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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자인을 파리에 심다, 도모 네이처(DOMO NATURE)


2024-11-29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과 가구들

 

중국의 대표적 여성 실내디자이너 라이야난(賴亞楠)은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받는다. 그녀의 가장 큰 성과는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자신의 브랜드인 ‘도모 네이처(DOMO NATURE)’를 설립했다는 점이다. 파리에 거주하며 틈틈이 만든 작품들이 현지인들의 호평을 받자 독자 브랜드 설립으로 이어졌고, 이후 2008년 모국인 중국으로 역진출해 양국을 아우르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도모 네이처는 창립 당시부터 중국의 디자인 이념과 정신을 전달하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동양 문화의 깊이 있는 사상과 철학까지 이해시키고자 했다.


라이야난의 가장 큰 특징은 업계 최초로 '일체화 디자인'을 실천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기획부터 건축, 실내디자인, 가구, 예술품 제작까지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진행하는 이 방식은 각 분야가 분절돼 있던 중국 디자인계의 관행을 깨는 혁신적 시도였다. 이러한 일체화 덕분에 그녀가 디자인한 공간에는 일관된 미학과 철학이 깃들어 있다. 그녀는 이를 ‘도모 시스템 디자인’이라 부른다. 이는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완성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추구한다.


등나무 조명


자연은 그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다. “자연은 디자인의 유일한 모형”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자연의 생명력을 존중하고 이를 작품에 담아내려 노력한다. 완두콩의 형태를 모티브로 한 의자는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으로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며, 정글에서 영감을 받은 메탈 구조물은 도시 공간에 자연의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굽이치는 산의 곡선을 담은 가구들은 마치 동양화 속 산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러한 자연적 요소들은 공간 전체에 일관되게 배치돼 조화로운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라이야난의 디자인 철학은 그녀의 성장 배경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건축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환경에서 자랐으며, 박물관을 즐겨 찾으며 문화적 소양을 쌓았다. 중앙 공예 미술학원에서 환경예술디자인을 전공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안목을 키웠다. 프랑스 체류 경험은 그녀의 디자인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뜨개질에서 영감을 받은 직물 시리즈 가구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을 ‘신중국풍’이라 명명하는데, 이는 단순히 전통 요소를 차용하는 것이 아닌 중국 문화에 내재된 자연 존중의 정신과 음양의 조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프랑스 체류 경험에서 얻은 유럽의 세련된 감각을 더해 동서양의 미학을 절묘하게 융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녀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등나무 조명은 몽골 게르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동양의 전통과 현대 디자인의 조화로운 만남을 보여준다.


그녀의 디자인 방식은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본능적인 것’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단순한 즉흥이 아닌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통찰에서 비롯된다. 할머니의 뜨개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직물 시리즈나, 해변의 수생식물을 스케치북에 담아 조명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킨 조명 디자인 등 일상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디자인 요소로 발전시키는 능력을 보여준다.


동서양이 결합된 ‘도모 네이처’의 디자인

 

주목할 만한 점은 그녀의 작품이 갖는 문화적 융합성이다.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축구 경기처럼 서로 공을 주고받는’ 형태로 작업이 이뤄진다. 그녀의 대담한 성격과 남편의 섬세한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라이야난의 혁신적인 디자인은 국내외에서 큰 인정을 받았다. 2010년 ‘중국 디자인업 10대 걸출 청년’, 2012년 ‘중국 공업·설계업 십가걸출설계사’로 선정됐으며, 2016년에는 미국 실내디자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동시에 ‘중국 디자인 올해의 인물상’을 수상했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들

 

그녀는 “좋은 디자인은 물질적 기능을 넘어서는 의미 생성뿐 아니라 제품과 인간의 사회적 행위 사이에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기능이나 미학적 가치를 넘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까지 고려하는 그녀의 포괄적인 철학을 보여준다. 이처럼 인간 중심의 섬세한 접근과 동서양을 아우르는 문화적 감수성,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그녀의 디자인은 세계 디자인계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글|황윤정(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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