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천만국가정원 닝보원은 중국 ‘양축’의 사랑 이야기를 테마로 조성됐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 중 하나다.사진/ 허석 시장 본인 제공
5월 25일, 베이징(北京) 세계원예박람회 ‘한국관의 날’에 다양한 이벤트가 열려 세계원예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은 한국 문화를 가까운 거리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흥겨운 한국 전통공연을 관람하고 정통 한국 음식을 맛보고 다채로운 한국의 전통 의상을 체험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국 베이징 세계원예박람회가 베이징 옌칭(延慶)에서 지난 4월 29일 열려 10월 7일까지 계속된다. 한국을 포함한 110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가했다. 참가측 중 하나인 한국 순천시는 한국 정부를 대표해 세계원예박람회 한국관을 개설했다.
한국 남서부에 위치한 순천시는 습지 같은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제1호 국가정원’이라고 불리는 순천만 국가정원이 있어 2013년 세계원예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 한국관에서는 한국의 전통 정원 형식을 구현했다. 메인 건물은 순천 낙안읍성의 ‘연자루(燕子樓)’를 원형으로 한옥과 연못 등을 융합해 관객에게 한국 원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중한 양국은 오래전부터 원림 교류를 했다. 베이징 세계원예박람회 이전에도 한국 원림은 2011년 시안(西安) 세계원예박람회에도 참가했다. 한국 순천만국가정원에도 중국 닝보원(寧波園)을 설립해 양산백(梁山伯)과 축영대(祝英台) 이야기를 테마로 층층이 겹쳐진 돌과 연못, 잘 어우러진 나무 그림자를 조성해 중국 강남 원림의 청신하고 아름다운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월간 <중국>은 허석 순천시 시장을 인터뷰해 중한 원림 교류 이야기에 대해 들었다.
월간 <중국>: 이번에 조성된 한국 정원의 디자인 이념과 특징 등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십시요
허석 순천시장: 베이징세계원예박람회에 조성된 정원은 한국 전통정원으로 한옥화계, 연못, 담장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정원 중앙에는 옛 순천부(順天府) 읍성의 남문에 있던 연자루를 건축했고 순천만의 S자 수로인 계류를 설치해 순천의 역사와 멋을 담았습니다. 또한 연자루는 건축물의 배치에서도 에너지 이용을 고려해 남향으로 배치를 했으며, 지형 및 지세를 활용해 토양 보존과 지세의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천연 연못을 이용한 물 순환시스템 등 생태 환경을 고려해 조성했으며 대한민국의 국화인 무궁화와 향토 수종인 소나무, 순천시의 시목인 감나무를 식재해 한국의 전통적인 풍경을 담은 원림으로 조성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번에 선보인 정원은 한국 전통 정원을 꾸며 자연과 하나되는 공간이 되도록 조성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월간 <중국>: 한국 정원에 순천시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연자루를 배치했는데, 연자루의 역사적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십시요.
허석 순천시장: 연자루는 현재 죽도봉 공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본래의 건물은 고려 때 초창한 것으로 보입니다. 승평 성의 남쪽 옥천 위(현 남문다리 옆)에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연자루는 물 위에 걸터앉은 다락집으로, 그 밑에는 홍교처럼 아름다운 다리가 있었습니다. 기둥이 층 받침이 되어 2층처럼 높게 지어져 있었으며 옥과 같이 맑은 시냇물이 그 밑을 흘러 흡사 옛 중국 서주에 있었던 연자루에 비교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월 25일, 세계원예박람회는 ‘한국의 날’을 맞았다. 이날 허석 순천시 시장(오른쪽 네 번째)이 행사에 참석하고 한국 정원 메인 건물인 ‘연자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허석 시장 본인 제공
월간 <중국>: 중국과 한국의 정원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허석 순천시장: 한국 정원과 중국 정원은 신선 사상, 음양오행 사상 등 사상적 측면에서 고대 중국의 사상과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못의 형태도 방지원도에 신선 사상을 반영하고 석가산을 자연스럽게 배치합니다. 중국의 연못은 규모 면에서 한국 전통정원에 비해 크다는 차이점은 있으나 연목(지당)처리 기법에 있어서 한국과 중국은 자연형의 곡지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경관처리 기법에도 한국 정원과 중국 정원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즉 하나의 경관이 주변 경관을 빌어 새로운 경관을 창출하는 차경(借景) 기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나라 정원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누정의 경우 한국의 누정은 외부지향적으로 자연경관을 중요시합니다. 반면 중국의 누정은 양면 지향적으로 누정 건물이 안과 밖에서 봤을 때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고려했다는 점입니다.
월간 <중국>: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중국 닝보원이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닝보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요.
허석 순천시장: 서양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중국에는 양산백과 축영대의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순천만국가정원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닝보원은 바로 양축(梁祝)의 사랑 이야기를 스토리로 건설했습니다. 닝보원의 면적은 2295㎡이고 닝보시에서 직접 설계하고 목재, 조각품(나무, 돌 등), 태호석, 기와 등 모든 재료도 닝보시가 직접 구입 및 제작해서 한국으로 운송했습니다. 그리고 닝보시 기술자 21명이 약 3개월간 순천에 체류하면서 중국 남부 지역의 전통 정원 양식으로 직접 조성했습니다. 현재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닝보원은 제일 인기 있는 정원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원예박람회는 순천시가 한국을 대표해 조성했다. 순천 낙안읍성의 ‘연자루’을 바탕으로 한옥, 연못 등 경관을 융합해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연출했다.사진/ 천젠(陳建)
월간 <중국>: 순천시와 닝보시는 우호교류 도시입니다. 현재까지 두 도시 사이에 어떠한 교류 활동들이 있었습니까? 그 중 가장 인상깊은 교류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허석 순천시장: 순천시와 닝보시는 1997년 6월 24일 우호교류를 시작했고 2017년 11월 10일 우호교류 20주년 기념으로 자매도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양 시는 지금까지 경제, 기업, 청소년, 관광, 정원문화, 도서관, 공무원 교류, 문화·예술, 전통공연, 체육(마라톤), 바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교류 10주년 기념으로 순천의 자랑인 팔마비(八馬碑)를 닝보 대극장 광장에 설치했으며, 닝보시는 사자상을 순천시 문화예술회관에 설치했습니다. 또한, 20주년 기념으로 순천시의 시조인 흑두루미상을, 닝보시는 청동정(鼎)을 순천만국가정원 닝보정원에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양 시의 서예, 동양화, 사진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교류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전에 순천의 그림책 공연단이 닝보시 어린이집을 방문해 그림책 공연을 진행한 적 있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어린이, 학생,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양국의 전통 문화·예술 분야 교류를 확대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월간 <중국>: 순천과 닝보는 어떤 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심화할 예정인가요?
허석 순천시장: 순천시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정원을 테마로 한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도시로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닝보시도 도시 녹화를 시정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는 도시라고 알고 있습니다. 순천시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을 보존하고 있고, 닝보시는 습지와 식물원 등 많은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태와 자연을 지역의 경쟁력으로 가꾸고 있는 순천시와 닝보시는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양 도시간 정원을 포함한 도시 녹화와 습지 보존, 유기농 농업,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국제 무역, 젊은이들의 창업 등 미래 지향적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2013년 한국 순천시에서 열린 세계원예박람회에 설립된 중국 닝보원 사진/ 허석 시장 본인 제공
월간 <중국>: 이번 중국에서 개최된 세계원예박람회를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허석 순천시장: 이번 베이징 세계원예박람회는 약 110개 국가와 국제기구, 120여 개 비공식 기구가 참여하고 세계 각국의 원림예술품과 진귀한 화초가 전시되는 합동전시회로, 각국의 상호교류 증진 및 문화성과, 과학기술 성과를 한데 모은 최대 규모의 A1급 박람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예는 인류 문화와 자연의 결정체로서 문명 소통의 다리라는 점에서 베이징 세계원예박람회는 경제, 문화, 관광, 환경의 발전과 생산에 큰 영향을 끼치며 문명 교류와 상호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해 순천시가 이번 박람회에 정원을 조성하고 한국의 날 행사 개최 등으로 정원문화, 나아가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원예박람회는 ‘한국의 날’을 맞아 한국 공연자들이 관객에게 한국 전통 무용인 부채춤을 선보였다. 사진/ 허석 시장 본인 제공
월간 <중국>: 원예 외에도 다른 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에 나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허석 순천시장: 베이징은 순천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순천부(順天府)라는 이름을 쓴 역사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성을 계기로 순천시와 베이징이 다양한 교류 협력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이번 베이징 세계원예박람회 참가 외에 저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 등을 방문했고 빗물을 이용해 다양한 도시 환경을 바꾸는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 등과 교류 협력을 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한 순천시는 호남권 최대 창업보육센터를 건립 추진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번에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우는 중관촌(中關村) 관계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앞으로도 현지 기업들과 순천지역 간 교류 협력 등을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한중 양국 간 정원문화, 정원산업 교류 뿐 아니라 자치단체, 기업 간 교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