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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원, 자연보다 더 자연스럽게


2019-07-25      글|창원칭(強文青)

경복궁 향원지 가운데 섬 위에 세워진 향원정(香遠亭) 사진/ VCG

“소박하면서 포근한, 단정하면서도 함축적인….” 한국은 정원을 포함해 성당(盛唐) 시기의 문화를 대량 흡수했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원을 보아도 중국 당나라 원림의 구도와 건축양식의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고대 정원은 대부분 자연식 혹은 규칙식 정원이며 인공연못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연못 중앙에는 3개의 섬을 설치하는데, 이는 중국 정원의 ‘일지삼산(一池三山)’ 전통양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국 고대 정원의 건축물은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지붕의 각도는 완만하고 건축물 자체는 평평하면서 아담한 높이로 아찔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용마루의 양 끝과 처마 끝의 사면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며, 좁게 난 문과 창문이 건축물 자체를 보다 높이 보이게 한다. 지붕의 처마는 매우 긴 편인데, 이로 인해 처마 아래에는 그늘이 넓게 지고, 때문에 건축물 전체가 선명한 입체감을 갖는다. 

지붕은 헐산식이 많다. 회흑색의 반원통형을 깔고 검붉은 색의 기둥을 세운 뒤 녹색의 창살을 넣어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한 색감을 살렸다. 특히 중간 중간에 기술적으로 흰색을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점차 옅어지면서 다시 회색 빛을 띠는 효과를 주었다. 이를 통해 과한 화려함 대신 소박하면서도 함축적인 멋을 살렸다. 건축양식은 주로 질박하면서도 함축적인, 부드러우면서도 단정함을 강조했다. 건축물의 경우 규모가 상당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며, 지붕 꼭대기의 경사는 완만하다. 그러나 폐쇄적인 돌담을 사용한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웅장하면서도 개방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작은 부분들, 예를 들어 힘이 있는 두공이나 거대한 출첨(出檐), 굴곡진 용마루, 아래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각기둥 등은 중국 당대 건축물의 대표적인 특징들이다. 이러한 특징이 한국 고대 건축물에 반영되었다는 것은 한국의 고대 건축물들이 당대의 건축양식과 건축기술을 대량 흡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 정원은 유가와 도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정원의 구조 및 구도를 결정함에 있어 자연보다 더욱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 그 기본사상이다. 생태이념을 주체로 한 자연환경의 미화(美化)와 인간을 위한 봉사가 어우러진 감동을 선사한다.  

창덕궁 낙선재의 정문인 장락문(長樂門) 사진/ VCG

대표적 정원 
[태자의 낙원-안압지] 
<중국고전건축사(中國古典建築史)> 중 ‘당대의 정원 발전은 일본과 신라에 영향을 주었다. 신라 문무왕은 원포(苑圃)로서 원내에 연못을 만들고 돌을 쌓아 산처럼 만들었으며, 이로써 무산(巫山)12봉을 상징했다. 꽃과 풀을 심고 진금기수(珍禽奇獸)를 길렀다. “경주 남동쪽의 안압지는 곧 당시 원포의 옛터”라는 기록이 있는데, 안압지의 연원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궁궐은 문무왕 14년(AD 674년)에 건립되었으나 훗날 전란 중에 훼손되었다가 1975년 복원되었다. 궁궐 안 연못에는 세 개의 섬이 있는데, 각각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洲) 등 3개의 신산(神山)을 상징한다. 또, 무산의 12봉을 상징하는 돌산은 각각 연못의 북쪽과 동쪽에 배치되었으며, 연못을 따라 모두 12개의 건축물이 자리잡고 있다. 안압지는 과거 신라 태자의 동궁으로, 경사가 있을 때마다 태자들은 이곳으로 귀빈을 초대해 연회를 열었다. 현재 안압지 원내에는 연못과 3개의 섬, 연못 서쪽 건축물 3개만 복원되어 있다. 

안압지의 이수(理水)는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사각을 띠고 있으며, 전체 면적은 10여 무(亩)에 달한다. 섬 3개와 물줄기가 들어가는 반도(半島) 2개를 배치함으로써 수면을 보다 넓게 보이게끔 했고 소용돌이와 깊은 고요함을 만들어 냈다. 물이 빠져나가고 들어감에 전혀 방해됨이 없으며, 마치 하늘이 만든 것과 같은 정교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연못 북동쪽과 남동쪽에는 기술적으로 ‘장원(藏源)’ 기법을 운용함으로써 공간확대 및 경치전환·소중견대(小中見大) 효과를 냈다. 

[서울의 왕궁-경복궁]
경복궁은 1392년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건국했을 당시 왕궁으로 쓰였다. 사면을 담이 둘러 싸고 있고, 동서남북 각각에 궁문이 나있으며, 전조후침(前朝後寢)의 격식과 함께 궁 뒤쪽에 화원(花園)을 만드는 구도를 따랐다. <조선통사(朝鮮通史)> 기록에 따르면, 1866년 대원군이 집권하며 경복궁 중건에 착수했는데, 2년에 걸쳐 은 2500만냥이라는 거액이 사용되었다. 경복궁을 통해 조선 전성기의 규모와 사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경복궁은 웅대하면서 화려하다. 내부의 전각들은 여전히 과거의 찬란함을 간직하고 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1395년 완공한 최초의 정궁으로, 조선왕조 5대 궁궐 중 하나다. 전체 50ha의 대지 위에 지어졌다. 200개가 넘는 전각들은 부귀영화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안타깝게도 1592년 임진왜란 발발로 소실되었다. 1868년에 이르러 다수의 대형 건축물로 구성된 경복궁이 중건되었다. 그 중 근정전은 상당한 규모의 건축물이다. 과거 어좌가 있던 곳이자 왕이 즉위대전을 거행하고 조정을 돌보던 곳이었다. 경회루는 대형 인공호수 위에 지어진 누각으로, 왕이 조정대신과 외국사절단을 초청해 연회를 베풀던 장소였다. 연못 중앙에 위치한 향원정은 왕실이 단독으로 집회를 갖던 곳이었다. 

자경전과 교태전은 각각 대왕대비와 왕비가 거처하던 침전이다. 널리 알려진 자경전의 십장생 굴뚝은 조선왕조시대 가장 아름다운 굴뚝이라 할만 하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보물 제810호로 지정되어 있다. 교태전은 왕비가 생활하던 사적공간으로, 아미산을 향해 있는 담과 후문(後門)이 특히 아름답다. 

이 밖에도 한국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석탑과 석비 다수가 경복궁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국립박물관과 한국민속박물관 또한 궁궐 안에 있다. 이를 통해 조선왕실의 궁궐문화와 전통의 민속생활을 엿볼 수 있다. 봄을 맞이한 경복궁은 진달래 등 봄 꽃들이 만발하여 발산하는 향기로 가득 차고, 상서로움을 전하는 길조들이 궁 이곳 저곳을 날아다닌다. 심신을 쉬게 해주는 평안함은 마치 무릉도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숲 속의 천국-불국사]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조선반도(한반도)로 전해진 불교는 점차 그 기세를 더해갔으며, 오늘날까지도 한국은 많은 사찰을 보유하고 있다. 528년 창건된 불국사는 한국의 많은 사찰 중 역사가 가장 깊은 사찰 중 하나다. 비교적 완전하게 보존되었으며 세계무형문화유산목록에도 등재되어 있다. 

불국사는 경관이 뛰어나고 고요하면서 한적한 산속에 자리잡고 있다. 산 안으로 들어서면 산세를 따라 난 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종루를 지나 다시 30여 분 걸어야 불국사에 도착할 수 있다. 절로 향하는 길을 가득 메운 무성한 나무와 풀, 그리고 굽이진 길이 사찰의 신성하면서도 엄숙한 기운을 배가시킨다. 사찰의 건축물은 정원(院落)식 양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땅의 기복에 따라 높고 낮음이 다르다. 

불국사는 1592년 전화에 의해 소실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수리·복원되었다. 현재 대웅전과 자하문 등의 석조 중 일부만 고대 신라의 것이다. 1500년의 풍파를 이겨내고 여전히 우뚝 서있는 불국사는 한민족의 수준 높은 석조예술을 보여주는 매우 귀중한 보물이다. 

경기도 경기도 내에 위치한 한국의 정원 사진/ VCG

[분재예술의 대표-생각하는 정원] 
제주도에 위치한 생각하는 정원은 한국 유일의 분재전문공원이자 세계 최대 분재공원이기도 하다. 이곳은 번잡한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휴식의 공간이 되었다. 생각하는 정원을 만든 성범원은 두 손과 불굴의 의지력으로 30여 년의 시간을 들여 3만㎡ 면적의 불모지를 생명력 가득한 정원으로 일구어냈다. 그의 분재예술원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분재원’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정원의 수백 종의 온대 및 아열대 식물들과 200여 개의 예술분재들은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범영이 분재 작품마다 써 놓은 설명과 이를 종합한 ‘분재예술 10계명’ 등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는 성범영의 분재예술원이 ‘생각하는 정원’으로 불리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글|창원칭(強文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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