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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중국 생활, 경제 성장의 현장을 기록하다


2024-09-26      

필자인 강호구는 베이징대학 박사 졸업생이다. 2018년 10월 중국을 다시 방문해 모교인 베이징대학 웨이밍후(未名湖)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80허우(80後, 1980년대 출생자) 세대인 필자는 어려서부터 이데올로기 영향을 받아 중국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자랐다. 2002년, 필자에게는 미지의 대륙이었던 중국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에 갓 가입해 전 세계가 무궁무진한 잠재적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던 시기였다. 필자는 이러한 중국 붐을 타고 20여 년 동안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한중 경제·사회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로 성장했고 여전히 발전하는 중국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고 있다.


개혁개방 노선은 중국의 오늘을 있게 한 가장 전환적인 변화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변화를 볼 때, 1978년 중국 GDP는 미국 GDP의 6%에 불과했다. 2002년 중국 GDP는 세계 6위, 미국 GDP의 15% 수준으로까지 증가했고  2010년 중국 GDP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성장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객관적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한 성과도 많지만 필자가 20여년 간 유학과 취업, 생활을 통해 몸소 느낀 중국 경제의 변화와 발전상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노동집약적 산업을 기반으로 한 대(對)선진국 수출로 GVC 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중국과 한국 간 교역을 보면 양국 수교 초기 중국의 대(對)한국 수출품은 농산물, 직물, 광물 연료 등 원자재와 1차 산업 제품 위주였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중국 생산·가공→선진국 소비’ 즉 선진국에 의존하던 경제 순환 모델의 한계가 점차 드러났다. 이를 해결하고자 수요 측에서 해외시장 의존도를 낮추면서 내수시장을 키우는 한편, 공급 측에서 과거 성장동력인 저렴한 비용에 기반한 노동집약적 산업 과잉 레버리지를 축소하고 동시에 기술우위에 기반한 기술집약적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는 장기전략을 마련했고 이는 큰 성과를 거뒀다. 기술우위 육성 성과를 볼 때, 미국 싱크탱크 ITIF가 발표한 <중국이 전략 산업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다(The Hamilton Index, 2023: China Is Running Away With Strategic Industries)> 보고서는 중국 10대 핵심전략산업 GDP가 세계 10대 핵심전략산업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해 미국(21%)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10대 핵심전략산업은 제약, 전력 설비, 기계·장비, 자동차, 수송 장비, 컴퓨터·전자제품, IT·정보서비스, 화학품(의약품 제외), 기초 금속, 금속 제품이다. 이 중에서 필자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IT 산업으로 대표되는 중국 신흥산업의 급속한 발전이었다. 15년전 필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베이징(北京) 대표처에서 인턴십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의 임무는 한국 중소기업과 중국 중소기업 간 국제교류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이었는데 컴퓨터를 통해서만 회의가 가능했다. 당시 기업 발굴에 활용한 플랫폼은 아리바바(阿里巴巴)였고 연결을 위해 활용한 프로그램은 텅쉰(騰訊) QQ 화상채팅이었다. 두 기업은 불과 15년 사이 중국 IT 선두 기업이자 세계 100대 기업이 됐다. 특히, 모바일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온라인 유통 플랫폼 타오바오(淘寶), 소셜미디어 웨이신(微信, 위챗) 등 대량의 모바일 사용자를 흡수했다. 이들 기업이 운영하는 모바일 결제 수단인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 Pay)도 빠르게 성장하고 보급되면서 온라인 마켓의 경쟁력이 강화돼 중국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끌 수 있었다.


중국 전역을 거미줄처럼 관통하는 고속철 사진/XINHUA


IT산업 발전이 시공간을 초월한 인적 교류 활성화를 가져와 교역비용을 줄였다면, 오프라인 측면에서 물류·교통망의 급격한 발전은 물적 교류의 광도(廣度)와 속도(速度)를 크게 증대시켜 중국경제 ‘생산-유통-소비’ 순환의 전방위적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2007년까지 3개 노선에 불과했던 베이징 지하철은 2023년 12월 기준 27개 노선으로 확장됐다. 과거 12시간이 넘게 걸리던 베이징-상하이 간 철도 노선은 2011년 고속철 개통으로 4시간 남짓 거리가 됐다. 더욱 놀랄만한 점은 도로와 지하철, 고속철 등 물적 교통망 구축이 중국 대륙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지금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를 가진 국가다. 온·오프라인 인프라 확충은 중국경제 변혁과 발전의 든든한 기반이 되기도 했다.


경제발전 모델의 전환 역시 중국의 환경 보호 강화에 큰 역할을 했다. 대기질과 관련해 2000년대 초를 돌이켜보면 필자는 베이징에서 공부하는 동안 잦은 스모그 날씨를 직접 경험했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 바로 30미터 앞 고층 건물 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복귀하는 날, 필자가 탄 비행기는 베이징 상공에서 세 차례 착륙 시도를 했으나 스모그로 인한 시야 확보 불가로 착륙에 실패하고 결국 한국으로 회항했던 일도 겪었다. 수질 오염 역시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 필자는 수업시간 외 종종 베이징 호우하이(後海), 지수이탄(積水潭), 해자(護城河) 등 곳을 거닐었다. 운하변은 해충이 많고 악취가 심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최근 몇년 간 ‘녹수청산이 곧 금산·은산(綠水青山就是金山銀山)’이라는 개념이 확충되면서 중국은 기존 산업들의 녹색 전환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신에너지와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등 녹색·저탄소 산업 분야를 대대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낙후된 생산시설을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고 오염원을 줄여 나갔다. 그 결과 심각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은 이제 ‘먼 과거의 얘기’가 됐고, 일상에는 ‘푸른 하늘과 맑은 물(綠水藍天)’이 자리잡게 됐다.


물론 중국이 대국이다 보니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나 아직도 풀어 나가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경제 변혁과 업그레이드를 촉진해 끊임없이 생산성을 향상시켜 인민들의 물질적 풍요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75주년을 기념해 필자는 향후 25년 뒤 ‘부강(富强)·민주(民主)·문명(文明)·화협(和諧)·미려(美麗)’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구현한 중국을 상상해 본다. 


강호구, 한중경제사회연구소장, 한국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산둥(山東)대학교 국제문제연구원 특별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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