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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연결망, 서울의 골목 풍경


2024-03-19      



한가할 때 필자가 가장 즐겨 찾는 곳은 경복궁 주변에 거미줄처럼 펼쳐진 골목길이다.


경복궁 동남쪽에 있는 인사동은 유명한 서화 거리다. ‘인사(仁寺)’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흥복사(興福寺)에서 비롯된 것으로 역사가 오래됐다. 조선시대에 ‘도화원’이 이곳에 있어 문인 묵객이 몰려들었고, 덕분에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돼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관광지로 개발된 인사동은 메인 도로가 확장을 마쳤고, 도로 양쪽에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메인 도로의 갤러리와 상점은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지만 조금 시끄럽다. 그러나 메인 도로 양쪽에서 연결된 골목으로 들어가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골목 안에 있는 예술품 상점, 전통 찻집은 메인 도로에 있는 것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정취가 있다. 필자는 골목 안에 있는 도예점에서 작은 장식품을 사거나 문방구에서 붓과 한지를 사고, 한복점에 들러 각양각색의 개량 한복을 입어보곤 한다. 전통 기념품과 예술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이곳을 좋아할 것이다.


인사동 동쪽, 창덕궁 남쪽에 위치한 익선동도 필자가 사랑하는 곳이다. 전위적인 건축 양식의 국립 현대미술관이 있고, 뒤에는 조선시대 종친부인 경근당이 있다. 같은 공간에 전통과 현대가 강렬하게 대비되면서 ‘역사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종친부 건축군은 개방된 공간으로 위엄 있는 전당 옆에 일반인의 주택이 있다. 조용한 골목을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사람 소리와 도시의 소음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언젠가부터 익선동 골목에 전통적인 요소와 디자인감이 충만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하나 둘 생기더니 인플루언서들이 즐겨 찾는 자리 하나 구하기 어려운 핫플레이스가 됐다.


북촌도 가깝다. 북촌은 경복궁 동쪽에 있다. 이곳은 수십 년 전부터 관광지로 개발된 한옥마을이다. 한옥에서 숙박하고 한옥 레스토랑을 체험하고 싶다면 북촌이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필자는 북촌보다 경복궁 서쪽에 있는 서촌을 더 좋아한다. 북촌에 비해 서촌은 불과 십여 년 전부터 관광지로 개발돼 자유로운 분위기가 남아있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준수방이 있고, 일반시민이 장을 보는 통인시장도 있다. 서촌의 청운동과 효자동 골목에는 시대별 명인의 고택이 있다. 필자는 매주 서촌의 골목 몇 개를 선택해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다니곤 했다. 골목 골목에 담긴 이야기들이 결국 한데 모여 한국의 근대사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어에서 ‘길’과 ‘골’은 구역과 구역을 잇는 통로라는 뜻이다. ‘길’은 선이고 ‘골’은 면이다. 골목길은 동서남북의 구역을 연결하면서 골목에 있는 건물에 숨겨진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인사동, 익선동에서 북촌, 서촌까지 오후 반나절이면 골목들을 다 돌아볼 수 있다. 골목길을 거닐 때면 방향을 잃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북쪽으로만 향하면 인왕산에 도착할 수 있다. 산 꼭대기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이렇게 큰 도시도 작은 골목과 골목이 연결돼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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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연결망, 서울의 골목 풍경

한가할 때 필자가 가장 즐겨 찾는 곳은 경복궁 주변에 거미줄처럼 펼쳐진 골목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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