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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경제협력, 무엇이 이익인가?


2019-03-26      글|한재진(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재진 연구위원

지난해 12월 6일부터 7일까지 양일간 베이징(北京)에서 제14차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공식협상이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2018년 3월 이후 9개월 만에 열리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연됐던 한중일FTA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초 한중일FTA는 3국간 역내경제협력 강화뿐 아니라, 나아가 동아시아 경제통합체 구성을 통해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이은 3대 경제권 형성이라는 큰 비전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중일 및 한중 상호간 정치와 영토분쟁 등 경제외적 요소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향후 협상 전망이 어두웠던 게 사실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한중FTA 서비스·투자협상 개시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중(訪中) 등 연이은 한중일 간 협력 시그널이 재가동하면서 한중일FTA 협상이 새로운 활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세계 자유무역의 빠른 변화
세계적으로 자유무역 흐름은 1990년대 다자주의에서 2000년대 이후 양자 및 지역주의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자주의를 표방했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약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결렬되면서 부터다. 이로 인해 대다수 개도국들은 기존 EU 등과 같은 지역 간 무역협정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심의 무역질서가 위협받기 시작하자 FTA와 같은 지역무역협정(RTA, Regional Trade Agreement)을 늘려가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WTO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8~2017년까지 세계 RTA 체결 건수는 1988~1997년까지 47건에 불과했으나 1998~2007년 155건으로 증가했고, 2008~2017년에는 237건으로 급증했다. 

동아시아 지역의 핵심 국가인 한중일 3국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 및 지역 간 FTA를 추진하고 있으며, 2008년 이후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18년 8월 기준, 한중일 개별 FTA 발효 건수는 각각 15건, 16건, 15건으로 3국이 거의 동일하게 국가 및 지역 간 FTA를 체결하고 있다. 특히 3국 중 한국과 중국은 2008년 이후 FTA 체결 건수가 각각 10건으로 전체 체결건수의 60%를 넘기며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3국이 기체결한 국가 및 지역별로 보면 한국만이 유일하게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뿐 아니라 EU,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권 및 국가와 FTA를 맺고 있으나, 한중일 모두 공통적으로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상태이다. 아세안 시장은 수출, 투자,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3국 모두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이런 이유로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일본은 각각 ‘아세안+3’과 ‘아세안+6’이 제기된바 있고, 2011년 아세안 정상회담에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구상이 제기 및 논의되어오다 올해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중일 FTA 체결의 의미
RCEP 등 아세안을 포함시킨 여러 경제협력체를 고려하지 않고 한중일 FTA 자체로 판단할 때 한중일 3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우선, 한중일FTA 체결은 EU, NAFTA와 대적할 수 있는 거대 동아시아 경제통합체 출범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입지 강화에 긍정적일 것이다. 1990년만 해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한중일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에 불과했다. 당시 EU와 NAFTA 비중은 동기준 각각 31.5%, 29.2%로 세계 최대 경제통합체였다. 그러나 2017년 현재 한중일은 동기준 23.0%로 EU의 21.6%를 넘어섰으며, NAFTA의 27.8%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중일FTA 체결은 3국의 경제적 입지가 동반 격상되어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측면의 경우 역내 관세인하 효과로 한중일 분업체계가 변형되면서 한국과 일본 보다는 중국의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한중일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0.9%에서 2017년 28.3%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총액 측면에서도 동기간 7732억 달러에서 약 6조5300억 달러로 8배가 증가했다. 수출로만 봐도 세계에서 한중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1.9%에서 2017년 20.0%로 늘어났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중일 가운데 중국의 기여가 컸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한중일의 대(對) 세계 수출총액 3조5352억 달러 가운데 중국은 64.0%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한국, 일본은 각각 16.3%, 19.7%로 중국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역내 교역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부품 등 중간재의 대중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은 일본과 한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도 한국에 대한 승용차 등 경쟁상품의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중일 간 첨단 부문의 기술교류가 증가하면서 한중일이 세계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일본의 ‘일본재흥전략’, 한국의 ‘I-Korea 4.0’ 등 한중일이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산업화 전략이 서비스 시장개방 효과로 상호 협력체제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3국간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점차 한중일 오픈마켓 내에서 각국의 기업 간 경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자동화(RPA),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 세계 최대의 ‘지능형 경제(Intelligent Economy)’의 탄생도 가능할 듯하다. 

복잡하게 얽힌 전략적 이해관계
한중일FTA 체결을 위해 극복해야할 난관도 상존하는 게 현실이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RCEP와 일본이 추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간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발효된 CPTPP는 총 11개 회원국(GDP 약 10조 달러)이 참여하고 있어 16개국(GDP 약 20조 달러)이 참여하는 RCEP보다는 경제적 규모가 작다. 하지만 페루, 칠레, 캐나다, 멕시코 등 북ㆍ중ㆍ남미 국가도 포함되어 있어 지역적 범위는 넓은 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입장에선 한중일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인은 다소 약화될 수 있다. 또, 한중일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려면 상호간 관세 인하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완화할 것인가도 향후 3자간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로 보인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12년)에 따르면, 한중일FTA 체결시 실질 GDP, 후생 등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실질 GDP는 단기적(5년)으로 약 0.32~0.44% 증가하며, 중장기적(10년)으로 약 1.17~1.45%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 입장에서 한중일 FTA 발효가 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라는 게 국내 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한국처럼 다수의 국가 및 지역과 FTA를 체결할 때 문제시 되는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는 해소할 수 있지만 일본과의 FTA가 갖는 장점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2015년 중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상태에서 준비 없이 한중일FTA 체결을 서두른다면 오히려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전문가들은 자동차, 가전, 기계 등 부문에서의 관세 인하 및 철폐가 고스란히 국내 산업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향후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해 민감 품목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된다면 한중일FTA가 갖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FTA가 갖는 본질은 단순히 경쟁에 치우쳐 상호간 편 가르기에 머물기 보다는, 어떠한 방식으로 네트워킹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글|한재진(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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