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를 사랑하는 천멍
천멍(陳猛)은 베테랑 언론인이다. 1950년대 출생으로 바둑, 수영, 베드민턴, 사진촬영 등 취미생활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스키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활동이다. 위험한 스포츠지만 벌써 20년 가까이 견지해 왔다.
1998년 언론계 일선에서 일하던 때, 스키는 천멍이 보도하는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당시에는 그가 스키라는 운동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개인 장비가 없어서 스키장에서 대여하는 장비를 써야만 했다. 처음 탓었을 때는 헬멧도, 고글도, 장갑도 착용하지 않았다. 참 겁이 없었던 것 같다. 스키를 착용하고 초급자용 슬로프를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완만한 경사에도 눈앞이 어지러웠다.” 천멍의 말이다. 당시 스키 ‘왕초보’였던 그는 슬로프 가장자리의 줄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속도를 줄이는 방법도, 방향을 바꾸는 방법도 모른 채 엉거주춤 내려오다가 비명소리와 함께 눈밭 위에 ‘대(大)’자를 그리며 고꾸라졌다. 하지만 점차 경험이 쌓이면서 천멍의 스키 실력도 나날이 향상되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왕초보’는 그렇게 스키 마니아가 되었다.
언론계에 몸담았던 수십년 동안 제대로의 여가시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천멍은 겨울이 되면 어김 없이 스키장을 찾았다. 스키용 장비도 하나 둘씩 갖추어갔다. 그는 “은퇴를 한 지금은 스키장 갈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스키는 10대 익스트림스포츠 중의 하나로 용기있는 자들의 스포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멍 역시 스키가 주는 스릴을 만끽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했고, 때로는 위험천만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아찔한 장면을 목격했던 그의 스키 친구들은 놀란 얼굴로 “죽으려고 하느냐”며 묻기까지 했을 정도다. 실제 스키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많이 발생한다. 천멍 또한 점차 그 위험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더 이상 속도경쟁을 즐기지 않는다. “아마추어 스키어 모임에서 기본적인 스키 기술을 배웠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즐겨야 한다고 했다. 긴장을 풀고 몸의 중심을 스키에 집중시킨다. 지구의 중심을 느끼며 바람에 나를 맡긴 뒤 자유롭게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면 된다.” 천멍의 말이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했던가? 스키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된 천멍이다.“아마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위험하고 격렬한 스포츠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정적인 시간이 동적인 시간 보다 훨씬 길다. 리프트 탑승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긴가? 산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순간의 일이다.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크게 돌아 방향을 바꾸다 보면 춤을 추는 것 같은 운율(韻律)의 미(美)를 느낄 수 있다. 아주 매력적이다.”
스키는 천멍에게 영광의 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스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상품으로 엉덩이 보호대를 안아 들었던 것, 국제 노르딕스키 대회 개막을 기념해 열린 중국 국내 기자단 노르딕스키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머쥐고 등산용 스틱을 수상한 것, 모두 천멍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지금도 겨울이 되면 천멍은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 오른다. 스키와 각종 장비들을 싣고 스키장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 천멍은 스키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스키는 대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즐길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자 일종의 행위예술로 현실을 초월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그는 또 이런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눈 위에서 나는 것이 좋다. 맑고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좋다. 리프트 위에서 넋을 놓고 있는 시간이 좋다. 나무 그림자가 언덕을 가린 것이 좋다.……북방에 살면서 스키를 즐기지 않는다면 대자연의 호의(好意)를 져버리는 것 아니겠는가?’
천멍에게 있어 스키는 젊은이들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예순을 훌쩍 넘긴 천멍이지만 스키장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멋지고 활기찬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