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8 글|리청르(李成日)
2017년 12월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 앞서 인민대회당 베이다팅(北大廳)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사진/XINHUA
2017년 12월 13~16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중요한 공감대를 이루었다. 조선(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흔들림없이 견지해 나갈 것과 반도에 전쟁이나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반도 문제는 최종적으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 반도 남북간의 대화와 접촉을 통한 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 추진을 지속적으로 지지한다는 것 등이다. 이 밖에도 중한 정상은 양국간 소통을 밀접히 해나가고, 핫라인을 조속히 개설하며, 양국간 정치·경제·안보·생태·환경·에너지 등에서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한층 더 확대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중한관계 발전의 계획과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안정적인 한중관계는 양국의 현실적 수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특수한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당선된 날로부터 바로 직무를 이행해야 했다. 전임 대통령으로부터의 인계인수가 없어 과거 대통령과 비교해볼때 취임 준비기간이 매우 짧았다. 게다가 전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조치로 인해 한국 정치는 혼란과 심각한 분열에 처한 상황이었다.
2017년, 조선(북한)은 제6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미사일도 20여 차례나 발사했다. 이에 미국은 ‘강대강’ 전략으로 반도에 대량의 첨단 전략무기를 전개했고, 한미 연례 합동군사훈련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조(북)미 양측의 첨예한 대결과 공격적인 언사는 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상태에 놓이게 했다.
조선반도 문제의 중요 당사자 중 하나인 한국은 조선과의 관계에 있어 미일 양국의 압력을 받는 동시에 남북간 긴장국면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도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때때로 무력을 동원한 조선(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불 위에 기름을 붓는 꼴’로 사람들로 하여금 반도 정세를 더욱 염려하게 만들었다. 실수로라도 무력이 사용되면 쉽게 전면 전쟁으로 확대되고, 심지어 핵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반도 상황이다. 이는 한국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다. 또,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 아베 정부는 조선 문제에 있어 미국과 같은 입장에서 미국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을 통해서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미국과 조선 사이에서, 또 남북 관계 개선에 있어 매우 큰 압력에 직면해 있다.
2017년은 중한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였다. 지난 25년 동안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양국 관계는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왔고, 풍부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2016년 7월, 미한 양국이 한국에 사드(THAAD) 미사일방어시스템 배치를 결정함으로써 중한관계는 수교 이래 가장 엄중한 어려움에 빠졌다. 정치적 신뢰 관계의 붕괴는 양국간 경제·무역·인적 교류 및 사회 여론의 악화로 이어졌고, 8월 24일 중한 수교 25주년 기념 행사는 매우 ‘조용하게’ 치러졌다.
조선반도 문제에 있어 중한 양국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또한 6자회담 기간 양국은 협력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 따라서 사드 문제에 어떤 진전을 거두거나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면 반도 문제 관련 전략적 협력도 추진 가능하다. 이는 양국 모두에 매우 시급한 것이다. 만약 반도 문제에서 어떤 무력 충돌과 혼란이 발생하게 되면 중한 양국은 모두 틀림없이 중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따라서 반도 평화는 양국 공통의 염원이고 현실적 요구에 기반한 것이다. 즉,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현실적 정책 수요이자 한국 정부가 외교적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효과적인 방편인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한국 역시 중국의 제3대 무역국이다. 경제분야에서의 양국간 상호 의존도는 매우 높다. 한국 입장에서는 양국 정상이 만남을 가짐으로써 냉랭해진 중한 관계에 온기를 불어넣고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키는 것은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절박한 것이다.
소통과 협의로 정상궤도로 복귀 중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동맹국 미국을 국빈 방문하여 한미동맹을 공고히 했다. 한국 외교의 중점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취임 첫해 미국을 방문하고 그 이후에 중국을 방문해 왔으며, 이는 한국 대통령 외교활동의 관례가 되었다. .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즉각적으로 중국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 성의를 갖춰 한국의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과 뜻을 설명했다. 또한, 고위급 대표를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시키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2017년 10월 말, 쿵쉬안유(孔鉉佑) 중국외교부 부장조리는 남관표 한국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외교적 소통을 가졌고 양측은 군사적 루트를 통해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하기로 합의했다.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겠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시스템에 가입하지 않겠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이른바 ‘삼불’ 입장이 사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사드에 갖는 안보적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국면에서 보면, 중한 관계 개선은 필연적이고 양측이 모두 바랐던 결과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017년 ‘국제 형세와 중국외교 심포지엄’ 개막식 연설에서 “중국은 한국과 공동으로 노력하여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고, 모순과 분열을 효과적으로 관리 억제하며, 실무적인 상호이익협력을 심화하고, 중한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추진하며, 공동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힘쓰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2017년 11월 초 베트남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기간,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문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노력하여 양국 고위급 교류 및 각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이 조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일대일로’ 건설을 지지함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 <9.19 공동성명>, <2.13합의> 등 6자회담 기간 이룬 외교적 성과는 중한 양국 공동의 노력을 통해 탄생한 전략적 작품이다. 6자회담을 통해 중한 양국은 조선반도 비핵화·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조핵 문제 해결을 추진할 것을 재차 천명했으며, 이는 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현재 중국이 제의한 ‘쌍궤병행’과 ‘쌍중단’에 대해 러시아가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비록 한국 정부가 중국의 이러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명백히 하지는 않았지만 기본 방향과 원칙은 비교적 일치하므로, 양국이 한층 더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면 일치된 길을 갈 수 있고 반도 비핵화와 평화 발전 과정에 공동협력 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12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 대학교를 방문해 연설을 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베이징대 재학생들의 환영을받는 모습 사진/CFP
취약성을 개선하고 어려움을 극복해야
중한 수교 25년, 중한 양국 관계는 신속하게 발전하고 풍부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도 안고 있다. 때문에 만약 어떤 영역에서 장애물에 부딪친다면 모든 영역에서의 교류와 협력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사드 배치로 인해 중한 관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이는 한국을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없는 곤란한 지경에 빠뜨렸다. 이번 사드 사건으로 중한 관계의 ‘취약성’이 드러난 가운데, 그 원인을 분석해보면 다음의 몇 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중한간 교류가 대폭 확대되었고 그 속도 또한 매우 빨랐으나 수준높고 깊이있는 교류는 매우 부족했다. 더욱이 서로간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며, 이러한 ‘양적 수준’과 ‘질적 수준’이 불균형을 이루는 교류는 양국 교류와 협력이 한걸음 더 전진하는데 심각한 장애가 되었다. 이러한 국면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과 여론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싱크탱크 간의 전략대화가 필요하다.
둘째, 경제분야에서의 교류는 신속히 증가했지만 안보영역에서의 교류는 상대적으로 뒤쳐지면서 경제협력과 안보협력간의 불균형적 구조가 형성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제안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 중국정부는 적극적인 지지를 표하고 비(非)전통영역에서의 안보협력을 희망했으나 줄곧 실현되지 않았다. 양국 관계의 진일보한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와 안보영역 협력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양국은 해상안보, 해적 소탕 등 비안보 영역에서의 협력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끝으로 양국은 중한간 경제협력수준을 업그레이드 하여 경제영역에서의 전략적 연계를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
2013년 9월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을 제시했다. 그리고 같은 시기 한국 박근혜 정부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며 중국 ‘일대일로’와의 연계를 실현하고자 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연계를 추진하고자 했지만, 이후 여러 원인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시종 합당한 역할을 발휘할 수 없었다.
경제협력은 중한 협력의 주류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이 조속히 전략적 연계를 실현하여 동북아지역의 경제협력 발전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
2017년 6월 아시아인프라은행(AIIB) 총회가 제주도에서 개최되었다.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주제로 ‘4차 산업혁명’, ‘아시아 신재생에너지’, ‘인프라투자기구와 역할 분담’, ‘아시아인프라투자 동반자관계 촉진’이라는 네 가지 세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 자신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전세계에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인프라 건설에 있어 한국은 중국의 중요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가 될 수 있다.
2017년 12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차 충칭(重慶)공장을 방문했다. 사진/CFP
신형 국가관계 건설의 모범을 만들자
현재 한국은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립하고 초대위원장으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한국과 동북아, 유라시아지역의 국가간 교통·물류·에너지 영역의 협력 강화와 남북경제협력 실현, 조선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 유지 책임을 지고 있다.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고 전략적 고려 하에서 중한간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중한 협력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쌍방 모두 경제 측면의 기회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구상과 한국정부의 ‘한(조선)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간 전략적 연계도 신속하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채널뉴스아시아(CNA) 인터뷰를 통해 현재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의 원인은 오직 조선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3국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한 관계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갈망한다며 미중간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일정 정도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2017년 12월 14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은 “중한은 우호적인 이웃 국가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한국이 ‘일대일로’ 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일대일로’를 한국의 발전전략과 연계하기를 바란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모델을 적극적으로 탐구하여 공동 발전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중한 양국은 서로 중요한 이웃 나라이자 협력 동반자로서 한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 중국과 기타 국가가 공동 노력해 인류 운명공동체 구성에 공동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중한 관계는 이미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 문제와 협력이 공존하고 있지만 협력이 주도적인 시대다. 중한 양국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적절하게 처리해 나가야 하며, 중한 관계의 ‘정랭경랭(政冷經冷, 정치 및 경제관계가 모두 냉각상태)’를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양측이 협력하는 영역에 대해 소통과 추진의 속도를 높여 조속히 구체적인 결실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의 이념 하에, 개방·포용·공동건설·공동향유의 원칙하에 한국의 ‘일대일로’ 건설 참여를 환영한다. 무엇보다 중한간 전략적 연계를 우선 실현하고, 동아시아지역의 경제일체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신시대 중한간 전략적 협력은 양국 관계 발전을 추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지역 경제협력, 조선반도 비핵화 등 많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요한 촉매제다. 이와 동시에 양국은 ‘문제와 협력이 공존하는 가운데 전략적 협력을 우선 추진하는’ 신형 국가관계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리청르(李成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