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0
하이난(海南) 자유무역항 하이커우(海口) 푸싱청(復興城) 인터넷정보산업단지 사진/ 장쥐룽(蔣聚榮)
중국의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4차 회의가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되었다. 5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정부업무보고 발표를 통해 올해 중국의 중점 임무 및 제14차 5개년 규획 기간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 양회, 왜 주목을 받았을까?
중국의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올해는 각기 3월 4일과 5일 베이징에서 개막되었다. 양회 개최는 1959년부터 시작되었고, 중간에 잠시 중단되었다가, 1978년부터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1985년부터는 3월 개최가 관례화되었고,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중국의 정치적 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제이다. 이번 양회는 그 이전 해 가을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이하 ‘19기 5중전회’)에서 결정된 당의 방향과 방침들을 국가의 법률과 정책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양회는 중국공산당의 방침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 집단과 대중들의 토론과 동의 과정을 광범위하게 거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번 양회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2021년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샤오캉(小康)사회 달성을 공언한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이후, 처음 열리는 중국의 국가급 회의이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35년만에 처음으로 연기하여 5월에 개최된 바 있어, 금년에는 다시 이를 3월 개최로 환원했다는 점도 관심 사항이었다.
2020년에는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중대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중국 외교는 도전을 받았다. 미중관계는 양국수교 이래의 가장 큰 도전을 직면하고 있고 중국이 어떠한 경제정책을 취할 것인지, 중국의 대외정책 특히 주변국과의 외교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 지가 관심사가 되었다. 코로나19, 생태환경, 기후변화 등 비전통 안보문제가 부각되면서 중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양회를 통해 중국의 정책방향을 읽는다
중국은 현 국제정세를 100년 만의 큰 변화의 국면이라 규정한 바 있다.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론’에 입각하여 미국 등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탈동조화의 압박에 대해서는 이중순환 발전전략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공급측 개혁과 더불어 내수시장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번 양회는 이러한 중국의 기존 방침들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실행에 옮길 정책들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중국은 예상대로 미국과의 대외적인 갈등보다는 내부적인 민생안정, 내수강화, 경제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축성(築城)과 역량비축을 통해 외부의 도전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과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감안하면서도 6% 이상으로 비교적 낙관적인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자신감의 반영이다. 샤오캉사회 달성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인다. 과학기술 분야의 창신을 촉진하자는 강조점이 눈에 띤다. 과학기술분야의 연구개발을 위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의 개발비를 대폭 투자할 것이다.
중국은 다양한 다자무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류의 위생건강공동체, 국제 방역협력의 촉진 방침 등을 통해 중국은 소프트 파워 경쟁에도 적극 뛰어들었으며 세계화의 추세를 거슬러 점차 지역 블럭화하는 추세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같은 지역 경제협력, 중-유럽 투자협정, 한중일 삼국 자유무역협정의 추진에 적극적이다. 홍콩과 타이완(臺灣)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주권의 원칙이 우선한다는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모든 내용들은 새로운 역사적인 도전을 맞이하여, 중국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에 대한 자신감도 보여주었다.
한국은 미중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한중 양국은 우호관계를 최대한 강화하려 노력할 것이다. 반도체 문제에서 엿보이듯이 지금처럼 중국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 상황도 없었다. 한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의 미래에 대해 자신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막연한 신념에 입각해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사고나 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오히려 중국과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국은 지역 다자협력과 분업구조의 창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 더 고민하고, 주변국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21세기의 중국은 더이상 중국만의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중국’이 더 부각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중국이 중국 내부의 어려움을 넘어서 더 자신감을 가지고 주변 국가와 세계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공재, 제도, 규범들을 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세계는 중국과는 다른 문화, 인종, 제도, 사상을 가진 사람들도 여전히 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크고 강해진 만큼 해야 할 일과 책임도 커가고 있다.
글|김흥규(아주대학교 정치외교과 교수, 미중정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