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0
대나무는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대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열대, 아열대 및 온대지역에서 많이 자라고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 쓰촨(四川)성, 충칭(重慶)시 등지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중국인의 대나무 사랑은 역사가 깊다. 대나무는 길고 곧게 뻗어 사계절 푸르고 눈과 서리에 굴하지 않아 예부터 곧고 정직한 성품을 상징했다. 중국 문학과 회화 작품에서 대나무는 비교적 보편적인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대나무에 대한 성어인 ‘흉유성죽(胸有成竹)’은 고대 문인 회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흉유성죽’의 기원과 출처
‘흉유성죽’은 중국의 유명한 문인 소식(蘇軾)의 글에서 대나무를 그리는 과정을 묘사하며 처음 등장했다. 소식은 글에서 ‘고화죽, 필선득성죽우흉중(故畫竹, 必先得成竹於胸中)’이라고 했다. 이 말은 예술가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완성된 대나무 모습을 그려두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후 ‘흉유성죽’은 일하기 전 계획이나 방안을 확실히 세워둔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게 됐다.
북송시대의 유명 화가 문여가(文與可)는 대나무를 잘 그렸다. 그는 대나무를 잘 그리기 위해 집 앞뒤에 여러 종류의 대나무를 심고 계절의 변화나 비바람 등 날씨의 변덕을 막론하고 사시사철 대나무 숲을 찾아가 생장과 변화를 관찰했다. 대나무 마디의 길이와 굵기, 잎의 형태와 색 등을 면밀히 관찰했다. 새로운 발견을 할 때 마다 바로 서재로 돌아와 종이를 펼치고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며 마음속에 새긴 대나무 모습을 종이 위에 담아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자 다양한 계절과 날씨, 시간대에 따른 대나무의 여러 이미지가 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됐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붓을 들어 올리기만 하면 평소 관찰했던 다양한 모습의 대나무가 바로 눈앞에 떠올랐다. 대나무를 그릴 때 마다 그는 매우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그가 그려낸 대나무는 놀랍도록 실제와 비슷한 모습으로 생생하게 묘사돼 있었다.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칭찬하면 그는 “나는 그저 마음속에 완성된 대나무를 그림으로 옮겼을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대나무 그림을 배우고 싶은 한 청년이 시인 조보지(晁補之)가 문여가의 그림을 잘 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가 배움을 청했다. 조보지는 시 한 수를 써서 청년에게 줬다. 그중 ‘여가화죽시, 흉중유성죽(與可畫竹時, 胸中有成竹)’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성어 ‘흉유성죽’으로 발전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충분한 준비를 하고 일이 성공할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비유한다. 또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매우 침착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대나무와 문인의 지조
대나무를 말할 때 중국 문인의 대나무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중화 전통문화에서 사군자인 매(梅)·난(蘭)·국(菊)·죽(竹)은 역대 문인과 묵객에게 추앙을 받았다. 사군자는 각각 강인, 겸손, 강직, 고결함을 상징한다. 그중 대나무는 특유의 품격과 절개로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고아한 선비의 상징이 됐다. 제화(題畫, 그림에 어울리는 시나 글을 적어 넣음)는 고대 문인의 고상한 취미 중 하나였다. ‘흉유성죽’이라는 성어도 문인이 대나무 그림에 제화를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청나라의 문인 정판교(鄭板橋)의 유명한 시 <죽석(竹石)>에 따르면 ‘교정청산불방송, 입근원재파암중. 천마만격환견경, 임이동서남북풍(咬定青山不放鬆, 立根原在破巖中. 千磨萬擊還堅勁, 任爾東西南北風)’이라는 구절이 있다. “바위산을 꽉물고 놓지 않으니 그 뿌리는 이미 깨진 바위 속에 있다. 천 번 만 번의 시련에도 더욱 단단하고 강건하니 동서남북의 바람이 불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대나무의 강인함과 집념의 품격을 표현한 영물시이자 세상에 영합하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정판교는 평생 대나무와 함께 생활하며 창호지, 벽의 그림자, 달빛 아래에서 영감을 포착했다. 사람과 대나무가 서로를 빛나게 하며 진실하고 정직하게 대했다. 그의 사람 됨됨이도 대나무처럼 곧고 강직해 관직을 버리고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음에도 절대 타협하지 않고 문인의 굳은 기개를 보여주었다.
대나무는 군자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군자는 문인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인격과 행위의 기준으로 문인의 마음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학 창작에서 중요한 점은 전통적인 미적 가치관을 사물로 표현하는 것이다. 대나무는 사물로서 곧고 사시사철 푸르며 마디가 있다는 특징이 지조와 강인함, 정직한 군자의 품행과 일치한다. 군자에 대한 추앙으로 인해 대나무와 군자의 품행이 통하는 것으로 여겨져 문인과 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나무 문화는 중국 문화의 표현 중 하나로서 중국 문화의 민족 정신을 보여준다. 평범한 식물의 신분으로서 대나무는 문인과 현자의 붓 끝에서 겸손한 군자로 묘사된다. 왕조가 바뀌면서 문인과 묵객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도덕적 이상을 대나무에 투영해 시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대나무를 심거나 키우는 등 방식으로 끊임없이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까지 대나무는 중국인의 마음속에서 그 지위가 변한 적 없으며 이는 지조와 강인함, 자신감과 확고함을 드러낸다. 대나무는 겸손한 품격으로 사람들의 애정과 찬사를 받아오며 대대로 사람들이 강한 의지를 갖고 버틸 수 있게, 또 당당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인생을 마주하라고 북돋워 주고 있다.
글|칭산(靑山) 사진 | 인공지능(A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