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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설 귀향열차, 그 곳에서 나눈 사연들


2019-04-17      글|모첸(莫倩)

승객들은 객차 내에서 온라인을 통한 간편 예약주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보다 더욱 다양해진 메뉴가 제공된다.  사진은 승무원이 승객들의 탑승을 돕고 있는 모습 사진/쉬쉰(徐訊)

1월 21일부터 ‘최대 규모의 인류 대이동’이라 불리는 중국 ‘춘윈(春運·설 전후 특별수송)’의 계절이 또 다시 돌아왔다. 올해 40일에 이르는 춘윈 기간 중국의 철도여객 수송량은 4억1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일한 이들은 타지생활에서 비롯된 향수(鄕愁)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듬뿍 담긴 자그마한 열차표 한 장과 가족과 함께 나눌 정다운 이야기, 봄에 대한 설렘을 안고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시대가 바뀌며 중국의 귀향길 풍경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한국의 ‘무궁화호’나 ‘비둘기호’처럼 과거 기차의 대명사로 불렸던 중국의 ‘녹피차(綠皮車)’는 이제 시속 300km대를 자랑하는 고속열차 ‘푸싱호(復興號)’로 교체됐다. 자동차·열차·비행기 등 교통수단의 이동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집으로 가는 길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매표소 앞에 긴 줄을 늘어선 귀향객들이나 시끄럽고 북적이던 열차 칸의 모습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모바일 열차표 예매나 간편한 먹을거리 주문 등으로 승객들은 보다 편안하고 ‘내집 같은’ 귀향길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첫 춘윈이 시작된 1월 21일 오전 6시 50분, 샤먼(廈門) 북역에서 청두(成都) 동역으로 가는 G2372호 열차가 플랫폼에서 서서히 출발했다. 본지는 본격적인 샤먼-청두 간 고속열차 직통 시대를 알리는 G2372호에 탑승해 귀향객들과 고향길 사연을 함께 나눴다.

1월 5일 운행을 개시한 G2372호는 중국철도(中國鐵路) 청두국(成都局)에서 새롭게 추가한 50쌍의 고속철 중 하나다. 이 열차의 샤먼과 청두 노선이 개통되어 동남쪽 연해 도시와 내륙 주요 도시가 하나로 이어지게 됐다.

열차의 운행시간은 13시간 39분, 운행거리는 2540km로 푸젠(福建), 장시(江西), 후난(湖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쓰촨(四川) 등 6개 지역을 경유한다. 중국 동남 연해지역에서 출발해 서남 내륙지역에 도달하며 청두, 충칭, 구이양(貴陽), 샤먼 등 ‘왕훙 관광도시(網紅旅遊城市·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며 유명해진 관광도시)’를 비롯해 노동력 유출·유입 도시 간의 방대한 인구이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샤먼과 충칭을 예로 들면, 리지화(李吉華) 푸젠성 충칭상회 사무처장은 “개혁개방 이후 충칭 거주민들이 대거 샤먼으로 이주했다”면서 “현재 20만명에 달하는 충칭 사람들이 샤먼에서 일을 하거나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춘윈 첫날, 샤먼 북역에서 ‘스마트 페이스 인식’으로 플랫폼에 진입해 보안검사를 마치고 열차에 탑승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댔지만 일정한 질서가 있었다. 샤먼 북역의 철도원 천자시(陳家希)는 “21일 승객 수가 지난 며칠에 비해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G2372호의 차장 중 한 명인 위안샹이(袁湘宜)는 “귀향객과 짐과 아이가 많다”는 말로 춘윈 첫날을 묘사했다.

쓰촨(四川)성 쑤이닝(遂寧)시로 향하는 50대 부부 량펑(梁鳳) 씨와 남편 창리위안(常立元) 씨는 푸젠성 룽옌(龍巖)에서 탑승해 충칭 서역에서 내릴 예정이다. 량 씨는 “아들이 마중 나오기로 했다. 충칭 서역에서 쑤닝까지는 다시 두 시간을 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타지에서 일을 하는 부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고속철을 타고 귀향길에 올랐다. 그 전에는 두 손 가득 짐을 싸들고 ‘녹피차’로 꼬박 이틀 밤을 달려야 고향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러다 30시간이 걸리는 직통 시외버스로 노선을 바꾸었고, 올해는 연로하신 부모님의 장거리 여행을 안쓰럽게 생각한 아들이 고속열차 표를 선물했다.

량 씨는 “고속철이 빠르긴 하지만 2등 좌석표가 한 사람 당 840위안(약 14만원)씩이나 하니 너무 비싼 것 같다”고 속상해 했다. 부부의 일평균 수입은 약 100위안, 각종 필수적인 지출을 빼고 나면 매년 5만 위안을 모으기도 힘에 부친다. 하지만 아들이 장가를 가려면 집과 차를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아들이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손주를 돌보려고 한다. 아들이 빨리 좋은 짝을 만나 안정된 가정을 이뤘으면 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바람이다.” 량 씨가 말했다.
쓰촨성 청두에서 온 18세의 원리(溫麗)와 리유(李尤)는 푸젠성 싼밍(三明)의 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고 있다. 작년 9월 국내 여행을 하던 중 싼밍이라는 도시에 매료되어 정착하게 됐다. “너무 복잡한 곳은 싫어한다. 그래서 모든 것이 적절하다고 느낀 싼밍에서 일을 구하게 되었다.” 테이블 위에 주전부리를 한 가득 올려놓은 원 씨는 올해의 소원이 ‘다이어트’라면서 “물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57세의 예 씨(앞쪽 우측 첫 번째)는 동료들과 함께 고향인 청두로 향하고 있다. 올해 근무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사측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쉬쉰

57세의 예(葉) 씨는 쓰촨성 청두 출신으로 이날 동료 5명과 함께 귀향길에 올랐다. 이미 칭다오(靑島), 구이양, 쿤밍(昆明) 등지에서 7, 8년을 일한 경력이 있다. 예 씨는 작년 8월 샤먼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이 끝난 후 회사에서 귀향 열차표를 제공해 주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또 어디에서 일하게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아 통보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어디든 사람을 구하는 곳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타지에서 일하면 집이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어떻게 안 그립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 씨 옆자리에 앉은 22세의 대학생 웨이(韋) 씨는 중간중간 기자의 말과 예 씨의 지방 사투리를 ‘통역’해 주었다. 충칭 출신으로 샤먼에서 비행설계를 공부 중인 웨이 씨는 겨울방학이 시작된 첫날에 고향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웨이 씨의 짐은 흔한 선물조차 없이 간소했다. “대학교 1학년 때 해안도시인 샤먼에서 생산된 해산물을 가지고 돌아갔더니 가족들이 잘 먹지 않더라”라는 게 이유였다. 새해 웨이 씨의 소망은 자신의 성격이 좀 더 밝아졌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너무 고생하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글|모첸(莫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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