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트라 광저우(廣州)무역관은 ‘하이난(海南) 자유무역항 건설프로젝트 추진’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올해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중미 무역분쟁 장기화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찾고 있고, 그 일환으로 올해 6월 1일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海南自由貿易港建設總體方案, 이하 ‘총체 방안’)>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고 기술했다.

정부 차원의 기업활동 지원

하이난의 주요 산업은 관광업과 농업이다. 2019년 GDP 규모는 5308억9400만 위안(약 90조4377억원)으로 전체 중국 GDP의 0.53%에 불과하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99년에서 2010년 사이 여러 차례의 출장과 여행을 통해 접한 하이난의 깨끗한 자연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 인구와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여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에 비해 지역 경제성장률이 낮은데, 이번 ‘총체 방안’ 발표로 향후 눈부신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이난은 중국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충저우(瓊州) 해협을 사이에 두고 광둥(廣東)성과 마주보고 있으며, 필리핀·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와 인접해 있다. 또한 인도양과 태평양을 오가는 해상교통의 요지이자 동북아와 동남아를 잇는 역내 중심지로서 지리적으로 시장 개방에 매우 유리하다. 보고서에서는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우대 정책을 ‘6+1+4’로 요약하고 있다. ‘6’은 무역 자유화, 투자 자유화, 국경 간 자금 이동 자유화, 인력 이동 자유화, 물류운송 자유화, 데이터 이동 자유화 등 6가지 자유화를 의미하고 ‘1’은 신흥산업의 중점적인 육성을 뜻한다. ‘4’는 세수, 사회 치안, 법치, 사회 불안요소 통제 등 4가지 차원에서 구체적인 법제도를 확립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하이난은 ‘총체 방안’에 따라 양푸(洋浦) 보세항에 ‘일선방개, 이선관주(一線放開, 二線管住)’ 수출입 관리 제도를 선행 실시하고, 상황에 따라 세관의 특수관리 구역을 증설키로 했다. ‘일선방개’란 화물을 해외에서 중국 자유무역구(항)로 직접 무관세 반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선관주’는 자유무역구(항)에 반입된 화물을 다시 중국 본토로 반출시키는 것을 뜻하며, 이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별도로 관리된다. 즉 하이난 자유무역항이 높은 시장 개방성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입화물이 하이난을 이용해 중국 본토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하이난 내에서의 기업활동을 중점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산업 발전의 획기적 기회

‘총체 방안’은 총 2단계로 이뤄진 주요 과제를 담고 있다. 1단계는 2025년까지 무역과 투자 자유화 기반을 구축하고 성 전체에 점진적인 무검역·무관세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다. 2단계는 2035년까지 개방 정책과 제도를 보완해 전면적인 무역 자유화, 투자 자유화, 국경 간 자금 이동 자유화, 인력 이동 자유화, 물류운송 자유화, 데이터 이동 자유화 등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한편 투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의 원리를 적용해 정부에서 금지하는 영역 외에는 기업 진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비금즉입(非禁卽入)’을 도입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우대 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세제 혜택이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에서는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인세, 개인소득세, 관세 등에 우대 정책이 적용된다. 특히 수출입 관세 부과 품목 리스트 외의 모든 자유무역항 수입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관세가 면제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에 법인 등록을 하고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 중인 권장산업의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15% 감면 혜택을 준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내에 설립된 관광업, 서비스 분야 신흥산업, 첨단기술산업 관련 기업 역시 2025년까지 신규 해외직접투자에 따른 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가 면제된다.

박 본부장은 “하이난의 우대 세율은 아시아 최대의 자유무역항인 싱가포르보다 더 높다. 이를 통해 하이난 관광업과 소비산업이 한층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무역 중계지가 아니라 ‘웨강아오대만구(粵港澳大湾区, 광둥-홍콩-마카오로 이어지는 광역도시권)’와 아세안을 넘어 아시아 전체를 연결하는 허브 조성을 목표로 한다. 현재 첨단과학기술 산업 등 보다 고차원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산업을 유치하는 쪽으로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한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

지난 7월 15일 하이난성 상무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글로벌 투자 침체에도 불구하고 하이난성의 실질이용외자는 빠르게 성장하며 하이난 경제를 견인하는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1월에서 6월 하이난성의 신규 외국법인은 전년 동기 대비 24.54% 늘어난 203곳, 실질이용외자는 98.69% 증가한 3억19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총체 방안’이 순차적으로 이행되고 관련 제도가 확립되면서 외국법인의 투자 열기도 점차 달궈지고 있다. 외국법인의 진출로 하이난 경제도 이전보다 더욱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이처럼 지리적 이점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하이난은 앞으로 선전(深圳) 경제특구 등과 같이 번영한 지역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료 관광, 스포츠 관광 등 중점 육성 산업에서 큰 부가가치가 기대되며 하이난 크루즈 등의 관광상품 역시 비즈니스 기회 발굴의 여지가 크다. 정부 차원의 육성 산업과 관련된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나섰다. 그 중에서도 한국 크루즈관광, 항공, 면세점, 통신업 등의 서비스 산업이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수혜를 볼 업종으로 예상된다.

박 본부장은 “천연 자원의 보고인 하이난이야말로 관광개발 잠재력이 뛰어난 곳이다. 다만 하이난은 관광 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해양관광 자원 개발과 관련에 경험이 풍부하다. 부산이나 제주를 봐도 관광산업 개발 사례가 상당하다. 한국의 해양관광 개발 노하우와 하이난의 지리적 조건이 결합한다면 하이난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총체 방안’ 발표를 계기로 더 많은 외국인 우대 정책이 나와 중국 시장과 하이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확장되었으면 한다. 또 비록 하이난에서 내국·외국 기업을 위한 우대 정책을 많이 선보이고 있긴 하지만, 언어 장벽 등의 문제로 외국기업에 홍보가 덜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관련 정책이 외국기업에도 잘 알려질 수 있도록 다국어로 작성되었으면 한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이 조성되면 여러 가지 민관협력사업(PPP)도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 한국 기업들이 하이난에 적극 진출하여 실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이난이 보아오포럼이라는 중요한 지역경제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국제적인 영향력을 높이고 전 세계에 하이난을 알렸으면 한다.”

박 본부장은 20년 전 홍콩에서 근무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하이난 업무를 담당하며 하이난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코트라 중국 법인의 오랜 상주 기간을 고려하면 하이난에도 지부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쉬지 않고 발전하는 하이난을 보면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하이난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