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방문은 중·한 관계가 ‘사드’ 문제로 냉각된 상황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중·한 양국 각계각층의 관심이 높았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한국 언론매체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리지만 이번 방문이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들
첫째,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중·한 양국 지도자는 이번 방문을 통해 상호 신뢰를 증진했고, 중·한 관계의 향후 발전, 조선(한)반도 정세 등 여러가지 항목에 합의했다. 이번 방문으로 ‘사드’ 위기 이후 악화됐던 중·한 관계가 전환되면서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경제 협력 측면에서 보면 중·한 양국은 중·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동, 중·한 산업단지 공동 건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한국의 ‘신 북방정책’ 연결 등에서 의견 일치를 보았다. 양측은 경제, 무역, 에너지, 환경, 스포츠, 위생 보건 등 분야에서 협력 양해각서(MOU) 7건을 체결했다.
셋째, 인문 교류 측면에서 보면 양국은 동계올림픽 협력, 중·한 인적 교류 촉진, 중·한 인문 교류위원회 업무 강화 등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 성과에 대해, 특히 정치와 경제 협력 분야의 성과에 대해 중·한 양국 학계와 언론이 심도있게 분석하고 보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방중 기간 보여준 중·한 인문 교류의 연결고리 역할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한 것은 드물었다.
인문 교류로 민심을 모으다
‘국가간 교류는 국민간 친함에 있다’는 말이 있다. 인문 교류는 양국 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양국 관계를 묶어주는 안정 장치다. 문재인 대통령 방중 일정의 세부적인 면을 보면 문 대통령이 인문 교류를 통해 양국 국민의 우호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려고 고심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기간 동안 중·한 양국이 침략에 함께 대항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양국 인민의 공통된 역사 기억을 환기시켜 중·한 양국의 인문 유대 관계 강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다.
중·한 양국은 일제 강점과 항일전쟁이라는 공통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 기간에는 마침 난징대학살(南京大屠殺) 80주년 기념일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난징대학살 희생자에게 여러 차례 애도를 표하면서 중·한 양국은 일본 군국주의 침략 역사를 공동 규탄한다고 밝혀 중국인에게 보편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방문한 지방 도시 가운데 충칭(重慶)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방문지로 충칭을 선택한 이유는 충칭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서부대개발의 전략적 지점이기도 하지만, 충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이유가 더 중요해 보인다. 12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날 충칭을 방문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참관했다. 참관하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의 독립운동 지도자 김구 선생의 흉상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뿌리이고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며 “역사를 기억하는 국가에게 미래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기간 동안 행한 연설에서도 중국에서 항일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김구, 윤봉길, 김산 등 애국지사들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요 지도자로 항일전쟁 시기에 중국에 오랫동안 머물며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윤봉길은 한국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虹口)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의 ‘축하 행사’를 저지했다. 그의 용기있는 행동은 한국의 항일 독립운동과 중국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해주었다.
김구와 윤봉길은 중·한 양국 국민이 잘알고 있는 항일 독립운동가지만 김산은 중·한 양국 국민에게 다소 낯선 이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北京)대학교에서 가진 연설에서 김산은 조선 청년으로 광저우봉기(廣州起義)에 참여했고 옌안(延安) 항일군정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던 중국공산당의 동지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가 김산이라는 인물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것은 에드거 스노(Edgar Snow)의 부인 헬렌 포스터 스노(Helen Foster Snow) 덕분이다. 항일전쟁 기간 동안 그들은 옌안에서 마오쩌둥(毛澤東)과 주더(朱德) 등 중국공산당 지도자와 팔로군 장병 등을 인터뷰했다. 헬렌 포스터 스노는 옌안에서 조선 청년 김산을 인터뷰하고 김산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리랑>을 써 1941년 님 웨일스(Nym Wales)라는 필명으로 미국에서 출판했다. <아리랑>이 출판되자 미국 독자들의 강력한 호응을 얻었고 미국 신문들은 <아리랑>을 높이 평가하는 평론을 앞다퉈 실었다. 김산은 중국공산당 동지였기 때문에 남북 분단과 냉전적 사유가 팽배했던 한국에서는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서 김산을 직접 언급한 것은 한국 정부가 항일전쟁 시기 한반도 항일 독립운동과 중국공산당의 협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유구한 역사를 지닌 중·한 문화 교류사는 중·한 양국의 소중한 자산이고 중·한 운명공동체 구축의 굳건한 기반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대학교 연설은 중·한 인문 교류사를 축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논어> <맹자> <삼국연의> <동의보감> <북학의(北學議)> 등에는 중·한 양국 공통의 역사 문화의 결정체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진왜란 때 조선의 장군 이순신과 명나라 장군 진린(陳麟)이 함께 왜구를 무찌른 일, 홍대용이 중국 학자인 엄성(嚴誠), 육비(陸飛), 반정균(潘庭筠) 등과 ‘천애지기(天涯知己,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알아주는 각별한 친구)’의 정을 나눈 것을 언급했다. 연설에서 김구, 윤봉길, 김산, 정율성 등 항일전쟁 시기 중국인들과 함께 항일운동을 펼친 대표적인 인물도 열거했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 현대 작가인 루쉰(魯迅)을 두 차례나 언급하면서 루쉰의 명언인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를 인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대학교 연설에서 이처럼 중·한 양국 공통의 인문 요소를 언급해 중·한 양국 학생들의 역사 공감대와 문화 공감대를 높였다. 이는 앞으로 중·한 인문 교류의 깊이있는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기간 동안 서민적인 대통령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첫 아침식사 장소로 일반 식당을 찾아 중국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샤오룽바오(小籠包, 만두), 훈툰(馄饨, 만둣국), 유탸오(油條, 중국식 튀김빵), 더우장(豆漿, 중국식 두유)을 먹었고 휴대전화로 결제해 중국의 발달된 모바일 결제를 체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일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서민적인 대통령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동안 어디를 방문하든 제일 먼저 현지 한국교민을 만나고, 항일 독립운동가 자손을 접견해 중국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한 관계가 최악의 시기일 때 중국 국빈 방문을 통해 수동적이었던 중·한 관계를 전환시켰고, 이 때문에 이번 방문은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방문 기간 동안 한국측은 중·한 인문 교류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 연설 내용 등 각 부분에 그것을 담았다. 그래서 이번 국빈 방문은 인문 요소가 풍부했고 성공적인 방문에 견실한 기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