겅쑤멍(가운데)이 미국 피겨 댄싱 세계챔피언들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98년 일본 나가노(長野) 동계올림픽, 바이올린 협주곡 ‘양축(梁祝, 양산백과 축영대의 약칭)’의 은은한 선율에 맞춰 감동의 무대를 펼친 ‘은반 위의 아름다운 나비’-중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 천루(陳露)는 반주도, 연기도 끝났지만 새하얀 얼음 위에서 흐느끼며 오랫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 장면은 TV앞에 앉은, 겨우 초등학생에 불과했던 나에게 깊은 기억으로 남았다. 이는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할 수 있다.
천루가 나를 피겨 스케이팅 세계로 인도했다면, 중국 페어 스케이팅선수 선쉐(申雪), 자오훙보(趙宏博)는 나를 피겨스케이팅에 정말 반하게 만들었다. 2003년 미국 워싱턴 D.C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 때, 오페라 투란도트의 유명한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마지막 소절에 맞추어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인 선쉐와 자오훙보는 서로 부둥켜 안았고,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쳤다. 선쉐-자오훙보 조는 완벽하게 역전에 성공해 두번째 세계 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차지했다. 투란도트 곡과 이에 어울리는 감동적 연출은 내 마음 속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그때 이후 나는 이런 아름다움과 힘이 완벽하게 결합된 피겨 스케이팅에 완전히 빠져 들었다.
그 때부터 TV방송에 피겨 스케이팅 대회가 나올 때마다 나는 신나게 시청하곤 했다. 당시는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했던 때라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피겨 스케이팅 관련 기사와 대회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갔다. 점점 더 많은 중국 내외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을 알게 되었으며, 동시에 점프, 회전, 발 스텝 등 다양한 기술동작들을 심도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2006년 나는 베이징(北京)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었고, 많은 피겨팬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스케이트도 타고, 함께 수다를 떨기도 했고,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피겨에 미쳐있던 우리가 베이징에서 열리는 대회를 한 경기도 놓치지 않았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시절, 중국 국내 피겨 스케이팅 경기는 그럼에도 여전히 드물었다. 국제적인 대규모 경기는 일년에 한 번, 그랑프리 중국 컵 뿐이었다. 그 당시 관중은 매우 적었고, 경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관중은 더 적었다. 뿐만 아니라 경기장 조건 역시 너무나 빈약했고 대회 운영과 조직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중국 피겨 스케이팅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일반 대중에게 피겨 스케이팅은 점점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관심과 환영을 받게됐다. 중국의 이러한 ‘피겨 열풍’은 중국에서 더 높은 수준의 경기 개최로 이어졌다.
피겨 대회가 늘어남에 따라 피겨 공연의 수준 또한 점차 높아갔다. ‘얼음 위의 축제’ 등 빙상 순회공연이 잇따라 열렸고, 피겨 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이전에는 TV나 영상에서만 볼 수 있었던 피겨 스케이팅 스타를 이제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들의 빛나고 멋진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된 것이다.
중국 빙상·빙설 스포츠 발전이라는 좋은 타이밍을 만난 우리 세대의 피겨 팬들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전국 각지에 아이스 링크가 생기고 있고, 높은 수준의 경기와 공연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다양한 빙상·빙설을 테마로 한 스포츠·문화 행사 역시 증가하고 있으며, 빙상·빙설 스포츠의 영향은 끊임없이 커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자오훙보-선쉐 부부는 중국팀을 강하게 훈련시키고 있다. 현역 시절 팬들로부터 ‘훙보 오빠(宏博哥)’와 ‘쉐 언니(雪姐)’로 불렸던 이들은 이제 ‘쟈오 코치’와 ‘션 팀장’으로 변신해 있다. 중국 피겨스케이트팀 수석코치와 중국국가체육총국 동계올림픽센터의 피겨스케이트팀 부팀장으로서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분야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피겨 스케이팅 팀이 최고의 수준으로 경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좋은 결과를 얻어 평창의 얼음 위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