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다양한 고대 문헌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춘추전국시대에서 중화민국 시기까지의 중국 여성 복식을 연구했다.

중국 역사상 여성 복식 관련 기록은 많지 않다. 나는 남아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여성 복식 23종을 선별해 도안을 그리고 견본을 만들어 면직물과 서양식 벨벳 또는 시폰 원단으로 제작했다. 이는 춘추전국시대의 ‘심의(深衣)’부터 청(清)나라 군대가 산해관(山海關) 내로 들어올 때 나타난 마갑(馬甲) 조끼, 만(滿)족의 통이 넓은 기복(旗裝)에서 유래된 치파오(旗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여성 복식 스타일을 볼 수 있다.

눈앞에 놓인 전통 복식 23종의 외형과 소재에서 각 시대 여성이 추구했던 품격과 풍습을 발견할 수 있다. 화려하고 개방적이든, 보수적이고 고지식하든, 어수선하고 번잡하든 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단장’하는 여자의 마음은 역사의 경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파오는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 복식이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들이 치파오를 입은 모습을 보면서 늘 품위와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결합된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치파오를 입는 여성은 줄어들고 가슴이나 등을 노출해 최신 유행인 섹시함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치파오는 여성의 우아한 자태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목과 가슴을 가급적 드러내지 말라는 중의학 이론에 가장 부합한다. 가슴을 보호함으로써 바람과 차가운 기운을 막아 병에 걸릴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벨벳과 시폰 원단으로 복원한 중국 고대 여성 복식

중국 역사에서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옥환(楊玉環)은 4대 미녀로 불린다. 사람들은 침어(沈魚), 낙안(落雁), 폐월(閉月), 수화(羞花)라는 말로 그들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서시가 강가에서 비단을 빨 때 강물 속 물고기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헤엄치는 것을 잊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고 한다. 변방으로 떠난 왕소군은 고향을 생각하면서 비파로 가슴 아픈 이별곡을 연주하자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이 선율을 듣고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는 날갯짓을 잊어 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아름다운 초선이 달을 감상하자 달 속의 항아가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숨었다. 양옥환이 쓰다듬은 꽃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다.

‘미의 추구’는 여성의 본성이다. 대다수 여성은 화장과 머리 장식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어릴 때 나는 사극과 무협을 무척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의 스타일을 눈여겨보고 그들의 머리 장식품과 몸에 걸친 액세서리를 매우 좋아했다. 나는 상상력을 발휘해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장식품을 착용한 24개의 고대 인형을 그렸다. 고대 장신구는 대부분 금박, 은박 또는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주조 도구가 없어 기술이 뛰어난 장인이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야 했고 그들의 손재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고전극을 바탕으로 복원·창작한 고대 중국 여성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디자인

중국의 고대 서적에는 여성의 미용 관리 방법 대한 많은 기록과 연구가 있고 복제한 문헌 자료도 다수 남아 있다. 여성의 헤어스타일, 화장 기술, 얼굴 관리, 다이어트 방법, 헤어 염색 방법과 식이 요법 등 여러 분야가 망라돼 있고 연대도 고증돼 있다. 놀라운 점은 화학 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천연의 미용 관리 방법이 지금까지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화장품의 기본 제조 절차에 대한 소개는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중국의 전통 세면대는 두 개의 세면기를 갖추고 있으며 정면에 원형 청동 거울이 부착돼 있어 세수와 화장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나는 색조 화장술과 시대별 미녀들의 눈썹·입술 화장 발전에 대한 사료를 찾았다. 화장법의 변천을 통해 당(唐)나라가 가장 개방적인 왕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대융합의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당나라 시대의 화장 순서(왼쪽부터)

나는 서태후(慈禧太后)의 미용 비방을 정리했다. 그 시대 최고의 권력자이자 당시 70~80세까지 장수했던 여인의 까만 머리카락, 빠지지 않는 치아, 매끄러운 피부의 비결을 알고 싶었다. 이 중에는 네 가지 한방(漢方)으로 구성된 약욕인 소지영롱욕(消脂玲瓏浴)과 16가지 약재를 담은 ‘미용팩’인 옥용산(玉容散), 샴푸용 ‘국화산’, 이를 닦을 때 사용한 ‘길백아치불송동(潔白牙齒不松動)’은 매우 정교하다고 할 수 있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