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중국 정부가 제시했던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을 완성하는 해이자 빈곤 지역 및 빈곤 인구의 완전한 해소 등의 빈곤 퇴치 임무를 달성하는 해이다. 만일 중국이 당초의 목표를 실현하게 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중국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직면해있는 어려움 속에서도 빈곤 퇴치는 물론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 건설을 중점 목표로 제시했던 13차 5개년 계획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의 빈곤 퇴치 실현은 농민의 소득 증대나 농촌지역의 발전, 농업 현대화뿐만 아니라 도시화, 지역개발, 산업고도화의 진전 등과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빈곤 퇴치 이후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극적인 중국의 빈곤 퇴치 성과
지난 5월 21일 개최된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발표된 정부업무보고에 따르면 2019년 중국경제는 세계경제의 회복세 지연, 글로벌 통상 분쟁의 격화, 국내 경제의 하방압력 확대 등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도 불구하고 주요 목표와 임무를 달성함으로써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을 위한 견실한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고려하여 2020년에는 성장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고용 안정과 민생 보장을 최우선적인 정책과제로 삼아 빈곤 퇴치에 성공함으로써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지금까지 중국의 빈곤 퇴치는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하루 1.9 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중국의 빈곤인구 비중은 1990년 전체 인구 대비 66.2%에 달했으나 2018년에는 그 비중이 0.5%로 매우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가통계국의 데이터 역시 1978년 7억7039만명에 달했던 중국의 농촌지역 빈곤인구가 2019년 말까지 551만명까지 감소하였으며, 같은 시기 빈곤발생률도 97.5%에서 0.6%까지 매우 극적으로 감소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성공적인 빈곤 퇴치는 개혁개방 이후 이룩한 눈부신 경제성장을 토대로 하고 있다. 중국은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 소득증대를 경험하였다.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GDP에서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27.7%에서 2019년 7.1%까지 감소하였고 1차 산업 취업자 비중도 70.5%에서 25.1%로 감소하였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들이 도시로 이주하여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중국의 도시화율도 1978년 17.9%(1억7245만명)에서 2019년 60.6%(8억4843만명)로 크게 증가하였다. 농촌지역의 잉여노동력 해소와 함께 농업·농촌·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삼농정책이 지속되면서 1978년 133.6위안에 불과하였던 농민 1인당 소득은 2019년 1만6020.67위안(약 276만원)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농민의 소득 증대는 농촌지역의 빈곤 퇴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빈곤 퇴치가 가능했던 원인
개혁개방이 시작되던 1978년 당시에만 해도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조차 어려웠던 중국이 성공적으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급속한 경제성장 외에도 제도적 우위, 지역의 실정에 맞는 정책의 실천, 전(全) 사회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적 빈곤에서 벗어나겠다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반영되었다. 그동안 중국은 농민의 소득증대, 농촌의 지역개발, 농업 현대화에 초점을 둔 삼농정책을 중점 과제로 추진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빈곤을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빈곤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빈곤 구제를 위한 자금 지원, 빈곤 퇴치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 참여, 지역개발전략 등 다양한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빈곤에서 벗어난 계층의 재(再)빈곤화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취업 및 교육정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13차 5개년 계획에서는 2020년까지 모든 지역을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빈곤 지역의 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특색산업모델을 개발하여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경제가 발달한 연해지역이나 기업이 빈곤지역과 협력하여 빈곤 퇴치를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중국정부는 2013년부터 도시에 유입된 농민가정의 안정적인 도시 정착에 초점을 맞추고 도시 공간의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적정 규모의 중소형 도시 발전 및 도시 간 연계 발전을 추구하는 신형 도시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까지 도시화가 호적제도나 토지제도와 괴리됨으로써 농민이 도시지역의 사회보장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데 큰 제약이 존재하였으나 신형 도시화 정책을 호적제도와 상호 연계함으로써 농민이 도시 정착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많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대부분 호적과 연계되어 있고 농민의 이농에 따른 토지보상금 문제나 재산권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농민의 도시 정착은 불완전하게 이루어져 왔으나 호적제도 개혁과 토지제도 개혁을 도시화 정책과 연계하여 농민의 도시민화를 개선함으로써 구매력을 갖춘 도시민을 확대해 내수 중심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의 빈곤지역은 신장(新疆), 시짱(西藏), 칭하이(靑海), 쓰촨(四川), 간쑤(甘肅), 윈난(雲南) 등 대부분 서부내륙의 농촌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중국정부는 동부 연해지역과의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과 서부지역의 빈곤 퇴치를 위해 2000년부터 지역개발전략의 일환으로 서부대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에는 서부지역을 둘러싼 변화된 환경을 반영한 ‘신시대 서부대개발’ 전략을 새롭게 발표하고 서부지역의 생태·비즈니스·개방·혁신 환경의 개선과 인프라 확대, 주민 생활 수준의 제고 등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는 빈곤 퇴치를 위해서 정부는 먼저 도로, 항만, 전력 등과 같은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과 혁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내용을 고려할 때 새롭게 제시된 서부대개발 전략은 지역의 빈곤 퇴치를 가속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개최된 양회에서도 중국정부가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빈곤 퇴치 업무를 제시하였다. 또한 세부 정책으로 아직 빈곤지역으로 남아있는 빈곤현과 빈곤촌에 대한 지원정책 강화, 농업 생산성의 제고, 농민의 취업과 소득증대 채널의 확대, 현대농업시설 지원, 농민의 생산 및 생활 환경의 개선 등을 제시함으로써 빈곤 퇴치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이 가질 기회
성공적인 빈곤 퇴치는 농민의 소득 증대나 농촌지역의 발전, 농업 현대화뿐만 아니라 도시화, 지역개발, 산업고도화의 진전 등과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성과는 안정적인 소비 확대와도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빈곤 퇴치 이후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소비재와 서비스, 인프라와 농업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소비재의 경우 소득이 증대됨에 따라서 의식주와 관련된 소비품목에서 진출이 유망하다. 식품 품질과 안전에 대한 의식이 제고되면서 건강·기능식품, 유아용 식품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또한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난방설비나 위생설비에 대한 수요도 증가될 수 있으며, 한국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유아용품이나 화장품 역시 진출이 유망한 품목이다.
소득수준의 향상은 소비자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콘텐츠와 의료서비스 분야에서의 진출 확대를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내 부족한 의료시설과 의료서비스를 고려할 때 영상진단기술, 의료기기나 의료기관의 진출이 유망하다. 높은 이동통신 보급률에 기반한 모바일 게임이나 영상콘텐츠 분야의 진출도 유망하다.
또한 도시 조성이나 인프라와 관련해서 통신망 구축에 따른 통신설비, 교통인프라와 관련된 시스템 등의 분야가 유망하며, 농업 현대화에 따른 농기계, 시설농업과 관련된 스마트팜, 농업종자 등에서도 진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로 새롭게 펼쳐질 중국경제가 한국과 함께 협력하여 발전하고 도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이상훈(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