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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특별한 여름방학 숙제...영화감상문


2022-09-01      



수년 전, 한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을 봤던 게 기억난다. 개학 하루 전에야 방학숙제가 생각난 딸 때문에 온 가족이 매달려 숙제를 끝냈는데 여행가서 사진찍기가 남은 걸 보고 얼른 가짜 여행지를 꾸며 사진까지 준비하는데 성공했다. 드디어 다 끝냈다고 생각하고 다음 날 학교를 갔더니 곤충 관찰 숙제가 남아있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곤충은 그새 다 품절이어서 엄마가 어쩔 수 없이 풀밭에서 곤충을 잡는 에피소드였다.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필자는 그 장면을 보며 공감의 미소를 지었다. 중국도 한국과 다름없이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에는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 외에 언제나 마음 한 켠에 짐처럼 따라다니던 방학숙제가 있었다. 개학 하루 전 밀린 방학숙제를 해치우던 기억은 국경을 넘어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한국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알게 되었고, 한국 아이들의 다채로운 여름방학 숙제를 접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과목별 숙제나 여행일기, 곤충 관찰 등 ‘고전적’인 숙제 외에 숏 비디오 촬영, VR 체험하기 등 시대적 트렌드에 맞는 색다른 숙제들도 있다. 이런 숙제들은 아이들의 참여도도 높다.


얼마 전 필자가 박사 학위로 한국 영화사 연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 한 한국 친구가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 리스트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방학숙제에 영화감상문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감상문은 근래 한국에서 유행하는 방학숙제인데 영화의 선택 범위가 놀라울 정도로 자유롭다. 중국에도 지정 서적 독후감 등 방학숙제가 있긴 하지만, 영화감상문은 일반적으로 학교 단체 관람 후 쓰는 경우가 많고 한국처럼 자유롭게 편수와 주제를 선택하여 쓰는 경우는 거의 없어 필자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글짓기 수준이 아무래도 제한적인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어떻게 영화감상문을 쓸까? 아이들의 글을 보니 우리가 으레 생각하는 짜임새 있는 감상문이라기 보다 영화 관람 일기에 가까웠다. 어른의 글처럼 온전한 작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표 형식의 보고서에 맞춰서 인상 깊었던 한 장면 또는 에피소드를 쓰거나 느낀 점을 간단히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영화관에 다녀왔다는 ‘인증샷’과 영화 포스터 등을 첨부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관찰력, 기억력, 논리적 사고력, 감정 표현 등을 훈련할 수 있고, 부모 또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에 다녀온 경험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러한 숙제를 통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영화를 이해하며 친해지고 관람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특별한 옛 추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20세기 90년대 즈음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중국영화가협회와 협력하여 학생들이 여름방학 기간 협회 소속 영화관에서 5편의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활동을 마련했다. 매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그해 여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필자는 이 경험이 훗날 영화 연구의 길로 들어서는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마침 그 당시 중국 영화가 생명력과 국제적 영향력이 충만한 시기이기도 했다. 영화산업의 성장은 관객을 기반으로 한다. 관객의 이해, 수용, 그리고 적극적인 피드백이 있어야만 영화 창작에서도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가 이룬 뛰어난 성과는 한국 영화와 함께 성장해온 관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자녀의 손을 잡고 영화관을 방문해보자. 잘 쓰여진 영화감상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도 말이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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