사회의 저탄소 건설에 참여
마쥔과 공중환경연구센터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 공급사슬의 탄소배출 감축만이 아니라 중국 전체 사회의 탄 소배출 감축 과제이다.
2019년에 연구센터는 ‘중국도시 탄소 피크 지도’의 개발에 착수했고 2020년 말 제 1차 ‘중국도시 탄소 피크지수’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중환경연구센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중국 각 성(省)·시(市)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배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배출 총량, 1인당 배출량과 단위 GDP당 배출량 등이 포함된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 전반의 대응과 탄소 배출 피크, 탄소 중립 행동의 진전을 중국사회 전체가 인지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엄격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쥔은 현재 공중환경연구센터는 중국환경과학원과 공동으로 ‘중국 성(省)급 탄소 배출 피크·탄소 중립 지수’와 ‘중국 도시 탄소 배출 피크·탄소 중립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 두 지수는 중국 각 지방의 탄소 배출 상황, 감축 추세를 평가할 수 있다. 2021년 6월에 ‘중국 성급 탄소 배출 피크·탄소 중립 지수’가 발표되고, 7월에는 ‘중국 도시 탄소 배출 피크· 탄소 중립 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저탄소 등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많은 평가기관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 기준을 수용하고 채택하기 시작했고, 많은 기관이 공중환경연구센터의 데이터를 ESG 평가 데이터에 포함시켰다. “중국우정저축은행(中國郵政儲蓄銀行)처럼 2020년 연간보고에서 우리가 발표한 관련 데이터를 인용했다. 녹색채권의 등급평가에서도 많은 기업이 우리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마쥔이 말했다.
현재 마쥔은 공중환경연구센터의 책임자일 뿐 아니라 중국 ESG30포럼, 아름다운 중국 100인 포럼(美麗中國100人論壇), 탄소 중립 50인 포럼의 멤버이다. 이와 같은 교류 시스템에서 마쥔은 중국 기후변화 특사 셰전화(解振華)와 여러 중국 양원(兩院) 원사, 재계 거두들과 함께 중국 탄소 배출 감축의 미래를 논의한다.
사람들의 인정과 영예 앞에서 마쥔은 여전히 겸손하다. “이런 시스템에 가입해 각 대표와 원사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겐 대단히 큰 영광이다. 사회 전체의 성공적인 저탄소 전환을 돕기 위해 우리의 장점을 살려 빅데이터를 통해 참여하고 싶다.” 마쥔의 말이다.
글|장진원(張勁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