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상대방의 나이가 궁금할 때 대놓고 몇 살이냐고 묻기보다는 띠를 물을 때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띠 궁합을 볼 정도로 띠 문화가 발달했지만, 사실 우리나라보다 띠 문화가 더 발달한 게 중국이며, 우리나라 띠 문화도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지나면,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도래한다.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다. 계(癸)는 오행상 수(水)이며 검은색이다. 풍수지리에서는 재물을 뜻한다. 그래서 중국 농촌에는 예로부터‘黑兔來送財, 黃牛起不來’는 말도 있다. 직역하면 검은 토끼가 재물을 가져오니 황소가 일어나질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황소도 일이 고되어 힘들어할 정도로 검은 토끼해에는 농민들이 풍성한 수확을 거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3년 토끼해를 맞이해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기원하는 마음은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 시내 번화한 쇼핑거리에 10m 높이의 거꾸로 서있는 거대한 토끼 모형상도 등장했다. 중국어로 ‘거꾸로’를 뜻하는 다오(倒)와 도착했다는 뜻의 다오(到)가 발음이 같아, 거꾸로 서있는 토끼상으로 토끼해가 왔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중국인이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 복이 오길 기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에서 띠 문화는 이미 기업들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도 자리잡았다. 2023년을 앞두고 중국에선 벌써부터 토끼해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중국의 명주(名酒) 마오타이(茅台)는 매년 띠 마케팅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명주 수집가들 사이에서 마오타이의 십이지간 주류 시리즈는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22년 초 선보였던 호랑이해 생초주(生肖酒, 십이지간 기념주)는 출시되자마자 한 병에 2499위안(약 46만원) 짜리가 며칠 만에 가격이 갑절로 뛰었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2023년 초에도 토끼해 기념 생초주를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미 온라인에서 마오타이의 토끼해 생초주 제품 사진이 유출됐을 정도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글로벌 기업들도 토끼해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 코치는 2023년 토끼해를 맞이해 중국의 전통 사탕회사 다바이투(大白兎)와 손잡았다. 다바이투, 커다란 흰토끼란 뜻으로, 60여 년 역사의 상하이 전통 사탕 브랜드다. 코치는 다바이투와 콜라보 마케팅으로 토끼 로고를 새긴 30여 종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글로벌 완구 브랜드 레고도 매년 춘제(春節, 음력 설)를 기념하는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3년에도 토끼해를 맞이해 토끼 모형을 싣고 설 퍼레이드를 하는 화차(花車)를 컨셉으로 하는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버버리, 랑방, 보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도 토끼 문양을 새긴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토끼해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한국 제과브랜드 오리온도 중국 시장을 겨냥한 토끼해 초코파이 신제품을 출시했다. 토끼와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인 당근을 아이디어로 해서 만든 새해 한정판 사과당근맛 초코파이가 그것. 필자도 토끼해 행운을 기원하며 한 박스 사보려고 중국 온라인쇼핑몰을 찾아봤더니, 이미 재고가 떨어져 구매하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한다.

매년 새해를 앞두고 사람들은 소망을 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고 부자가 되고 꿈을 이루길 바란다. 2023년에는 이러한 소망을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토끼 토(兔)’한자를 넣어 살짝 개조한 사자성어로 바꿔볼까 한다. 벼락부자가 된다는 뜻의‘兔(突)然發財’나 ‘앞날이 창창하다’는 뜻의‘錢兔(前途）無憂’, 혹은‘원대한 포부를 펼치다’는 뜻의‘大展宏兔(圖）’도 괜찮을 것 같다. 

글｜배인선,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