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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안보를 통해 본 中韓관계 전망


2019-06-26      글|스중젠(石鐘劍)

최근 몇년 간, 중국정부는 중한 양국의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중한협력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사진은 장쑤성 옌청에 위치해 있는 중한(옌칭)산업단지 기획전시관 모습

중국과 한국은 예로부터 문화적으로 가깝고 인적 교류도 빈번했던 이웃국가다. 특히 20세기 들어서는 민족 해방을 위해 함께 싸우며 혁명을 통해 깊은 우정을 맺었다. 상하이(上海)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바로 그러한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임시정부는 지금도 소중한 역사의 흔적은 물론 양국 국민들이 함께 손잡고 추구했던 이상을 후대에 전하고 있다.

올해로 양국은 수교 27주년을 맞이했다. 불확실한 국제 환경과 지역 정세에 맞닥뜨린 지금, 오랜 세월 쌓아온 우정을 바탕으로 신시대 중한 관계의 새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양국의 어깨에 달려 있다.

양국 경제협력의 밝은 전망
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경제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양국의 무역액은 1992년 50억 달러에서 2017년 2802억6000만 달러로 증가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파트너이자 최대 수출입시장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현재 중국의 3대 무역파트너이다.

양국의 경제협력은 승승장구하는 무역뿐 아니라 FTA, 투자, 기술혁신, 지방 경협 등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15년 12월 20일, 중한 FTA 발효로 양자 무역의 신 시대가 열렸다. 2018년 3월에는 다시 투자제한을 완화하고 서비스 무역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FTA 서비스 투자 후속 협상이 개시, 양국 경제협력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외국기업 투자 환경 개선 조치로 중한 협력의 편의성도 제고되고 있다. 2017년 12월 중국 국무원은 장쑤(江蘇)성 옌청(鹽城),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에 ‘중한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승인했다. 이후 2018년 6월 12일 중한(옌청)산업단지, 중한(옌타이)산업단지,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에서 동시에 개소식 행사가 개최됐다. 세 곳의 산업단지는 앞으로 중한 투자·무역 편의화를 위한 개혁 가속화와 행정심사제도·행정집행체제 개혁 심화 등을 통해 사업 유치와 입주기업 발전에 더 나은 제도적 환경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중한 경제협력은 날로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 글로벌 국가 간 투자가 19%나 감소한 상황에서도 중국의 실질사용외자(FDI)는 3%나 증가하는 등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 해 실질사용외자 1360억 달러 가운데 한국의 대중 투자액은 무려 24.1%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중국이 시장진입전 내국민대우와 네거티브 리스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외상투자법>을 발표하면서부터는 시장 개방 범위가 금융산업으로까지확대되어 중한 간 경제협력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됐다.

양국은 다자협력과 지역협력 및 저개발 지역 협력에서도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아세안+3(중·일·한) 정상회의와 APEC 등 다자 협력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 중국이 창설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적극 관심을 보이며 57개 창립회원국 가운데 이름을 올렸다.
2012년 11월 20일 중국, 일본, 한국이 중·일·한 FTA협상을 개시한 이래 현재까지 15차례의 공식 협상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행태로 인한 국제 경기변동 속에서 미국 고율 관세의 피해자인 3국은 중·일·한 FTA협상의 목표를 한층 더 일치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중·미가 무역 마찰을 일단락 지은 이때 중·한 양국은 지역 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관계 수립과 중·일·한 FTA 협상 타결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여 자국 발전에 안정되고 건전한 외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한 간에는 새로운 기회가 다가왔다.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발표했고, 2017년 말 중국 국빈방문 당시 한국의 신북방·신남방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연계를 강화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양국의 4대 협력안과 함께 한국과 일대일로 사업 연계, 남북한 연결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연결해 중국·몽골·러시아를 하나로 묶는 경제회랑 조성, 유라시아 대륙 육·해·공 교통인프라 확립, 제3시장 공동 진출과 인프라 설립, 역내 무역투자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을 제안했다. 이처럼 중·한 경제협력은 점점 더 양자 협력의 범위를 넘어서 지역과 세계경제의 안정과 번영에 새로운 동력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전략적 상호신뢰 구축이 과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국에서 활동했던 시간은 양국 국민이 함께 투쟁했던 과거이기도 하면서 현재의 국제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당시 긴밀했던 양국의 정치·군사적 협력은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패전 이후 도래한 냉전은 중·한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 냉전은 조선반도(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중국과 한국 간 공식 왕래를 40년 가까이 단절시켜 놓았으며, 역내 강국들 간의 세력 다툼과 역사 문제, 현실 이익 등이 복잡하게 얽혀 동북아시아는 한동안 세계 정세에서 눈에 띄지 않는 지역으로 밀려나 있었다. 

1992년 중·한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경제와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반면 정치나 안보에서는 이와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역안보 문제 상의 견해 차이로 조선반도 문제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정적으로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한 관계는 한때 급속히 냉각됐다. 그러나 2017년 10월, 다행히 양국이 사드 문제의 원만한 해결에 대해 포괄적인 합의를 이루고 같은 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후 첫 국빈 방문을 한 이래 양국 관계는 지금까지도 힘겨운 복원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2018년에는 조선반도 정세에 중대한 전환점이 나타났다. 연초 남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조선(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도 성사되고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도 이뤄졌다. 중·조(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조선반도 정세의 평화와 안정 방침을 재확인하고 조선반도 비핵화 입장을 추구하기로 했다. 순식간에 조선반도 평화의 윤곽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2019년 조선반도 정세에는 다시 뿌연 안개가 드리워졌다.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2차 조·미 회담이 개최되었지만 협상은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되고 말았다. 이는 안보와 정치 영역에서 양국의 신뢰 프로세스 부족을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중·한 양국은 물론 조선반도 문제의 이해당사자들은 우선 전략적 상호신뢰 구축을 위한 새로운 프로세스 마련에 나서야 한다. 경제나 인문 교류에 비해 정치나 안보 영역의 협력은 신뢰 차원에서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향후 유사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역내 국가가 다른 국가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가 간 신뢰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면, 서로의 충돌지점이 줄어들 것이고 상호 간 이견과 갈등도 더욱 수월하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중·한 양국과 동북아 국가들 간 전략적 상호신뢰 체제 구축의 첫걸음은 바로 공동의 안보의식 수립이다. 현재 동북아 지역에는 6자 회담,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회의(CSCAP), 동아시아 서밋 등 다수의 안보대화체제가 존재한다. 중·한 양국은 이러한 체제와 틀을 잘 활용하여 역내 국가 간 공동 안보관과 집단 정체성 형성을 위해 힘을 모아 보다 제도화되고 장기적인 안보 협력을 수행하여 소위 ‘동아시아 안보 딜레마’라든지 ‘동아시아 패러독스’의 한계를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중·한 양국은 조선반도 급변사태 비상관리체제를 수립하여 각 세력들이 적절한 공조를 통해 조선반도 정세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련 당사자들은 비상관리체제 하의 협력 모델을 제대로 준수하고 조선반도 급변사태의 일방적 해결이 아닌 공동 해결을 추구하며 이를 관리 가능한 범주에 포함시켜야만 조선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도 비로소 보장될수 있을 것이다.

글|스중젠(石鐘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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