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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소통하는 아시아 문명


2019-07-17      글|장쉐(張雪)

우관중, <홍련(紅蓮)>, 66cm×91cm, 캔버스에 유채, 1997, 중국미술관 소장 사진/중국미술관 제공

“예술은 세계인들의 공용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회는 예술과 문명 간의 훌륭한 대화인 셈이지요.”중국미술관의 우웨이산(吳為山) 관장은 <아시아 문명 합동 전시회(아트전): 대도융통(大道融通)·아시아 예술작품전> 언론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 문명 간 대화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회는 5월 10일 중국 미술관에서 개막해 러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41개국 출신 예술가 120명의 우수 작품 130점을 전시하고 있다.

자갈 자후(인도), <산서(山西)의 기억>, 80cm×100cm, 캔버스에 아크릴, 2014, 중화인민공화국 문화관광부 소장 사진/중국미술관 제공

동양의 멋, 아시아의 미
이번 전시회는 아시아 예술의 운치와 멋을 담은 ‘동양의 사의(東方寫意)’, 아시아 각국 예술가들이 중국의 인문과 자연 풍경을 스케치한 ‘아름다운 중국(美麗中國)’, 중국 예술가들이 아시아 각국을 표현한 ‘남의 아름다움을 찬미한다(美人之美)’ 세 부문으로 나누어 열렸다.

여름이 되면 도처에 연꽃이 피어난다. 역대 중국 문인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아름다운 이상과 염원이 담긴 연꽃이 소재로서 가장 많이 등장한다. 중국미술관 1층의 원형 홀에는 소담스럽게 피어난 연잎을 수묵화로 그린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화가 치바이스(齊白石)의 ‘화평만년(和平萬年)’과 우관중(吳冠中)의 유화 ‘홍련(紅蓮)’이 홀의 분위기를 한껏 화사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동양의 멋’ 전시홀에서는 동방에 위치한 아시아 고유의 매력과 멋을 묘사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연꽃을 뜻하는 중국어 ‘허화(荷花)’의 ‘荷’가 평화롭고 상서롭다는 의미의 글자인 ‘和’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중국 예술가들은 연꽃을 흔히 작품의 소재로 삼곤 한다. 특히 작품에는 연꽃의 고고하고 청아한 자태뿐 아니라 ‘화(和)’를 중시하는 중국 문화의 드넓은 기상과 열린 마음, 남과 더불어 어우러지고자 하는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다.

우 관장은 우관중의 ‘하화(荷花)’가 유화 작품이지만 동양의 멋과 정신을 담고 있고, 사의화(寫意畫)의 형식을 취해 시원한 필치와 녹색·홍색의 강렬한 대비로 연꽃의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중국의 사의 기법과 서양의 사실(寫實) 기법을 동시에 취했기 때문에 중국과 서양 예술의 융합과 문화 간 대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도 덧붙였다.

허하이샤(何海霞), <일본 구노산(久能山) 도쇼궁(東照宮)>, 68cm×63cm, 종이에 수묵으로 채색, 1990, 중국미술관 소장 사진/중국미술관 제공

마수드 아 한(파키스탄), <만리장성>, 75cm×110cm, 묵채·목탄·아크릴염료, 화지(畫紙), 2013, 중화인민공화국 문화관광부 소장 사진/중국미술관 제공

화이부동(和而不同)
전시장에 들어서면 각 나라별 예술가들의 다양한 풍격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다. 때로는 동남아 열대우림에 온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둔황(敦煌) 사막을 천천히 거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진다. 우 관장은 “관람객들은 다른 전시회에서 작품들 간 모종의 공통된 분위기를 발견했겠지만, 우리 전시회에서는 마치 각각의 목소리가 서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중국’ 전시홀에는 아시아 각국의 예술가들이 중국의 인문과 자연 풍경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매 작품에는 각기 다른 문화적 맥락 속에서도 아름답고 활기 넘치는 현대 중국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마음으로 느끼는 중국(意會中國)’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랍연맹 22개국, 남아시아 7개국, 아세안 7개국 등에서 200명 가까운 예술가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아름다운 중국’을 소재로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 중 일부는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중국의 베이징(北京), 안후이(安徽), 저장(浙江), 쓰촨(四川), 산시(山西), 간쑤(甘肅), 닝샤(寧夏), 신장(新疆) 등을 직접 방문해 아이디어를 얻고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완성한 결과물이다. 각각의 예술가들이 얻은 영감이나 취재 과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도 중국이라는 드넓은 대지에 대해 이들이 느꼈던 정서가 각기 다양한 개성으로 표현됐다. 우 관장은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인이 그린 중국’과는 다른, 아시아 예술가들의 눈에 비친 사뭇 다른 형태와 분위기의 중국이 담겨 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남의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전시홀에서는 아시아 각국을 표현한 중국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을 통해 ‘문화적으로 열린’ 현대 중국 예술가들의 시각과 감성을 느낄 수 있다.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외국 여행을 통해 스케치를 하는 중국 예술가들이 극히 적었고, 중국 밖의 정경이나 사물을 그리는 중국 예술가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북미나 일본,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 예술가들이 많아지면서 나라 밖 풍경을 다루는 작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와 개혁개방을 기점으로 해외 문화 교류나 연수에 참가하는 중국 예술가들이 늘어나자 다른 나라의 인문 환경과 자연 환경을 그린 훌륭한 작품들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응우옌 티 마이(베트남), <쥐의 결혼식>, 90cm×240cm, 목판에 생칠, 2011, 중국미술관 소장 사진/중국미술관 제공

아시아에 길을 묻다
아시아는 세계 7대 대륙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인구도 가장 많은 곳이다. 이 광활한 대지에서 화하(華夏) 문명과 고대 인도 문명,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 등이 탄생했다. 상고 시대 때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문명 간 접촉과 교류를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동서양을 관통하는 무역과 문화의 통로가 생겨났다. 실크로드는 아시아의 내부 문명과 유라시아 대륙을 지리적으로 연결해주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문명이 아시아에 한데 모여 어우러지며 서로 배움을 통해 협력과 상행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 때문에 아시아 문화는 본디부터 서로 어우러지려는 특질을 지니게 되었다. 아시아 각국의 문화가 교류하고 접촉하는 가운데 아시아 미술의 장엄한 역사가 이어졌고, 나라마다 고유의 특색을 지닌 민족과 국가 예술이 탄생했다.

한학자로 유명한 인제대학교 박종연 교수는 ‘세계 문명의 시야에서 본 아시아 예술’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구촌 시대에는 개인이든 국가든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또한 2017년 12월 예술의 전당이 중국미술관이 주관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세계미술관 연합’에 가입함으로써 양국의 문명 간 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소개했다. 2018년 12월에는 중국미술관과 예술의 전당이 서울에서 <같고도 다른: 치바이스와의 대화전(展)>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중국미술관은 당시 한국 전시를 통해 중국 최정상 예술가들의 국보급 작품들을 소개해 중국 예술과 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를 더하고 예술적으로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대통령 영부인을 포함한 여러 사회 명사들도 전시장을 찾아 치바이스와 우창숴(吳昌碩), 우웨이산 등 중국 작가들의 작품에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올해 5월 28일부터 양국 미술관의 공동 주최로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전(展)>이 열렸다. 1786년 조선에서 태어난 김정희는 24세에 처음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옹방강(翁方綱), 완원(阮元) 등과 사제 간의 인연을 맺었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김정희는 ‘추사체’를 탄생시켰고, 이후 한국 서예사의 서성(書聖)으로 추대됐다. 김정희와 당시 청나라 문인들은 아시아 문명 간의 대화라는 소재에 가장 적합한 인물들이다. 양국 미술관의 기획자들이 이를 주요 테마로 삼은 것은 양국 미술관 교류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또 한번의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70년 간 중국이 인민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면, 향후 신시대에는 더 나아가 세계와의 대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펼쳐질 중국과 세계 각국의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문명은 교류를 통해 다채로워지고, 배움을 통해 풍성해진다. “중국 예술가들의 교류와 결합은 ‘길을 묻곤’ 했던 중국인들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세계에 길을 묻고, 서로서로 길을 물으며 함께 배워가는 것이 세계에 중국인들이 보내는 신호이자 가치관인 동시에 세계에 내놓는 중국의 아름다움이다.” 우 관장은 전시회 개막 전 열린 언론발표회에서 중국 예술가들이 세계와 대화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문명은 다채롭고, 평등하며, 포용적이다. 사람들은 아시아의 훌륭한 예술작품을 통해 아시아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 세계와 평화 발전에 대한 이들의 염원을 읽을 수 있다. 또한 문명은 물과 같아 소리 없이 만물을 적신다(文明如水, 潤物無聲).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아시아인들이 다시금 서로를 발견하고 한층 활발히 소통하여 지금보다 더욱 힘차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글|장쉐(張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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