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칼럼 >> 본문

화수은화(火樹銀花), 명절 꽃등 아래 연인과의 포옹


2023-02-04      글| 장샤오솨이(張曉帥)

 


고사성어 ‘화수은화’ 라는 말을 ‘화수’가 뭔지 ‘은화’가 뭔지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이 고사성어의 기원은 중국의 중요한 명절인 원소절(元宵節)과 관계가 있다. 중국에서 춘제(春節, 음력 설)의 기쁨은 정월 보름인 원소절까지 이어진다. 원석(元夕), 상원절(上元節)이라고도 하는 원소절에는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롱을 달고 오색천으로 장식하며 불꽃놀이를 하면서 명절을 축하한다. 나무에 꽃등이 걸려 있는 모습은 멀리서 보면 불이 붙은 ‘화수’같고, 허공에 불꽃이 터지고 꽃등의 빛이 더해지면 마치 아름다운 ‘은화’ 꽃송이가 송이송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등불과 불꽃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묘사한 ‘화수은화’는 수천 년 역사가 있다.


가장 중국스러운 ‘밸런타인데이’

당나라 시인 소미도(蘇味道)는 <정월십오야(正月十五夜)>에서 “화수은화합, 성교철쇄개. 암진수마거, 명월축인래. 유기개농이, 행가진락매. 금오불금야, 옥루막상최(火樹銀花合, 星橋鐵鎖開. 暗塵隨馬去, 明月逐人來. 遊伎皆秾李, 行歌盡落梅. 金吾不禁夜, 玉漏莫相催.)”라고 했다.


이 시는 정월 대보름 낙양성(洛陽城)의 명절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고사성어 ‘화수은화’도 여기서 나왔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당(大唐) 신룡(神龍) 원년 원소절 밤, 신도(神都) 낙양에 오색 찬란한 등불이 쭉 걸려 있는 모습이 마치 천상의 거리 같다. 산 모양으로 만든 높이 30여 m의 천막에, 60여 m에 달하는 거대한 등롱대 모두 오색 실크로 만들고 심지어 금과 옥으로 장식했다. 등롱대 하나에 5만개의 꽃등을 달 수 있다. 각양각색의 꽃등이 가득한 거리 사이를 사람들이 즐겁게 거닌다. 명절이 너무 즐거운 나머지 금오시위는 야간 통행금지를 취소해 사람들은 마음껏 즐긴다. 이 시는 낙양성 안의 생동감 넘치고 북적이는 명절 분위기를 묘사하고 삶의 정취가 가득하며 중국인이 바라는 ‘국태민안’의 아름다운 염원을 표현했다.


원소절을 가장 중국스러운 밸런타인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칠석과 비교하면 원소절에 하는 약속은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적 관습으로 자리잡았다. 송나라 시인 구양수(歐陽修)는 “월상류초두, 인약황혼후(月上柳梢頭, 人約黃昏後)”라고 했다. 원소절 밤, 달이 갓 버드나무 가지 끝을 넘어 황혼이 되면 소년소녀들이 집에서 나와 연인과 꽃등 아래서 낭만적인 만남을 가진다. 사인(詞人) 신기질(辛棄疾)은 “동풍야방화천수. 갱취락, 성여우(東風夜放花千樹. 更吹落, 星如雨)”라고 원소절의 ‘화수은화’ 장면을 묘사하면서 “중리심타천백도, 맥연회수, 나인각재, 등화란산처(眾裏尋他千百度, 驀然回首, 那人卻在, 燈火闌珊處)”라고 했다. 사인이 등불 속에서 ‘그녀’를 수없이 찾다 문득 고개를 돌렸다가 등불이 있는 곳에서 ‘그녀’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원소절도 연인들이 약속하기 좋은 날이다. 등불이 반짝이는 밤에 산책을 하고 하늘에 달린 불꽃을 보며 소원을 빌고 등롱에 있는 수수께끼를 푸는 시등미(猜燈謎)를 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동시에 심오한 중화 문화를 즐기는 것이 원소절의 독특한 매력이다.


타철화(打鐵花), 진정한 ‘화수은화’

원소절 풍습은 뇨화등(鬧花燈, 등불행사), 채고교(踩高蹺, 나무 막대기를 발 밑에 묶고 노래나 춤추기), 흘원소(吃元宵, 정월 대보름에 전통음식인 원소를 먹는다), 무사자(舞獅子, 사자춤), 시등미 등 많다. 산시(山西)와 허난(河南) 일대의 풍습인 타철화는 이 지역의 독특한 민간예술로 중국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명단에 등재됐다.


타철화는 이름 그대로 철이 뿜어내는 ‘꽃’이다. 타철화는 대규모 민간 전통 불꽃놀이로 수천 년 역사를 지닌 고대 장인들이 노동을 하면서 발견한 표현 예술이다. 타철화는 황허(黃河) 중·하류 유역인 허난과 산시에서 가장 유행했다. 장인들의 제사에서 시작된 이 활동은 타철화 의식을 통해 한 해의 평안과 사업 번창을 기원했다. ‘화’와 ‘파(發)’는 발음이 비슷해 민간에서 ‘타화를 할수록 발전한다’는 뜻으로 쓰이면서 사업 번창을 상징하게 됐다.


타철화 공연은 매우 웅장하다. 넓은 공터에 무대를 만들고 위에 불꽃 폭죽을 달아 놓는다. 무대 중간에 6m 높이의 노간(老桿)을 세운 다음 옆에 철을 녹일 용광로를 설치한다. 공연자는 교대로 전용 방망이로 고온의 녹인 철을 때려 수십 미터 높이의 철화를 만들고 날아간 철화가 다시 폭죽을 점화해 폭죽이 터지는 등 다양한 형태로 공연한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자극적이고 떠들썩하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든다. 녹인 철이 마치 꽃송이가 툭툭 터지듯 흩어지면 금색과 은색 철화가 나무 아래로 춤을 추듯 쏟아져 진정한 ‘화수은화’를 이룬다.


중국을 방문한다면 원소절에 허난과 산시 일대에서 타철화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다. 붉은색 녹은 철이 ‘은화’가 되어 밤하늘에 날리면서 정월 대보름의 달빛과 어우러진다. ‘화수은화’가 찬란하게 빛나는 밤, 타철화의 뜨거운 열기에 흠뻑 빠질 수도 있고, 연인과 ‘월상류초두, 인약황혼후’를 해 명절의 아름다운 축복 속에서 새로운 한 해의 평안과 더 나은 삶을 빌 수도 있다. 

 

글| 장샤오솨이(張曉帥)

240

< >
W020230110370474269248.jpg

2023년 토끼 해, ‘兔(突)然發財’를 기원하며

중국에서는 상대방의 나이가 궁금할 때 대놓고 몇 살이냐고 묻기보다는 띠를 물을 때가 많다.

읽기 원문>>

한국의 띠 문화

어느덧 또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설맞이 상품이 가득해 사람들이 무엇을 고를지 애를 먹을 정도다.

읽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