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8 인민화보
편리한 신개념 결제수단
후위핑(胡玉平)씨의 채소가게에는 2개의 QR 코드판이 걸려 있다. 초록색은 위챗페이(微信支付), 파란색은 알리페이(支付寶)용 코드다. “손님들 80% 이상은 다 모바일 페이를 이용한다. 과거에는 매주 한 차례씩 은행에 가서 잔돈을 바꿔왔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도 갈까 말까 한다. 또 100위안 짜리 가짜 돈을 받은 날은 속상해서 밥도 제대로 안 넘어갔는데, 핸드폰으로 결제를 하는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 베이징시 펑타이(豐臺)구 마자푸(馬家堡) 지하철역 인근에서 10년째 채소 장사를 하는 안후이(安徽)성 출신 상인의 말이다.
중국의 양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騰訊)와 알리바바(阿里巴巴)가 소유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서비스다. 소상공인들은 이 둘의 편리함과 안전성에, 대형 업체는 결제의 효율성에 각각 높은 점수를 준다. 천치(陳琦) KFC 차이나디지털마케팅 팀장은 “KFC 차이나의 모바일 결제 비율은 2016년 이미 20%를 넘어섰다. KFC는 모바일 결제로 고객당 8초의 결제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8초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5천 곳이 넘는 점포들의 운영효율과 접객능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결제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모바일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에 힘입은 바 크다. “중국은 4G 네트워크가 모든 도시와 주요 지방에 깔려 있다. 이용자가 7억7000만명에 달하고, 이동통신 사용자 가운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8%에 이르는 등 중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스마트폰 단말기와 통신설비 등 각종 전자제품 생산량 역시 전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세계적인 기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화웨이나 ZTE 는 글로벌 통신설비 시장에서 3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화웨이와 OPPO, Vivo의 글로벌 스마트시장 출고량도 5위권 안에 든다.” 루춘충(魯春叢) 중국정보통신연구원 경제정책연구소 소장의 설명이다.
멍톈(孟添) 상하이(上海)대학교 상하이핀테크연구소 부소장은 “모바일 결제가 확산되면서 비은행권 결제기관으로부터 비롯된 ‘메기효과’가 중국의 ‘현금없는 결제’를 이끄는 시장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관련 기술의 세대교체와 현금 없는 시대도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혁신적인 결제 방식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시장의 활력소’들은 사전 설치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스캔결제를 불러왔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결제에 쓰이는 POS기는 최소한 수백 위안의 비용이 들지만, QR코드 결제스캔의 경우 소상공인들은 영수증 한 장만 출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수백 만에 달하는 사업자들이 모바일 결제라는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바로 이런 ‘시장의 활력소’들이 시장점유율 선점을 위해 훨씬 낮은 비용의 수수료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작년 9월까지 요식·오락업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25%, 백화점은 0.78%으로 나타났다. 두 사용자군 가운데 알리페이의 사용 수수료율은 0.55%, 위챗페이는 0.6%에 불과했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전통 은행권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신용카드 수수료 기준을 낮추고 있다. 이에 더해 위챗페이는 지난 5월 초, 올해 말까지 패스트푸드 업종을 제외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율 0%’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알리페이는 앞으로 2년 간 사업자 수수료율 감면과 함께 거래수수료와 인출비용 면제에 연간 30억 위안을 투자하겠다고까지 선언했다.
부가가치 서비스 기능의 확대
위잉(余瑩) 까르푸 중국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모바일 결제가 전통 소매업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까르푸에서 쇼핑을 한 고객 1인당 발급되는 7장의 종이쿠폰 가운데 대부분이 마트에서 쓰이기는 커녕 휴지통으로 직행한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가 보급되고 고객들의 소비유형도가 그려지면서, 고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깨닫기도 전에 전자쿠폰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이 자신도 모르게 원했던 바로 그 물건을 말이다.”
상업부동산업체 룽후(龍湖)베이징창잉톈제(北京長楹天街)의 펑페이시(彭佩西) 대표 역시 “신규 고객 한 명을 발굴하는 데는 기존 고객을 잡아두는 데 드는 비용의 4배가 든다. 현재 우리 회원 25만명의 재구매율은 53%에 달한다. 이런 높은 실적은 하부층의 거래데이터와 상부층 회원데이터 확보를 통해 정밀 마케팅을 실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정밀마케팅 외에도 ‘데이터 파워’는 이미 제품 설계의 초입 단계까지 진입했다. 작년 여름 중국의 패스트푸드업체 디코스(Dicos)의 2300만명 멤버십 회원 소비기록을 분석한 결과 계절별로 디저트 맛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소비자들은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망고, 가을에는 그린티, 겨울에는 초콜릿맛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디코스는 올해 여름 망고아이스크림 등 5가지 망고 디저트를 선보였고, 그 결과 연일 매진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에서 운영하는 생활정보서비스 업체인 커우베이왕(口碑網)의 판츠(范馳)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우유식빵 토스트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요거트를 선호하고, 야채베이컨 샌드위치를 구매한 소비자는 보통 대추크림이나 커스터드크림을 함께 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요거트 체인점인 이밍전셴나이바(一鳴真鮮奶吧)가 이 수치를 활용해 ‘최고의 아침세트’ 메뉴를 론칭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모바일 결제가 단순한 결제수단을 넘어 데이터 부가가치 서비스로까지 확장되면서 서비스 업체에게도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4월 커우베이왕은 ‘코드 전략’을 발표하고 QR코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모바일 결제 외에도 메뉴 홍보, 회원 마케팅, 대기번호, 좌석예약, 출석확인, 후원하기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기존 사업자들이 오프라인 유동성을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위챗도 지난 1월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위챗앱 안에서 작동하는 ‘미니앱(小程序)’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는 기존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절차를 온라인으로 옮겨와 데이터를 관리하도록 하는 신개념 서비스이다.
새로운 업태의 등장
최근 항저우(杭州) 샤오산(蕭山)국제공항은 세계 최초의 ‘현금 없는 공항’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스마트 주차’ 프로젝트가 있다. 차량이 공항에 진입하면 기계가 자동차 번호를 식별한 후 차량을 자동으로 주차대에 올려놓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따로 주차를 할 필요가 없다. 공항을 벗어날 때는 휴대전화와 연동되어 자동으로 주차료가 지불되어 과거처럼 줄이 길게 늘어선 ‘진풍경’은 다시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편리한 데이터 생활을 가능케 한 모바일 결제를 기반으로, 업계에는 끊임없이 가지가 뻗어나가며 새로운 업태가 탄생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바로 금융이다. 모바일 결제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데이터를 통한 자동 여신서비스라는 혁신금융이 현실화되고,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전자상거래 사업자처럼 공급사슬에 기반한 신용대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멍 부소장은 “모바일 결제로 유효 데이터의 축적이 가능해졌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빅데이터 축적이 인공지능과 결합해 분석·활용된다면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축적은 전체 사회를 종횡으로 분류하고 나누는 데 탄탄한 정보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신용정보 조회 비용이 높아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금조달 비용도 높은 상황이다. 오랫동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모바일 결제가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예측할 수 있는 응용 분야는 바로 신용이다. 오프라인 소비가 전체 소비재 판매액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모바일 결제의 등장을 통해 소비자의 신용 데이터를 더욱 다양한 측면에서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리바바 산하의 여행·교통수단 플랫폼인 페이주왕(飛豬網)은 최근 호텔을 대상으로 한 ‘신용숙박(信用住)’ 서비스를 출시했다. 제3신용조회기관인 즈마신용(芝麻信用)의 포인트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만 하면 보증금과 호텔검색 수수료가 무료이고 대기를 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호텔 내 레스토랑과 오락시설 이용금액도 먼저 체크아웃을 한 뒤 알리페이를 통해 자동 결제가 가능하다. 황위저우(黃宇舟) 페이주호텔 사업부 팀장은 “올 하반기에는 전국 1000여 곳의 리조트호텔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천징(陳靜), 뤄제(羅傑)
중국 차하얼(察哈爾)학회와 한국 국립외교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 아주경제신문사가 협찬한 ‘중한 미래발전 싱크탱크포럼’이 2017년 12월 11일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