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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얼’과의 화해


2022-05-1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지도 벌써 3년째. 마스크를 온종일 쓰다 보니 갑갑하긴 한데 편한 점도 있다.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리다 보니 굳이 공들여 화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립스틱을 언제 마지막으로 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메이크업 트렌드 변화다.


중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최근 중국서도 오미크론 확산세로 격리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쑤옌(素顏)’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본디 소(素)와 낯 안(顏), ‘생얼’이란 뜻의 중국어다.


지난 3월말 중국 숏클립 플랫폼 더우인(抖音)에 올라온 ‘생얼과의 화해(중국명 與素顏和解)’라는 챌린지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완벽하지 않은 생얼도 충분히 아름다우니 자신감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나중에 ‘생얼과의 화해’는 도리어 누구 생얼이 더 아름답냐는 외모 경쟁으로 번졌고, 결국엔 생얼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외모 강박증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블로거가 공개한 화장기 없는 생얼은 알고 보면 얼굴보정, 포샵 처리 등의 기술을 빌린, 혹은 진짜 생얼처럼 보이기 위해 공들여 화장한 ‘가짜 생얼(僞素顏)’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누리꾼의 비난 세례가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 필자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유학할 때다. 대학 캠퍼스에서 한국인과 중국인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유학생들 사이에서 돌았다. 여학생은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남학생은 향수를 뿌렸는지 안 뿌렸는지로 구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은 화장품 소비대국으로, 글로벌 화장품 회사가 공략하는 주요 시장이 됐다. 중국인의 화장에 대한 관심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외모가 경쟁력이 된 사회 속에서 외모를 가꾸는 소비 트렌드를 가리키는 ‘옌즈(顏值) 경제’라는 전문용어도 등장했다.


중궈칭녠바오(中國靑年報) 산하 대학미디어 중칭샤오메이(中青校媒)는 지난해 2월 2063명 대학생을 대상으로 외모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60% 가까운 응답자가 자신의 외모에 고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름다움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다. 화장도 더 예뻐지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아름다움의 잣대를 내가 아닌 남에게 맡겨버리는 순간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몇 년 전부터 여성들 사이에서 ‘탈(脫) 코르셋 운동’이 생겨난 배경이다. ‘꾸밈노동’을 거부한 여성들은 화장을 지우고 안경을 쓰고 머리를 짧게 자르며,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외모적 잣대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했다.


그렇다고 생얼이 맞고 화장은 틀리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자는 게 아니다. 생얼이든 화장을 했든 스스로 만족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게 중요하지,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자는 얘기다.


얼마 전 상하이(上海)에서 곱게 화장하고 차려 입은 여성이 집 앞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줄 서있는 모습이 화제였다. 힘든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가꾸고 멋을 낼 줄 아는 그녀는 그 누구보다 예뻐 보였다. 반대로 최근 유명 여배우 리자신(李嘉欣)이 격리기간 SNS에 올린 주름살 패인 맨얼굴 사진에선 꾸미지 않은 솔직한 아름다움이 매력적이었다.


현재 필자는 중국 베이징에 입국해 한 달 째 격리 생활 중이다.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니 하루 종일 생얼로 지낸다. 화장을 안 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격리가 풀리면 다시 생얼과 작별을 고할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건 데 필자도 아직 생얼과의 화해는 자신이 없다.  


글|배인선,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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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감(減)·3건(健)’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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