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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초춘휘: 덕목의 으뜸, 중국의 ‘효’


2024-06-17      



자모수중선 유자선상의 임행밀밀봉 의공지지귀 수언촌초심 보득삼춘휘(慈母手中線, 遊子身上衣 臨行密密縫 意恐遲遲歸 誰言寸草心 報得三春暉). 당나라의 시인 맹교(孟郊)의 유자음(游子吟)이다. 어머니는 바늘과 실로 먼 길 떠나는 자식을 위해 옷을 서둘러 짓고, 바늘로 더욱 촘촘히 꿰매며 혹여 귀향이 늦은 자식의 옷이 해져 있을까 노심초사한다. 누가 감히 풀처럼 미약한 자식의 효심으로 자애로운 어머니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시는 중국인이라면 대부분 암송하고 있는 구절이다. 맹교는 집안이 가난해 50세가 되어서야 지방 관리인 현위(县尉)가 되어 떠돌이 생활을 마감했다. 이때 그는 회자되는 유자음을 써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촌초춘휘(寸草春暉)’는 이 시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로 ‘풀 한 포기와 봄날의 햇볕’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촌초’는 자식을, ‘춘휘’는 햇살처럼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가리켜 ‘풀포기 하나가 그를 길러 준 봄날의 햇볕같은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기 어려움’을 비유했다. 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진심어린 사랑이 담겨 있는 것이다.


백 가지 덕목 중 ‘효도’가 으뜸

5월 8일은 한국의 ‘어버이날’이다. 반면 중국에서 부모를 위한 지정 기념일은 없지만 국제 기념일인 ‘아버지의 날’과 ‘어머니의 날’이 있고, 9월 9일 ‘중양절(重陽節)’과 ‘노인절(老人節)’이라고 하여 부모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나라와 지역은 다르지만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전 사회에 장려되는 미덕이다. 문화 대국인 중국은 전통문화에서 ‘효’를 백 가지 덕목 중 으뜸으로 꼽는다.


‘효’는 중화 전통문화의 핵심으로 공자 인학(仁學)의 기초이고 ‘효학(孝學)’은 유가 사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유가 사상은 가족 윤리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효’ 문화 체계는 가족에서부터 사회로 확장돼 가정 윤리를 사회 윤리로 이어가며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백 가지 덕목 중 효도가 으뜸’이라는 사상도 중화 문명에 깊은 영향을 주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기원을 살펴보면, 서주(西周) 시대에 조상에 제사를 지내는 제도가 효도 사상 확립을 촉진했다. 선진(先秦) 시대에 유가 문화가 확장되면서 ‘효’ 사상이 가정과 사회 전반으로 스며들었다. 고대 중국의 많은 이야기에는 ‘효’ 문화가 담겨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십사효도(二十四孝圖)’다. 원나라의 곽거경(郭居敬)은 민간에 전해지는 효도 이야기 24편을 <이십사효>라는 책으로 편찬했다. 이후 그림이 더해지면서 <이십사도>라 불렸으며 효행을 장려하는 대중적인 책이 됐다. ‘와빙구리(臥冰求鯉)’, ‘효감동천(孝感動天)’, ‘백리부미(百里負米)’, ‘액호구부(扼虎救父)’ 같은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며 널리 칭송받고 있다.


물론 일부 고대 문화 관습은 오늘날 ‘우효(愚孝)’라 불릴 정도로 부적절한 것도 있다. <이십사효도> 가운데 어머니를 섬기기 위해 아들을 묻는 ‘매아봉모(埋兒奉母)’ 등이 그렇다. 고대 통치자들은 ‘효’를 지고지상의 지위로 올릴 정도로 추앙했지만 오늘날에는 효의 정수만 취하고 악습은 버리는 것이 우리가 전통문화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로 ‘효’ 문화가 중화의 대지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


중국 효도의 날 ‘요구절’

중국 푸젠(福建)성 일부 지역에는 ‘요구절(拗九節)’이라는 명절이 있다. ‘후구절(後九節)’, ‘효순절(孝順節, 효도의 날)’이라고도 하는 ‘요구절’은 푸저우(福州)시에서 널리 전해지고 있는 전통 풍습으로 지역적 특색이 뚜렷하고 유구한 역사를 지녀 그 가치가 높다.


예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에 목련(目連)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돌아가신 뒤 저승의 감옥에 갇혔다. 목련은 옥바라지를 위해 매번 음식을 보냈지만 옥졸이 다 먹어버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음식을 전달할 꾀를 내었다. 올방개와 땅콩, 대추 용안, 흑설탕 등과 찹쌀을 섞어 단맛의 죽을 만들고 여기에 검은깨를 뿌렸다. 이렇게 죽을 시커멓게 만들자 옥졸은 입에 대지 않았고 그제서야 어머니는 ‘아오주저우(拗九粥, 요구죽)’를 무사히 받아 먹을 수 있었다. 그날이 마침 정월 29일이자 목련 어머니 또한 29세이어서 사람들은 이 죽을 ‘아오주저우’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정월 29일은 ‘요구절’이 됐다.


오늘날 매년 정월 29일이면 찹쌀과 흑설탕, 대추, 말린 용안, 깨, 땅콩 등으로 달달한 죽을 만들어 뜨거울 때 항아리에 담는다. 붉은색을 칠한 대나무 그릇에 옮겨 담아 오리알, 국수, 족발을 곁들인 다음 부모님께 드린다. ‘요구절’은 노인을 공경하고 효도를 숭상하는 사회 풍습으로 점차 자리잡아 푸저우 지역에서 널리 성행했다.


중국의 다른 지역에는 ‘효순절’ 같은 풍습은 없지만 곳곳에서 ‘효’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대개 명절때면 타지로 나갔던 자녀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전화로 안부를 전한다. 정월 초이틀은 출가한 딸이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친정을 방문하는 풍속이 있다. 특별히 정해진 명절은 아니지만 이 풍속은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아 오늘날 ‘효 문화’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촌초춘휘’에서 ‘효 문화’까지 중국에서 ‘효’가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 엿볼 수 있다. ‘아유반포의 양유궤유은(鴉有反哺義 羊有跪乳恩, 어린 까마귀는 어른이 되어 먹이를 가져다 주고 어린 양은 젖을 먹을 때 무릎을 꿇는다)’이라고 부모는 자녀가 효를 다할 첫 번째 대상이다. 유구한 중화 문화 역사는 깊고 ‘효 문화’는 가장 정서적인 부분을 지탱하고 있어 강인하면서도 온유한 민족을 만들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비단 개인의 부양 행위로 그칠 것이 아니라 다함께 지켜야 할 공덕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글|칭산(靑山) 사진 | 인공지능(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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