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5 글|판정(潘征)
소매업은 줄곧 시장에서 촉각이 가장 예민한 업계 중 하나였다. 그간 중국 소매업계는 전자상거래 열풍과 O2O(Online to Offline)의 부활, ‘인터넷 플러스’ 시기를 거쳤고, 최근에는 ‘신소매’라는 개념을 탄생시키며 광범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소매’를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알리바바의 마윈(馬雲)회장이다. 마윈 회장은 2016년 10월 열렸던 윈치(雲棲)대회에서 “온·오프라인과 물류는 반드시 하나로 합쳐져야만 진정한 신소매가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각 업계에선 ‘신소매’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신소매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것의 본질과 목적, 즉 ‘소비자에게 더욱 효율적이고 더욱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급부상했다. 인공지능은 신소매의 본질과 목적을 실현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무인편의점, 인공지능이 가져온 새로운 체험
초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2016년 말 마치 한편의 SF영화 같은 동영상을 통해 오프라인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를 소개하고 자신들이 이해한 ‘신소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마존 고’는 2017년 초부터 정식 운영중이다.
중국 국내에서도 인공지능과 신소매 결합에 대한 탐색이 진행 중이다. 올해 7월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제1회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淘寶造物節)’에서 알리바바는 무인편의점 ‘타오카페’를 선보였다. 타오카페는 전용면적 200m2의 오프라인 실물매장으로, 상품 구매에서 식사 구매까지 할 수 있다. 매장을 처음 이용할 때는 스마트폰의 타오바오 앱에서 사전에 받은 QR 코드를 매장 입구의 인식기에 찍어야 하지만, 두 번째 방문부터는 휴대폰을 꺼낼 필요조차 없다. 물건 구매는 다른 매장에서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쇼핑을 마친 후 매장을 떠날 때에는 반드시 결제 도어를 거쳐야 한다. 두 개의 결제 도어 중 첫 번째 도어는 매장을 나가고자 하는 고객의 수요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열린다. 이후 수 초 뒤 두 번째 도어가 열리는데, 이때는 결제가 이미 끝난 뒤다. 가장 마지막에는 도어 옆의 로봇이 알리페이 결제 내역을 알려준다. 타오카페는 시범적 프로젝트로, 제2회 타오바오 메이커페스티벌 기간에만 운영됐다.
‘빙고박스(Bingo Box, 繽果盒子)’는 중국에서 최초로 등장해 성공적으로 정착한 무인편의점이다. 빙고박스 창업자인 천쯔린(陳子林)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모델은 인공지능기술과 성숙한 사물인터넷기술을 융합해 규모화와 복제가 가능한 무인편의점을 만들어 시장혁신과 개척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빙고박스는 올해 7월부터 두 달 간 중국 22개 도시에 진출, 지금까지 158개 점포가 설치됐다. 빙고박스에 응용된 인공지능기술은 안면인식기술로, 이를 통해 재고관리와 도난방지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제품을 망가뜨리거나 상표를 훼손하거나, 아니면 점포 내에서 음식을 먹을 경우 감시카메라가 자동으로 해당 장면을 포착, 스마트창고를 통해 점원에게 재고확인을 제안한다. 또한 어떤 상품이 위험한지 등도 알려주어 재고관리 효율을 높여준다. 도난사고가 이미 발생했을 경우에는 빙고박스 스스로 추적기능을 이용해 위챗(微信)으로 고객의 도난행위를 알려주며, 그 고객에게 결제를 요구한다.
빙고박스는 최근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인공지능 응용방안을 제시했다. 바로 ‘FAN AI(小範)’ 인공지능솔루션이다. 최신 버전의 무인소매솔루션은 이미지 식별과 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학습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했다. 먼저 이미지식별기술은 기존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RFID 전자라벨을 대체한 기술로, 상품에 라벨을 붙이는데 필요했던 인건비를 절감시켜줄 뿐 아니라 기술업그레이드 비용도 크게 낮춰주었다. 새로운 계산대는 이미지 식별·초음파·센서 등 여러 번의 교차검증을 거치며 99%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과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상품 진열대 또한 빙고박스에 의해 스마트데이터 수집센터로 변신했다. 새롭게 선보인 ‘살아있는 진열대(動態貨架)’는 감시카메라를 통해 진열대 위의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안면데이터·시각데이터·동작데이터 등을 포함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관리자의 점포 진열대 상황 판단을 위한 자료로 제공한다. 이와 함께 ‘살아있는 진열대’에는 전용 디스플레이 설비가 있어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상품가격이나 고객 맞춤형 프로모션 정보 등을 수정할 수 있다. 빙고박스 측은 ‘FAN AI’ 시스템이 새 점포에 응용될 것이며, 이중 ‘살아있는 진열대’와 이미지 식별기술은 연내 정식 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류를 더욱 똑똑하고 정확하게
소매의 전위(front-end)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슈퍼 등의 형태인 반면 복잡한 물류저장체계인 후위(back-end)는 상품이 가장 빠른 속도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상품 배치를 조정한다. 고객과 상품을 연결하는 물류네트워크는 소비시간이 짧을수록 체험만족도를 높이고, 회전 효율이 높을수록 비용을 낮춘다. 고효율의 물류는 ‘신소매’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다. 징둥(京東)물류, 알리바바의 차이냐오(菜鳥)는 신소매 분야의 최후, 즉 후위 공급체인체계의 효율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 그들이 앞다투어 발전시켜야 할 ‘비밀병기’가 바로 인공지능이다.
올해 10월, 상하이 자딩(嘉定)구에 구축된 징둥물류 완전무인창고가 본격적으로 사용에 투입됐다. 징둥 무인창고는 입고·보관에서부터 포장·분류에 이르기까지 전체 프로세스·전체 시스템의 스마트화 및 무인화를 실현, 매일 20만개 이상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로봇의 분류 속도는 시간당 3600회로 사람보다 5-6배 빠르다.
징둥 무인창고의 최대 특징은 로봇을 다양한 영역에 대규모로 응용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6축로봇이 흡착판을 이용해 화물상자를 가지런하게 쌓으면 AGV 로봇(Automated Guided Vehicle, 원래 무인운반차를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자동경로안내기능을 갖춘 로봇을 가리킴)이 지면에 붙은 QR코드를 이용해 화물을 진열대로 옮긴다. 크기가 작은 물품을 분류할 때는 이동식 진열대가 진열대 사이를 오가며 상품이 들어있는 화물상자를 전송벨트로 옮기고, 그 뒤에는 분류로봇이 상품을 분류한다. 이와함께 퇴적로봇, 로봇지게차 등도 시스템의 지시에 따라 주문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위험을 피하거나 경로를 변경하기도 한다. 또한, 시각기술과 적외선 거리측정 센서로 구성된 2.5D 시각기술이 스마트로봇의 ‘눈’이 되어 로봇과 환경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가능케 했다.
징둥 무인창고가 인공지능이라는 ‘슈퍼 브레인’을 이용해 물류업계의 전통적인 배송방식을 바꾸고 물류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면, 알리바바 산하의 차이냐오넷은 배송로봇을 개발함으로써 ‘최후의 1km’로 일컬어지는 배송난제를 해결했다.
2016년 9월, 알리바바의 차이냐오넷 ET실업실은 1세대 배송로봇 ‘샤오지(小G)’를 출시했다. 완전 무인자율운행시스템이 탑재된 샤오지는 사람과 장애물을 피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으며 소포 배송도 가능하다. 1년 여가 지난 현재, 차이냐오의 샤오지는 알리바바 시시(西溪)단지 3만 여명의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샤오지가 단지 내 우편국의 소포를 직원들에게 배송하면 직원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서명한 뒤 소포를 수령한다. 지금까지 한 번의 실수도 없을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차이냐오 ET실험실의 또 다른 성과물, 즉 ‘차이냐오 지푸라스(基普拉斯)’ 역시 올해 ‘솽스이(雙11, 11월 11일)’행사 기간에 정식으로 투입됐다. 지푸라스 또한 샤오지와 마찬가지로 무인자율주행시스템을 탑재했지만 외관 면에서는 샤오지와 다르다. 한번에 20개 이상의 소포를 실을 수 있는 지푸라스는 이동식 무인택배보관함과 비슷하다.
차이냐오넷 ET실험실 관계자에 따르면, 차이냐오 지푸라스는 향후 빅데이터 발굴을 통해 고객의 소비 및 활동 패턴을 분석, 차이냐오스테이션에 도착한 소포를 미리 고객의 집 앞에 배송함으로써 고객들이 귀가 길에 소포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푸라스는 주거단지 내에서의 자율주행과 순회가 가능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통해 로봇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고, 로봇 또한 수시로 소비자 수요를 파악, 소비자가 찾기 전에 먼저 찾아감으로써 최고의 인터넷쇼핑 체험을 선사할 수 있다.
“미래에 소매 인프라는 가소화·스마트화·협동화로 변화할 것이다. ‘경계가 없는 소매’ 시대를 앞당기고 비용·효율·체험의 업그레이드를 실현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무인편의점, 무인창고, 택배로봇 등 인프라가 부단히 완비됨에 따라 ‘신소매’의 실현은 결코 허황된 말장난이 아니게 됐다.” 징둥그룹 류창둥(劉強東) 회장의 말이다.
글|판정(潘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