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개최된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한국관은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천젠(陳建)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한국의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은 양국이 각자 발전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핵심 정책이다. 세계 자유무역체계를 수호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에 적극 참여하고자 하는 양국의 공통된 목표가 담겨 있으며, 적극적인 국제협력 참여를 통해 평화발전과 호혜상생을 이룩한다는 데 그 본질이 있다.
한국 부산에서 온 중해안제사호(中海安第斯號) 화물선이 칭다오(靑島)보세항구 부두에서 화물을 내리고 있다. 현재 산둥(山東)성 칭다오(青島)옌타이(煙臺)웨이하이(威海), 르자오(日照) 등 항구에서는 한국으로 오고 가는 여객선 및 화물선이 다수 취항 중이다. 사진/ XINHUA
명운을 함께하는 동아시아 문명국
중국과 한국은 서로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문화적 공통점이 많은 이웃국가이다. ‘한류(韓流)’는 중국에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고, 한국에서도 ‘한풍(漢風)’이 점점 거세게 불고 있다. 양국 모두 유교문화에 기반한 동아시아 문명국으로서 그 안에 깊이 뿌리내린 동양문화는 양국의 공통된 문화적 유전자를 이루며 수천 년 간 이어져 왔다. 이런 문화적 동질성과 문화적 소통 덕분인지 양국은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친근감을 지니게 됐다.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지역 중 하나다. ‘21세기 세계 3대 경제 중심’이라 불리는 북미, 유럽연합, 동아시아 가운데에서도 동아시아는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르고 높은 잠재력을 지닌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과 한국 간 무역도 활발하다. 중국해관(세관) 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한 간 무역액은 3134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8%가 증가했고, 이 가운데 대(對)한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5.9% 증가한 1087억9000만 달러, 대한국 수입액은 15.3% 증가한 2046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파트너이자 수입원천국이면서 수출대상국이다. 한국은 중국의 3대 무역파트너이자 최대 수입원천국이면서 3대 수출대상국이다.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한국관의 모습 사진/ 천젠
동아시아에 자리잡은 두 나라는 모두 외부 환경의 도전적 요인에 의해 경제 성장이 좌우되는 운명을 타고 났다. 세계는 지금 경기 하강과 회복 부진,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있다. 글로벌화의 제도적 기반이 무너지고 규범이 깨졌으며, 무역자유화도 저항에 부딪히면서 세계 경제성장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경제 글로벌화의 주요 참여자이자 수혜자인 중국과 한국은 반(反)글로벌화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점점 더 냉혹해지는 외부 환경과 눈에 띄게 고조되는 리스크에 미래 성장을 위협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이 대거 부상하면서 세계 경제는 ‘동승서강(東升西降)’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국제질서와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양자정보과학 등으로 대표되는 눈부신 기술발전은 인류의 생산방식과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고, 세계 정세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이처럼 ‘100년 만에 찾아온 대변혁’을 눈앞에 두고 각자의 내부 사정에 걸맞은 발전의 길을 부단히 모색하는 중이다.
중국의 꿈, 세계의 꿈
<논어>에는 ‘큰 도가 행해지면 천하를 모두 향유하게 된다(大道之行也, 天下為公)’는 말이 있다. 즉, 유교에서는 ‘천하대동(天下大同)’을 최고의 가치로 보는 것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국빈방문 시 베이징(北京)대학교 연설에서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이다. 중국몽(中國夢)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이 중국의 꿈인 동시에 세계의 꿈이라는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또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견지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말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문명의 뿌리와 세계를 보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기에 양국 간에는 이처럼 높은 수준의 공감대가 이뤄질 수 있었다.
한편,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일대일로’ 구상이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은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순방 시 각각 처음으로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 협력 구상을 제시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수출을 확대하고 대외개방을 심화하여 육-해, 국내-국외, 동-서를 연결하는 양방향 개방 구도를 조성한다. 나아가 중국 서부지역 개발의 말단 경계지역을 개방의 최전선으로 변모시켜 중국의 지역 공동발전을 이끌고 보다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
일대일로 참여국에도 이점이 많다. 일대일로에서 추구하는 ‘공상(共商)·공건(共建)·공유(共享)’의 원칙에 따라 각국은 호혜협력을 확대하고 개방·포용·균형·보편적 혜택이 적용되는 지역 경제협력의 틀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다.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이 따라오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6년 간 일대일로 사업은 ‘정책소통(溝通), 시설연통(聯通), 무역창통(暢通), 자금융통(融通), 민심상통(相通)’이라는 ‘5통’ 부문에서 수많은 성과를 냈다. 또 ‘중-몽골-러시아, 중국횡단철도(TCR),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국제경제협력회랑’을 뜻하는 ‘6랑’과 ‘철도, 도로, 수로, 공로(空路), 관로(管路), 정보고속도로의 호연호통(互聯互通) 네트워크’를 뜻하는 ‘6로’ 인프라도 탄탄히 다져지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은 ‘평화, 번역, 개방, 녹색, 혁신,문명’을 목표로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 ‘5통’에서 ‘6로’까지 초기 밑그림에서 세부적인 계획으로 점차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맞설 다양한 성장 방안을 모색 중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와 아세안에서 각각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제안했다. 신북방정책은 소규모의 다자간 협력으로 극동지역을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으로 통하는 관문을 열어젖혀 ‘동북아 책임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협력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핵심은 바로 러시아와의 협력이다. 신남방정책은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 구상을 골자로 하며, 한국과 아세안 간의 미래공동체 구축이 핵심이다.
각각의 정책을 살펴보면 신북방정책과 실크로드 경제벨트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있고, 신남방정책과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간에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신북방·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 간 연계를 추진하자고 밝힌 바 있다. 작년 4월에는 ‘신북방정책·신남방정책과 중국 일대일로의 전략적 연계’라는 정책보고서를 통해 ‘동아시아 책임공동체’와 ‘조선반도(한반도) 신(新) 경제지도’를 비롯해 남북시장의 궁극적인 통일에 대한 구상을 상세하고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와 중국-몽골-러시아경제회랑 관련 사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 한국은 이미 일대일로 사업 협력에 필요한 견고한 기반을 갖춰놓고 있는 셈이다.
정치적 신뢰와 상생협력을 위한‘셈법’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서로 늘 그 자리에 있는 이웃이자 자연적인 파트너 관계”라고 묘사한 바 있다. 양국은 경제성장 활성화와 보호무역주의 배격,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추진, 다자무역 및 역내무역 자유화, 기술협력 강화를 비롯해 일대일로 공동 건설 면에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양국은 먼저 상호 신뢰를 더해야 한다. 신뢰는 모든 양국 협력의 기초이며, 정치적 신뢰는 경제적 협력의 밑바탕이 된다.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고 정치적 신뢰를 지켜나가며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소통과 협의를 늘려야 한다. 양국 간의 신뢰를 동아시아 지역 신뢰 구축의 모범사례로 삼고, 지역 내 상호신뢰 구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일대일로 사업과 신북방·신남방정책 참여국 수를 늘리고 제도적인 신뢰보장체계를 만들어 지역 안정과 안보, 발전과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
양국은 상호 경쟁적 요소를 덜어야 한다. 무역통상에서 양국은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한다. 일대일로와 신북방·신남방정책은 서로 보완적인 면도 있지만 중복되는 면도 있어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협력 속의 경쟁’과 ‘경쟁 속의 협력’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먼저 협력을 전제로 개방적인 지역협력 정신을 발휘하여 협력의 분야를 더욱 넓혀야 하고, 자유무역체계와 개방형 경제를 수호하면서 각자의 이익과 관심사를 고려해 공동의 이익과 협력의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지혜와 아이디어를 발휘하고 ‘제로섬’ 대신 ‘상생’의 묘안을 찾아 서로의 강점과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곱셈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지난 3월, 이탈리아가 G7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 참여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150개가 넘는 국가 및 국제기구가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 합의서를 체결하며 일대일로 참여 주체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자연적인 협력파트너’로서 협력을 가속화하고 양국 간 발전 연계를 위한 ‘5통’ 추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양국 고위층 간 큰 틀에서의 소통과 실무적인 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은 호연호통을 강화하고 유라시아 대륙의 육·해·공 교통과 운송체계를 보다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 무역과 금융 등에서도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문화·교육·과학·보건,생태문명과 싱크탱크 교류를 활성화하여 민심이 서로 통하게 해야 한다. 제3국 시장에서의 협력과 함께 지역 내 무역투자 활성화를 통해 중한 FTA를 내실화하고, 양국 기업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무역과 투자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견에 대해서는 나눗셈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견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토론과 협의이다. 양국은 역사와 지역, 중한 관계, 양국 국민에 대한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중한 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일대일로는 전에 없던 새로운 구상인 데 반해 신북방·신남방정책은 한국에서 추진하던 국가발전전략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협력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다만 서로가 공동협의, 공동건설, 공동향유의 원칙을 견지한다면 이견은 줄이는 대신 협력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양국은 일대일로와 신북방·신남방정책이 경제 글로벌화 흐름에 가장 걸맞은 국제협력모델로 자리잡아 양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의 개최는 양국의 협력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양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높은 차원의 협력과 발전을 촉진하고 협력의 풍성한 결실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