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0
중국에서 지난 한 해와 이별을 고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기에 가장 적합한 성어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구영신’ 만한 말은 없을 것이다. 송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 왕안석은 <원일(元日)>에서 “폭중성중일세제, 춘풍송난입도소. 천문만호동동일, 총파신도환구부(爆竹聲中一歲除, 春風送暖入屠蘇. 千門萬戶曈曈日, 總把新桃換舊符)”라고 했다. 여기서 ‘총파신도환구부’란 복숭아나무 새 부적을 낡은 것과 바꿔 단다는 뜻으로 사구영신, 즉 송구영신의 뜻이다. 중국인은 새해를 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는 전환점으로 삼았다. 사구(辭舊)는 과거와 이별을 고한다는 뜻으로 지난 한 해가 아무리 바쁘고 피곤했어도 새해가 되면 과거에 이별을 고해야 한다. 영신(迎新)은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와 축복을 나타내며 아름다운 소망을 담은 것이다.
‘녠(年)’의 유래와 전설
중국에는 ‘궈녠(過年)’이라는 말에 관한 전설이 있다. 옛날에 ‘녠’이라는 머리에 뿔이 있고 성격이 포악한 괴물이 있었다. ‘녠’은 일년 내내 깊은 바다에서 꼼짝도 안하다가 섣달 그믐이 되면 육지로 올라와 가축을 잡아먹고 인명 피해를 냈다. 그래서 해마다 이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녠’을 피하기 위해 노인, 아이들을 데리고 깊은 산속으로 숨었다. 어느 해 섣달 그믐날, 마을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노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피난을 준비했다. 그때 마을로 거지 노인이 찾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피난으로 바빠 이 거지 노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마을 동쪽 끝에 사는 한 할머니만이 거지 노인에게 음식을 주면서 괴물 ‘녠’이 곧 나타나니 어서 산으로 피하라고 했다. 그러자 거지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제가 이 집에서 하룻밤 머물게 해주면 ‘녠’이라는 괴물을 쫓아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그러라고 하고 자신은 산으로 피했다.
그날 밤, 어김없이 ‘녠’이 마을로 찾아왔다. ‘녠’은 마을 분위기가 예전과 다른 것을 느꼈다. 마을 동쪽 끝에 있는 할머니의 집 대문에 붉은색 종이가 붙어있고 집안이 온통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녠’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문 앞이 가까워지자 집안에서 갑자기 ‘펑펑 탁탁’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녠’은 소름이 확 돋아 안으로 쳐들어갈 수가 없었다. 원래 ‘녠’은 붉은색과 불빛, 시끄러운 소리를 제일 무서워했다. 바로 그때, 대문이 활짝 열리고 붉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하하 웃으며 서 있었다.
‘녠’은 깜짝 놀라 후다닥 도망쳤다. 다음날, 정월 초하루가 되자 피난갔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와 멀쩡한 마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할머니의 집 대문에는 붉은 종이가 붙어 있고 마당에서는 아직 다 타지 않은 대나무가 ‘탁탁’ 거리며 타고 있었다. 거의 다 탄 붉은 초가 아직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소식은 주변 마을에 빠르게 퍼졌고 사람들은 괴물을 쫓는 방법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해마다 섣달 그믐이 되면 집집마다 붉은색 종이를 붙이고 폭죽을 터뜨렸다. 또한 집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까치설을 쇘다. 이 풍습은 널리널리 퍼져 중국 민간에서 가장 성대한 전통 명절로 자리잡았다.
다채로운 사구영신 방법
중국인은 춘제(春節, 음력 설)가 새해의 시작이고 일년 중 가장 성대한 명절이라고 생각한다. 이날은 날이 춥고 땅이 얼어붙고 하얀 눈이 가득 쌓인 동북의 모허(漠河)든, 바람이 좋고 햇빛이 반짝이며 야자나무가 살랑살랑 흔들거리는 아름다운 섬 하이난(海南)이든, 아니면 끝없이 펼쳐진 고비사막과 아득한 북서의 변방이든, 그것도 아니면 물자가 풍부하고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상하이의 충밍(崇明)이든, 전국 각지의 중국인은 오래된 풍습을 통해 사구영신의 기쁨과 축복을 표현한다. 이것은 전승이자 일종의 기대다.
옛 베이징(北京)에서는 새해를 맞을 때 차이쑤이(踩歲)를 했다. 참깨 짚을 바닥에 펼쳐 놓고 밟는 놀이로, 생활이 점점 나아지고 평안하며 무병장수하라는 뜻이다. 사원 안이나 근처에서 열리는 시장인 먀오후이(廟會)에 가는 것도 베이징의 설 풍습이다. 잘 알려진 ‘창뎬(廠甸)’ 외에 ‘우셴차이선먀오(五顯財神廟)’, ‘둥웨먀오(東岳廟)’, ‘바이윈관(白雲觀)’ 모두 유명한 먀오후이로 베이징의 특색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동북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온 가족이 새 옷으로 갈아 입는다. 섣달 그믐날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며 제물을 올린 다음에 순서에 따라 종친 3대 신주에게 절을 올린다. 그 다음은 가족 잔치가 이어진다. 어른들이 상석에 앉고 아랫사람들이 둘러앉는데 집안 사람이 다 모였다는 뜻이다. 음식은 풍성하게 준비하는데 새해에도 의식주가 풍부하고 사업이 잘 되라는 뜻이다. 집안 잔치가 끝나면 다양한 오락 활동을 한다. 깊은 밤 폭죽 소리가 울리면 마당에 차려 놓은 제사상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채소 소를 넣어 만든 만두를 올려 세상으로 내려오는 신들을 맞이한다. 그 다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배를 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세뱃돈이 든 훙바오(紅包)를 준다.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채소 만두를 먹는다. 이를 ‘우겅자오쯔(五更餃子)’, ‘퇀위안자오쯔(團圓餃子)’라고 한다.
상하이(上海)는 음력 12월 24일을 ‘조왕신’이 하늘에 올라 보고하는 날로 여겨 23일 밤 집집마다 조왕신을 보내는 ‘쑹짜오(送竈)’와 ‘지짜오(祭竈)’ 의식을 치룬다. 25일은 신들이 세상으로 내려오는 날로 집집마다 안팎을 청소한다. 26일에서 29일까지 제분(製粉)하고 탕위안(湯圓, 소가 들어있는 떡)을 빚고 녠가오(年糕, 떡)를 만들며 새 옷과 모자, 신발을 준비한다. 또한 춘롄(春聯, 문짝이나 기둥 등에 걸거나 붙이는 것)과 녠화(年畫, 실내나 대문에 붙이는 그림), ‘먼선(門神, 대문에 붙여 집을 지켜주는 신을 그린 그림)’을 구입한다. 음력 12월 30일 밤, 온 가족이 불 앞에 모여 앉아 녠예판(年夜飯)을 먹는데 옛날에는 ‘허자환(合家歡)’이라고 했다. 녠예판을 먹은 다음에는 불 앞에 둘러 앉아 까치 설을 쇤다. 아침이 밝아오면 남녀노소 모두 새 옷과 모자, 새 신을 신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 다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배를 하고 어른들은 준비해둔 세뱃돈을 준다.
‘사구영신’에는 과거를 위로하고 미래를 기대하는 중국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중국인의 생활은 평범하지만 이 평범함이 하나하나 쌓여 삶을 이루고, 이런 단순한 삶에서 행복과 기쁨을 얻는 것이다. ‘사구영신’은 새해에도 순탄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일종의 아름다운 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