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4
중국인이라면 “다이스징저우(大意失荊州, 설마가 사람 잡는다)” 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말은 삼국지연의에서 나왔다. 형주(荊州)를 지키던 관우가 조조군에 대응하기 위해 성 방어군을 대거 이동시켰다. 이 틈을 타 동오의 여몽이 징저우를 공격해 차지했다. 변호사들은 이 말을 “고객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방심하지 말라”고 자신이나 젊은 변호사에게 경고할 때 자주 쓴다.
예를 들어 변호사가 상대의 정보 조사를 소홀히 해서 의뢰인이 거액의 자금을 편취 당하면, 변호사는 변호사 비용은 물론 이고 자신의 실책으로 인한 의뢰인의 경제 손실까지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잘 아는 젊은 변호사 W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나이를 1살 더 계산해 사망 배상금이 3만 위안(약 595만원) 적게 나와 의뢰인에게 3만 위안을 배상했다.
그리고 변호 실수로 중국 변호사계에서 아주 유명한 사례가 두 건이 있다.
조사 실수로 800만 위안 배상
십수 년 전, 베이징(北京)시 제2중급인민법원에서 내린 판결이 변호사계를 뒤흔들었다. 수임 변호사의 직무상 과실로 고객이 1억 위안의 자금을 편취 당해 변호사사무소 파트너 변호사 3명이 법원 1심에서 고객에게 800만 위안의 손실을 배상하고 100만 위안의 변호사 비용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었다. 이는 당시 중국 변호사 업계 사상 최고의 배상액이었다. “소송 한 번 잘못해서 변호사가 가산을 탕진했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게 됐고 변호사의 업무 리스크에 이목이 집중됐다.
2001년 7월, 허베이(河北)성의 X사는 베이징의 Y부동산기업과 공동으로 F주택지구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를 했다. 상대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X사는 베이징시 JH변호사사무소를 법률 자문으로 지정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마친 JH변호사사무소는 F프로젝트는 Y사의 명의가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X사는 그제야 안심하고 Y사에게 1억 위안의 프로젝트 양도금을 지불하고 F주택지구 프로젝트를 매수했다. 그리고 JH변호사사무소에 100만 위안이라는 고액의 변호사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2002년 5월, X사는 F주택지구 프로젝트 토지에서 다른 기업이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긴급 조사에 나선 X사는 조사 결과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Y사가 F주택주역 프로젝트 소유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X사는 1억 위안이라는 거액을 사기 당한 것이다.
상황은 이랬다. Y사의 한 주주가 F프로젝트 양도 계약을 맺고 베이징시 계획위원회에게 해당 프로젝트의 비준을 받은 것은 맞았다. 그러나 양도금을 계속 납입하지 않아 F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Y사의 류 씨 등이 F프로젝트 명의로 이미 실효된 비준서를 갖고 X사와 F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한다는 계약을 맺어 X사에게 1억 위안을 편취한 것이다. 베이징시 공안국은 류 씨 등을 계약사기죄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X사에 2140여만 위안을 반환했으나 8000만 위안은 반환되지 못했다.
X사는 JH변호사사무소 변호사의 과실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것 자체가 중대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JH변호사사무소가 베이징시 사법국에 사업자 등록 말소를 신청했기 때문에 X사는 변호사비 100만 위안을 반환하고 경제 손실 900만 위안을 배상하라고 3명의 파트너 변호사를 법원에 고소했다. 법원은 3명 파트너 변호사가 X사에게 공동으로 800만 위안의 손실을 배상하고 100만 위안 변호사비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유서 공증 실수로 패소
2017년 2월, 병이 위중하고 자녀가 없던 취(瞿) 씨는 상하이(上海) X변호사사무소에 유서 공증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사망한 뒤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남동생 취모화와 여동생 취모펑 두 사람에게 각각 절반씩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약 보름 뒤 취 씨가 사망했다. 유서는 변호사의 입회 하에 작성됐지만 다른 형제자매들이 유산을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 2017년 5월, 취모펑과 취모화는 다른 형제자매를 고소하고 유서에 따라 자신들이 부동산을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유서의 효력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피고, 즉 유산 상속에서 제외된 다른 형제자매는 유서에 취 씨의 서명이 없고 녹음이나 영상 녹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유서는 취 씨의 진짜 생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망한 취 씨가 구술로 유서를 작성할 때 상하이 X변호사사무소가 파견한 변호사 두 명은 유언을 받아 적지도, 녹음이나 영상을 촬영하지도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와 자신이 기억한 대로 유서를 작성했다. 때문에 이 대필 유서는 시공의 일치성 요구에 부합하지 않아 유서를 남긴 사람의 진짜 생각을 증명할 수 없었다. 인민법원은 유서를 무효로 판결하고 취 씨의 부동산은 상속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했다.
이에 취모펑과 취모화는 즉각 상하이 X변호사사무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의 업무상 과실로 유산을 상속받지 못한 손실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상하이 X변호사사무소에게 118만 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변호사 업계, ‘천문학적 배상’ 시대 진입
오늘날 법치가 특징인 현 시장경제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 상장, 파산 구조조정, 유명인 민·형사 소송 등 고액의 보수를 받는 업무가 늘고 있다.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12월, 한 민사 판결이 변호사계를 뒤흔들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중급 인민법원(2020) 저(浙)01민초1691호 민사 판결문이다. 상하이의 모 유명 변호사사무소가 작성한 <법률의견서>의 부동산 소유권에 대한 부실한 조사로 중대한 자산 감소 상황을 발견하지 못해 타깃기업의 지급능력에 법적 리스크를 가져왔기 때문에 3700만 위안의 민사 배상 책임을 지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변호사가 제공하는 조사 분석서와 전문적인 판단이 기업의 의사 결정의 전제이자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호사가 업무 과정이나 결론에서 실수를 한다면 고액의 배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업의 ‘천문학적인 배상’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글|바오룽전(鮑榮振),베이징(北京)시 국제법률사무소의 공동창업자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중국정법대학교 국제환경법연구소 연구원, 중국정법대학교 법률석사학원 객원교수, 중국법학회 변호사법연구회 이사, 중일민상(民商)법연구회 부사무총장
필자는 지난 8월 말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중국 인터넷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淘寶)의 짜오우제(造物節, 메이커 페스티벌)에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