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1
학창 시절 운동을 어려워했던 필자는 응시하기 위해 장거리 달리기, 수영을 연습하면서 많은 애를 먹었다. 이런 운동들은 심신 발달에 도움이 되지만 운동에 대한 약간의 불쾌함도 생기게 했다. 지금도 친구가 헬스 클럽에서 ‘쇠질’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하자고 하면 정중히 사양하곤 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운동은 그다지 즐겁지가 않기 때문이다.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 자전거 라이딩을 갔을 때였다. 필자는 중학생 시절 매일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했는데 그때 나에게 있어 자전거는 그저 교통수단일 뿐이었다. 대학교에 자전거 동아리가 있었는데, 때때로 베이징(北京) 교외로 가는 라이딩을 조직했다. 우연히 한 번 참여해 산천을 누비다 보니 뜻밖에도 운동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운동의 의미가 더 이상 성적표나 체중계 상의 숫자에 머문 것이 아닌 운동의 고단함 마저도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즐거움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온 뒤, 나는 ‘레포츠’에 대해 한 걸음 더 이해하게 됐다. 서울시는 자전거 이용 비율도 낮은데 왜 도시 주요 지역 마다 자전거 도로가 따로 만들어져 있는지 궁금했었다. 알고 보니 라이딩 애호가들을 위한 것이었다. 지형적 한계 때문에 한국에서 라이딩 원정을 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가할 때 친구 서너 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도시나 교외의 산길을 다니며 여가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에서 바쁠 때 몸을 풀고 싶다면 공놀이만한 것이 없다.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은 한국에도 대중적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땅 값이 금싸라기 같은 도시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레포츠가 더욱 인기인데, 골목 곳곳에 자리잡은 요가 센터가 바로 그중 하나이다.
중국의 요가 센터가 헬스 클럽이나 댄스 클래스와 함께 설치되어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의 요가 센터는 중국의 개인 스튜디오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수업 내용은 비교적 전문적이다. 필자가 살던 이전 집 윗층에도 요가 센터가 하나 있었는데 주요 고객은 젊은 여성들과 중년 여성들이었다. 센터에서 요즘 유행하는 필라테스, 플라잉요가 같은 다양한 난이도의 커리큘럼을 제공할 뿐 아니라 강사가 식이요법과 휴식에 대한 제안도 해주니, 고객은 사실상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매하는 셈이다. 이런 서비스 모델은 중국에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래층의 ‘골프 아카데미’는 더 한국적이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경기장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골프 아카데미는 오히려 다른 길을 개척했다. 한정된 실내공간에 볼링장과 비슷하게 여러 개의 코스를 만들어 사람들이 손쉽게 골프에 발을 들이게 했다. ‘아카데미’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학원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데, 골프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30대 이상의 남성들이다. 골프 가방을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퇴근길에 들러 골프를 치면 나중에는 그린에서 솜씨를 뽐낼 수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실내 운동으로 암벽등반과 인라인스케이트가 있다. 과거에 청소년 하위문화에 속하는 소수의 스포츠였지만 서서히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데,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과거에는 접할 기회가 없었던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함께 체력을 단련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운동장소가 집, 직장이나 학교 외에 제3의 공간이 되었다. 작은 공간에서 심신을 단련하는 운동은 빠른 리듬의 생활에도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더 많은 새로운 재미를 갖게 했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