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7
11월이 되니 중국 베이징(北京) 겨울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특히 11월 초에는 난방을 켤 수 없으니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한기가 느껴진다. 한국서 가져온 내복을 챙겨 입으니 그래도 견딜 만하다. 내복은 중국어로 추이추쿠(秋衣秋裤), 추쿠는 또 천쿠(襯褲), 셴쿠(線褲)라고도 부른다.
필자가 성인이 돼서 내복을 처음 입기 시작한 건 2004년 과거 베이징에서 유학할 시절이다. 한국에서야 대학생 시절 패션에 신경 쓰느라 입지 않았지만, 베이징의 겨울이 어찌나 추운지 멋 부릴 여유도 없었다.
중국인의 내복 사랑은 유별났다. 중국인은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양생(養生)’을 중요시한다. 따듯한 차를 즐겨 마시듯, 몸을 따듯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서 그렇다. 특히나 빨간 내복이 인기였다. 춘제(春節, 중국 음력 설)를 앞두고 백화점에 가면 붉은색 면 재질의 내복이 마네킹에 전시돼 있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중국엔 자기 띠 해에 빨간 속옷을 입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자기 띠 해에는 운수가 좋지 않은데, 빨간 속옷을 입으면 잡귀나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원래는 중장년층만 내복을 즐겨 입는 줄 알았는데, 최근엔 내복을 기피했던 젊은층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옛날처럼 두꺼운 면 재질 내복이 아니라 내복 제작 기술이 발달해 보온성, 실용성은 물론 디자인도 세련된 내복이 등장하면서다.
중국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微博)에는 “겨울철 내 생명은 내복이 준 것”, “내복을 한 벌 밖에 구비하지 않은 게 천추의 한”, “내복을 입는 게 겨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중국인에게 양복이 겉치레(面子)라면, 추쿠는 속치레(里子)” 등처럼 ‘내복 예찬론자’들이 부지기수다.
중국산 내복은 최근 에너지 위기로 한파에 떠는 유럽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중국 펑파이(澎湃)신문은 10월 들어 유럽내 내복 판매량이 전달 대비 3.5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온라인쇼핑몰 데이터에 따르면 특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등 유럽 여러 지역에서 내복 판매량이 전달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중국산 내복이 얼마나 따뜻하고 편안한지 필자도 궁금하다. 조만간 중국 연말 쇼핑 축제기간인 12월 12일 ‘솽스얼(雙十二)’때 최근 유행한다는 중국 모 브랜드 내복을 구매해 직접 입어보고 월동 준비를 해야겠다.
글|배인선,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