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2
필자가 거주하는 단지의 주차장 벽 한쪽에 전기차용 충전대가 있다. 원래 수가 많지 않았던 충전대는 현재 일렬로 줄 지어 서있고, 전기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주차장에 무슨 공사를 시작한다면 대부분 충전대를 증설하고 새로운 전선을 끌어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동시에 가장 큰 판매국이다. 최근 3년 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 신에너지차 생산국이자 판매국이 됐다. 판매량으로 봤을 때 2020년 135만대였던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2021년 배로 뛰어 351만대, 2022년 1~11월에는 606만7000대를 기록했다. 그중 11월 한 달에만 78만6000대가 판매돼 2022년 연간 판매량 650만대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0년 대비 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최근 2년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신에너지차 생산 판매량은 감소하지 않았다. 왜 유독 신에너지차만 상승세를 보이고 중국에서 이렇게 빨리 발전하는지, 중국의 신에너지차 산업을 분석하면 중국 자동차의 특징과 중국 경제의 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서울의 한 주차장에 전기차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VCG
신에너지차, 대세를 거스르고 성장한 핵심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판매국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이 둔화 조짐이 나타날 때 중국의 성장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일본 자동차공업2022> 보고서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2019년 6717만5000대에서 2021년의 5705만4000대로 감소해 15.06% 줄었다. 같은 시기 미국, 유럽, 한국, 일본에서도 감소세가 나타났고 앞으로도 2019년의 규모 이상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의 상황은 매우 특수해 3년 동안 기존의 생산량을 유지했다. 이는 세계 전체와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 및 지역과 비교해도 드문 경우다.
자동차 생산량 감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발전 둔화, 연료차 자체 기술 혁신 정체, 독점 경쟁 단계로 진입한 연료차 기업의 융통성 없는 가격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 등과 관계가 있다. 자동차의 새로운 혁신은 에너지 전환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자동차시장이 비교적 큰 생산 판매량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신에너지차 개발, 생산, 마케팅을 중요시한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처럼 신에너지차 생산과 판매에 열심인 나라는 없고, 성공적인 신에너지차 시장 개척으로 2019년 중국 자동차 시장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바꿔 말하면,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2배, 4배로 증가하지 않고 세계 평균 수준과 같았다면 2021년 자동차 생산 판매량의 두 자릿수 감소는 지극히 정상적이었을 것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더 깊이 살펴보면 필자는 지난 3년 동안 유럽, 미국, 한국, 일본이 신에너지차 분야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테슬라 외에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제품을 내놓지 않았고, 기존 연료차의 우위를 잃는 상황에서 시장을 보충할 만한 신에너지차 제품이 부족해 쇠락세가 나타났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일부 국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수소 전기차도 신에너지차 범위에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많은 지방정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를 신에너지차로 간주하지 않고, 이들 차 역시 2035년 이후 판매금지 범위에 포함시켰다. 본 글에서 말하는 신에너지차는 순수 전기차만 가리킨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국이자 판매 시장인 중국이 자동차 발전 방향을 신에너지차로 전환하자 중국 자체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고, 전세계에 대한 영향도 자연히 매우 커졌다.
‘개방형’ 생산, 신에너지차에 ‘가속’
자동차가 연료 위주에서 전기쪽으로 에너지 전환이 일어난 이유는 신기술 혁신이 일사불란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잘 알고 있는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계열화’된 생산 특징이 있다. 그들은 ‘개선’을 거듭해 일본에서 자동차 생산은 점진적으로 완성해 나가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즉 완성차 공장 아래에 시스템 공급업체가 있고, 그 아래 센서, 반도체, 각종 부품 및 원자재 업체가 있는 식이다.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은 경쟁을 통해 자체 생산시스템을 거듭 개선해 수출에서 다른 나라 기업보다 경쟁우위를 점하게 됐고 판매에서도 꾸준히 실적을 내어 세계 각지에서 시장점유율을 끊임없이 확대했다.
반면 신에너지차의 생산 시스템은 기존 연료차와 큰 차이가 있어 현재 중국도 계속 만들고, 보완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는 수직적인 ‘계열’이 없고 수평적인 분업이 강조되며 신시대의 최신 기술과 부분적인 최적의 생산방식이 계속 포함되고 있다.
중국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신에너지차 생산은 인터넷, 통신, 클라우드 서비스, 반도체칩, 센서, 완성차 공장, 완성차 공장 OEM 업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일본 자동차의 생산방식인 ‘계열화’ 모델은 비율이 낮은 일부분일 뿐이며, 개방된 형태의 자원, 자본, 기술의 결합이 훨씬 많다. 만약 자동차를 ‘계열’에 따라 기업그룹으로 만들어 모든 기술을 기업 내부에서 연구개발, 시험생산, 양산, 시장마케팅을 진행한다면, 신에너지차의 업그레이드 주기가 느려져 신에너지차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중국 자동차기업이 보유한 신에너지차 차종을 살펴보면, 비야디(比亞迪, BYD)가 2020년 9월 기준 9종, 2021년 15종, 2022년 19종이었다. 상하이GM우링(五菱)은 3년간 1종, 3종, 5종이었다. 중국의 다른 신에너지차 기업도 2022년에 여러 차종을 보유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미국 테슬라의 경우 현재 차종이 4종에 불과하고 새로운 차종이 적다. 일본, 유럽 등 국가의 신에너지차는 차종면에서 중국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는 더더욱 어렵다.
새로운 차종의 대량 출시는 중국의 신에너지차가 설계, 시험생산, 공식생산 등 각 분야에서 가장 시장 친화적인 활력을 갖게 했다.
중일한 새 협력의 교차점
한국과 일본은 전세계 시장의 주요 연료차 생산국으로, 특히 중국에서 중국기업과 대규모 협력을 진행한지 10여 년에서 2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기업이 전환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세 나라의 신에너지차 분야의 협력 전망은 밝다.
신에너지차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전기제어 시스템의 경우, 핵심기술인 반도체칩은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 세계 강국이고, 특히 한국은 디스플레이 패널과 메모리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의 웨이퍼 업체와 패킹 테스트 업체는 협력할 한국, 일본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신에너지차 배터리 연구·개발(R&D)과 생산, 자율주행 등에 대량 사용되는 이미지 처리 기술, 통신 기술 등에서 3국은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생산 및 시장 개척 분야는 중국기업이 한 걸음 앞선 상태로 한국과 일본 기업은 관련 기술이 떨어지지는 않으나 국가 정책이 아직 확실하게 전환되지 않아 연료차 관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동차 시장도 여전히 연료차에 머물러 있어 한국과 일본 기업은 이익이 나는 기존 시장에 머물러 있다. 경영 측면에서 봤을 때 이는 괜찮은 선택이다.
몇 년 뒤, 신에너지차 상황에 큰 변화가 생긴다면 한국과 일본기업도 신에너지차 생산을 확대하고 선행 국가인 중국 기업과의 협력도 더 큰 규모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3국의 자동차 분야의 협력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글|천옌(陳言), 현재 일본기업(중국)연구원 집행원장, 중국 정치 및 국제정치, 산업경제, 일본문제 등 분야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