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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뛰어넘는 명작, 고전소설의 활성화


2024-10-15      


최근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중국 콘솔 게임 대작 <검은신화: 오공(黑神話: 悟空)>이 출시되자마다 국내외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다. 고전 소설이 새로운 형식으로 현대인들의 생활에 스며들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고전 다시 읽기와 고적 탐방 열풍이 불면서 고전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다. 이는 고전 활성화(古典活性化)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국어에서 원래 ‘활성화’라는 말은 물질의 화학 반응을 촉진해 생물체가 가진 기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를 사회나 조직 등 기능을 더 활발하게 한다는 뜻으로 확장해 사용하기도 한다. 자연과학 분야를 넘어 용례가 확장된 이 단어의 의미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한국인 친구에게 ‘홍루몽(紅樓夢)’을 소재로 한 굿즈 책갈피를 선물했다. 그 책갈피는 청나라 사람이 그린 홍루몽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하고 전통 각지(刻紙) 기법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친구는 전통 공예의 정교한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중국의 고전문학은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권)의 보고라며 이것을 조금만 ‘활성화’하면 생각하지 못한 ‘화학 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15세기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효시라고 봤을 때 한국 소설의 역사는 약 500여 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인들의 창작 활동에 비해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패관문학(稗官文學, 민간의 가설 및 일화 등을 주제로 한 문학)’은 내용이 훨씬 다채롭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파고들었다. <춘향전(春香傳)>, <심청전(沈清傳)>, <홍길동전(洪吉童傳)>, <장화홍련전(薔花紅蓮傳)> 등 하나같이 소박한 감정으로 선량함, 사랑, 충성, 용기를 칭송하는 이야기로 시공을 초월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시대 정신을 표현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IP는 단연 <춘향전>이다. 오랜 세월 판소리 형태로 전해지던 고전적 사랑 이야기는 민간 출판문화가 성행했던 19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의 책 <열녀춘향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한국 영화 초기, 한국 영화인들이 자체 제작한 최초의 유성 영화도 바로 <춘향전>이었다. 이후 대중문화에 새로운 문화 트렌드나 매체가 나타날 때마다 <춘향전>을 각색하거나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21세기 들어 로맨틱 코미디로 재해석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쾌걸춘향>을 비롯해 등장인물의 관점을 바꿔 제작한 영화 <방자전>, 창작 오페라 <춘향전>, 뮤지컬 <춘향은 살아있다>가 제작됐다. 최근에는 시네마틱 멀티엔딩 드라마 <청춘향전>, 웹툰 <발칙한 춘향> 등 작품에서 현대 청춘들이 춘향전을 그려내고 있다.


춘향전이 탄생한 전라북도 남원시에는 ‘춘향 테마파크’가 조성됐다. 소설 속 건축물과 물건들뿐 아니라 밀랍 인형을 통해 주요 장면도 생생하게 재현했다. 광한루와 월매집 터가 있는 광한루원도 근처에 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춘향전에 대한 이해를 넘어 역사와 건축, 민속 등 다양한 지식도 쌓을 수 있다. 1931년 음력 5월 5일 광한루에서 처음으로 춘향 제사를 지낸 뒤로 지금까지 매년 봄 춘향제가 개최되고 있으며 전통 가무, 무용, 민속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올해 열린 제94회 춘향제에서는 패션쇼 무대가 마련돼 남원 주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한복을 입고 자신만의 매력을 뽐냈다.


성춘향과 이몽룡이 광한루에서 처음 만난 봄날에 비하면 이런 변화는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한 감정에 대한 갈망과 자유에 대한 동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고전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시대의 흐름에도 퇴색되지 않는 풍경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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